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뇌과학 - 이중언어자의 뇌로 보는 언어의 비밀 현대지성 테마 뇌과학
알베르트 코스타 지음, 김유경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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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 다른 장기들은 퇴화되어도, 뇌는 사용할수록 좋아진다? 요즘 뇌의 가소성에 대한 이야기가 공부나 자가학습을 테마로 한 자기계발서에서 많이 거론되고 있다. 쓰면 쓸수록 좋아진다는 뇌, 언어의 뇌과학은 바로 이 뇌의 작동 방식과, 가소성 이론대로 정말 노화에도 마지막까지 굴하지 않고 능력이 향상되는지 등에 대해 궁금증이 많은 독자들에게 유익한 내용을 제공한다.

 

고도로 복잡하고 추상화된 언어활동은 인간 존재의 가장 큰 특징이다. 뇌과학이 발달하기 전까지는 여러 가지 경험적 지식과 통찰로 언어에 대한 정의나 이론들이 수립되어 왔는데, 인지심리학과 신경과학의 발전으로 뇌를 더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점점 뇌에 관한 신비한 지식들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뇌를 구성하는 복잡한 네트워크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정보를 관리하고 배열하는지, 그리고 적절할 때에 활용할 수 있게 하는지 아직 부분적으로만, 즉 구조적·기능적으로 밝혀내고 있기는 하지만, 왜 그렇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궁금증이 풀리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아기부터 노년층까지, 또 다양한 사회적 계층을 폭넓게 아우르는 이중언어자와 단일언어자의 연구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뇌의 신비를 밝혀가는 과정이 어디까지 왔는지 그 현주소를 알려주는 책이다. , 두 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는 현상이 어떻게 가능하며, 이중언어 사용이 뇌의 기능과 구조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그리고 이중언어 사용자의 인지 능력과 사회적 사고방식, 도덕적 판단, 의사결정 등에서 단일언어자와 어떤 특징적인 차이가 있는지, 혹은 없는지 등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을 보면 아기들도 언어학적으로 그저 수동적인 존재가 아님을 알 수 있으며, 그들 나름대로 생존을 위해 본능에 따라 적극적으로 외부세계와 상호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치밀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태어나기 전 엄마 뱃속에서도 언어학적으로 아홉 달 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뇌는 매우 복잡한 체계의 상호작용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오케스트라로 비유되고 있다. 하나의 특정 뇌 영역이 한 가지 특정한 능력을 관장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능력에 여러 영역이 관여하고 있거나, 하나의 영역이 복수의 능력에 관여하고 있는 것처럼, 단순하게 정의할 수 없는 뇌의 특징이 책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인간의 인지 능력이 뇌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연구가 획기적으로 발전한 데는 신경 촬영법 기술의 발달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는 얼마 전 읽은 슈퍼휴먼이란 책에서 인간의 지능에 관해 다룬 부분과도 연결되는 내용인데, ‘언어의 뇌과학에서 따로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유전공학과 인체 내부를 미세한 영역까지 촬영할 수 있는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뇌 활동의 많은 비밀을 밝혀내고 있음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두 가지 언어가 뇌의 다른 두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관여하는 경우도 있었고, 두 언어 모두가 한 영역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경우도 있어, 언어학적으로도 개별 연구 사안에 따라 이론을 통합하는 데 어려움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요컨대 내부 요인뿐만 아니라 외부적 환경, 즉 가정환경이나 두 번째 언어를 접하는 시기, 사회적 가치관 등도 이중언어 사용자의 특징을 다양하게 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인간의 언어 사용에 있어 단일한 뇌과학적 이론이 정립되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저자가 경계하는 것은 이런 이중언어 사용자 연구를 비롯한 뇌의 인지 기능에 관한 연구들이 여론에 휘둘리거나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연구 결과가 확정적이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특정 집단의 이익에 따라 우생학적 관점의 근거로 활용될 위험성도 있고, 교육적인 차원에서도 자기들의 주장에 따라 해당 이론을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어 걱정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안타까운 것은 저자가 50도 되지 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다. 유능한 언어학자이자 이중언어 권위자로서, 또 매끄러운 글솜씨로 보아 대중적인 과학커뮤니케이터로서의 가능성이 너무 일찍 접힌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 책을 덮으면서 많이 들었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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