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르본 철학 수업 - 세상을 바꾸기엔 벅차지만 자신을 바꾸기엔 충분한 나에게
전진 지음 / 나무의철학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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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디자인과 책 소개, 프롤로그만 봐서는 한국사회에서 튀는 사고방식을 가진 한 괴짜 소녀가 한국을 벗어나 다소 이채로운 행선지라 할 수 있는 프랑스에서 철학을 통해 자신의 꿈을 확인하고 이뤄가는 이야기 혹은 청춘 응원가 같은 분위기인데, 책을 읽어갈수록 삶의 무게감과 그 속에서 빚어지는 혼란, 고군분투, 몸부림 같은 것들이 느껴져 마음이 가볍지 않다. 그런 가운데서 한번씩 빵 터지는 유머러스한 문장에 반응하는 내 모습에 머쓱해지기도 했다.

 

이 책에서 지금 프랑스의 모순적 상황을 다룬 내용을 읽다가, 예전 홍세화 선생님의 책을 통해 프랑스의 똘레랑스 문화에 대한 동경을 가졌던 때가 떠올랐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홍세화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21세기적 변주라고 평가하고 싶다. 두 저자의 살아온 이력이나 세대, 생각이 많이 다르지만, 프랑스라는 무대를 두고 펼쳐지는 사색의 향연이라는 차원에서 한 맥락으로 엮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는 오늘 우리의 모습과 프랑스의 민낯, 그 사이를 신기루처럼 이어주고 있던 동경과 환상이 실존적인 깨달음으로 발전되어 한 권의 책으로 우리 앞에 오게 된 의미 있는 한 개인의 행보가 녹아 있다.

 

내용은 크게 1장 배움의 시간 : 나에게 가장 좋은 삶, 2장 배움의 재구성 : 모두가 덜 불행한 세상, 이렇게 두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 기억에 남는 내용으로는 철학에 대한 깔끔한 정의다. ‘당대의 중요한 가치나 당연한 생각에 의문을 품도록 간질이는 태도’. 철학이 무엇이냐 물었을 때 나올 수 있는 일반적인 대답이 나와 세계에 대한 기원과 의미, 과정 등을 밝히는 진리 탐구 정도인데,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전혀 새롭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진정성이 느껴지는 철학의 정의를 내놓았다. 그리고 언어 공부를 하면서 언어 학습에 대한 생각을 말하는 부분도 기억에 남는데, 쌓아 올린 것을 부서서 토대를 다지고 넓히는 과정, 다시 말해 또 다른 확장된 자아를 형성하는 과정으로 표현한 부분이었다. 특히 모국어와 외국어가 같은 몸에서 서로 영향을 주며 발전한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2장에서는 저자가 철학 공부를 하면서 배운 내용들이 자기의 삶의 필터를 통해 성찰한 내용들이 나오는데, 그 과정에서 좀 더 내밀한 개인사가 공개되어 있어 처음엔 조금 당황했다. 이런 이야기까지 내보여도 괜찮을 걸까, 하는 걱정도 들었지만, 지난 삶의 여정을 부정하거나 감추는 것으로는 추와 미라는 이분법을 극복하고, 진정으로 삶을 긍정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면서 읽어가게 되었다. 또 청춘의 속성이 썩지 않는 가치를 만들 가능성이라고 재정의하는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저자의 생각과 함께 프랑스의 현 상황이 묘사되는 내용들이 또 흥미로운데, 그들의 관용 문화 이면에 숨겨진 문화적 우월주의와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이중적 잣대가 지금의 프랑스의 혼란이 전혀 놀랄 일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하게 하는 부분도 있다. 타인의 다름보다 먼저 나의 다름을 고려해봐야 해야 한다는 저자의 깨달음이 자유와 평등, 박애정신을 주창했던 프랑스의 현실적인 모순으로부터 피부에 와닿는 교훈으로 도출된다는 것이 아이러니했다.

 

이 책에는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고뇌가 담겨 있다. 질문과 답이라는 도식을 뒤집어 질문 자체에 대안 모순 발견과 대안 제시라는 형태로 발전시키고, 기존의 가치관을 의심하고, 스스로 묻고 또 물어서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내는 프랑스식 철학 수업으로부터의 배움이, 저자를 통해 어떤 식으로 열매 맺어 대중들에게 계속해서 선보이게 될지 앞으로도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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