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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잠재력의 최고점에 오른 사람들 슈퍼휴먼
로완 후퍼 지음, 이현정 옮김 / 동아엠앤비 / 2020년 7월
평점 :
눈부신 기술의 발전으로 인공지능과 로봇 등이 인간이 그동안 감당해 왔던 많은 역할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팽배한 가운데, 아직은 컴퓨터가 넘볼 수 없는, 그래도 오직 인간만이 감당하고 누릴 수 있는 고유한 영역을 인간의 창의성과 사회성이라는 특성에서 개척하고 확장시키려는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진화생물학자이자 과학칼럼니스트인 로완 후퍼의 「슈퍼휴먼」은 인간이라는 존재의 가치와 잠재력에 대해 새로운 성찰을 하도록 유도하는 의미 있는 책이다.
한국어판 표지만 봐서는 소수의 뛰어난 능력을 지닌 사람들을 조명하고 그 능력이 어떻게 가능했으며, 보통 사람들도 그렇게 될 수 있는지 과학적인 검증과 전망을 담은 단순한 구조의 취재기일 거란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이 책에는 예상 못한 휴머니즘적 감동이 있었다.
학문과 예술, 스포츠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사람들이 1부 ‘사고’와 2부 ‘행동’ 편에서 소개되고 있다. 지능과 기억력, 언어, 집중력, 가창력, 달리기 등의 분야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인간의 잠재력을 한껏 끌어내는 데 있어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 중 어느 것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 계속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방식으로 글을 전개한다. 슈퍼휴먼들은 대체로 스스로 느끼기에 노력, 즉 후천적인 면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듯하지만, 이들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은 유전적인 요인을 더 크게 보고 있었다. 물론 재능이나 훈련 어느 한 쪽만으로 해당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타고난 능력의 힘이 적절한 환경적 요인과 결합되었을 때 이른바 슈퍼휴먼이 만들어질 확률을 높게 보고 있었다. 학자들은 대체로 슈퍼휴먼들이 목표를 설정하거나, 그들의 부모가 적합한 양육 환경을 조성하는 것, 또 개인의 의지와 노력, 열정의 여부까지 유전적인 요인의 영향 아래 있는 것으로 보고 있었다.
자기 분야에서 성공하거나 꿈을 이뤄가는 슈퍼휴먼들이 어떻게 자신의 능력을 자각하게 되었는지, 또 성장 환경이나 열정, 목표의식, 인생관, 가치관 등을 읽으면서 많은 자극이 되었고 부럽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책의 진가는 3부에서부터 확실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앞 부분이 별로라는 얘기는 아니다.)
3부에서 다루는 인간 능력의 범주는 ‘존재’로 묶고 있는데, 그 내용은 장수와 회복력, 수면, 행복에 관한 것이다. 슈퍼휴먼을 논할 때 탁월한 지적 능력이나 신체 능력 정도가 일반적인 주제가 될 텐데, 인간의 수명과 회복 능력, 또 잠자는 것과 행복이 왜 인간이 지닌 잠재력의 대상이 되는 걸까? 처음에는 의아했는데, 저자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인간에 대한 통찰이 바로 이 부분에서 다뤄지고 있었다.
인간의 수명이 점점 길어지면서 마주하고 극복해야 할 과제, 비극적인 사고를 겪은 가운데서도 절망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감사하고 삶의 의미를 재발견하여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적인 존재로 거듭나는 놀라운 과정, 적절한 쉼이 없는 현대인들의 비효율적 생존 양식에 대한 예리한 충고, 현대인들이 놓치고 있는 행복의 진정한 의미를 되찾기 위한 교훈 등을 다루고 있는데, 저자는 여기서 그래도 아직은 인간이 지닌 용기와 인내, 포용성, 긍정적 태도, 삶의 의미를 재정의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 같은 것들이 문명 발전의 역기능으로 맞닥뜨린 인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으며, 바로 이것이 인간의 가치를 다시 높일 수 있는 인간만의 특별한 능력임을 말하고 있다. 아직은 인간적인 것이 품고 있는 가능성에 대해 포기하거나 절망할 때가 아니란 것을 흥미로운 주제를 통하여 전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