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풀 - 넷플릭스 성장의 비결
패티 맥코드 지음, 허란.추가영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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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이 글을 쓰는 현재 기준으로 약 337조, 넷플릭스는 약 252조다. 애플과 아마존이 2,000조 전후이다. 넷플릭스가 인터넷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규모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DVD를 우편으로 대여하는 사업을 하다가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온라인 중심의 동영상 서비스로 사업 구조를 재편할 때 이들은 자신들의 사업 구조뿐만이 아니라, 사업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까지 이뤄낸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불리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얼마만큼 언급되고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실감할 수 있다.

 

 

 

 

 

 

「파워풀」은 넷플릭스의 자체 기업문화 매뉴얼인 ‘자유와 책임의 문화 가이드(넷플릭스 컬처 데크)’의 내용이 어떻게 적용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직원들 스스로 힘을 가지고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직원들을 고용하여 그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최고의 지원이라는 것, 직원들 스스로가 진짜 주인 의식이나 책임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많은 자유와 책임을 부여한다는 것, 실제로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난 이 시도가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것이다.

 

또 기업 내부 구성원들의 소통 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솔직함’과 ‘근거’, ‘객관성’을 바탕으로 한 비판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유도했다는 것(이것은 기업의 투명성이 최선의 가치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솔직한 소통이 기업 내부 구성원 간의 신뢰를 높인다는 것, 비판이 질 낮은 비난이나 험담으로 흐르지 않고 서로를 존중하게 하는 수준 높은 소통 혹은 건설적인 피드백 문화로 자리잡아 갔다는 것,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하나의 실천사항으로 만들었다는 것 등도 눈에 띄는 내용이었다.

 

이어서 데이터의 가치가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구성요소로서 사용되어야 의미가 있다는 것, 데이터를 올바로 읽는 능력만큼이나 그것을 무시할 수 있을 만큼의 직관도 중요하다는 것, 활발한 공개 토론의 장을 마련하여 직원들로 하여금 많은 것을 실질적으로 배우게 하고 판단력을 키우고 전략적으로 사고하게 하고 생각을 분명히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게 하는 것(이러한 문화가 특히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딱 맞아떨어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행복은 급여나 복지가 아니라 재능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있다는 것 등도 넷플릭스가 지금의 자리에 있도록 만든 요인들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자유와 책임을 부여한다는 것의 구체적인 내용 가운데 말단 직원까지도 회사가 하는 일과 현재 직면한 과제는 무엇이며, 회사의 실적 및 손익 정보에 대한 부분까지 알려주어야, 즉 모든 구성원들이 회사 내부 사정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비로소 팀의 일원으로서 온전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또 ‘솔직함’을 모델화한 사례로서 ‘시작해라, 그만해라, 계속해라 운동’이 흥미로웠다. 솔직함을 습관화하기 위하여 팀회의에서 반드시 동료에게 시작해야 할 것 한 가지, 그만해야 할 것 한 가지, 잘하고 있고 계속해야 할 것 한 가지씩을 말하게 했다고 한다. 서로에 대한 비판이 소모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를 성장시키는 도구가 되기 위해서 이런 아이디어가 나왔고 실천되었다고 하는데, 직급에 관계없이 직설적으로 말할 수 있는 이런 문화가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것이 넷플릭스의 최대 강점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목소리를 내어 말하게 하는 것, 구체적인 의견과 입장을 취하게 함으로써 가지고 있는 가능성과 역량을 모두 끌어내려는 넷플릭스의 노력이 이제는 한국에서도 제법 어필하고 있는 모양이다. 책 후반부 ‘옮긴이의 글’에서 넷플릭스에 관한 국내 기업인들의 의견을 소개하고 있는데, 기존에 해왔던 방식을 벗어나 ‘플랫폼 경제’에서 생존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을 넷플릭스가 보여준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더욱 빠르게 변화하는 기업 환경에서 모든 불필요한 절차나 과정, 구조를 최대한 배제하고, 필수적이고 최적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보여주는 넷플릭스의 행보는, 비단 사업을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개인적 차원에서도 요즘 같은 시대에 무엇이 진정으로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이루게 하는지에 대한 통찰과 실질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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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센티 인문학 - 매일 1cm씩 생각의 틈을 채우는 100편의 교양 수업
조이엘 지음 / 언폴드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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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미있으면서도 쉬운 인문학 지식 전달을 컨셉으로 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최근 읽었던 것 중에서는 ‘인문학 리스타트’라는 책이 있었는데, 경제 행위와 정치 행위적 주체로서의 인류사라는 관점으로 인문학의 의미를 짚어내고 역사와 연결하여 설명하는 방식이 크게 와닿았던 기억이 있다. 아, 이거 정말 딱 와닿네, 하는 느낌. 경제라는 것이 우리의 삶에 피부로 다가오는 문제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인문학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다. 실용적인 도구의 관점으로 활용할 수도 있지만, 크게는 세상을 보는 눈, 인간을 이해하는 통로, 새로운 삶의 방향을 제시하거나 의미를 탐구하는 철학적 용도까지,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각양각색이듯 그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인문학의 의미와 가치도 천차만별인 것 같다. 막연하게 인문학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행동은 없으면서 입만 살아 뻐끔거리며 인문학을 들먹이는 자들도 있다. 말은 어눌하지만 삶 자체로 인문학의 가치와 의미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사람들도 있다.

 

 

 

 

 

 

「1센티 인문학」은 인문학의 스펙트럼 중 보다 본질적인 관점에서 인문학을 다룬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방식은 유머와 가볍게 하기로 풀어낸다. 조선시대의 제도나 정치적 이슈를 오늘날의 언어와 용어로 풀어내는 것이 인상적이고 재미있었다. 그 시대나 지금이나 서울에 목매다는, 아니 목매달 수밖에 없는 문화적, 사회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요즘 사회지도층의 금수저 논란으로 공정과 정의에 대한 우리 사회의 예민함이 극에 달해 있는데, 조선시대의 위대한 임금인 세종대왕도 이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다는 사실도 흥미로웠다.

 

이해할 수 없는 법원의 판결과 법조계의 비도덕적 실태가 인문교양의 부족으로 인한 것이라는 저자의 견해가 속시원했다. 아마 이 책에 나오는 용어인 ‘리걸마인드’인 것 같은데, 내가 항상 법원 판결에 대한 불만을 얘기할 때마다 나보고 네가 몰라서 그렇지 똑똑한 사람들이 괜히 그러는 게 아니라는 식으로 핀잔을 주던 분이 있었는데, 이 책에서 주장하는 인문교양 부족의 문제가 비상식적인 법조계의 실태에 대한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로 하여금 무조건 내가 무식해서 그런 의문과 불만을 아니라는 일종의 지지를 받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볼 수 있는 능력, 당연한 것을 의심할 수 있는 능력, 진리라고 떠받들어 온 것이 불완전할 수 있고, 그것 때문에 삶의 기반이 흔들리더라도 결국 새로운 든든한 정신적 토대를 다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인문학의 미덕이다. 그러나 또한, 인간이 왜 인간인지, 인간다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과 해답을 쥐는 것, 상식이 상식이 되고 인지상정이 법과 같은 전문적인 분야에서도 당연하게 통해야 함을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 또한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인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았다.

 

 

 

 

 

 

우리나라의 역사나 국제정치와 지리학적 갈등, 전염병 문제, 법치주의의 역사적 배경, 법과 인문학의 관계 등 인문학이 품는 다양한 주제를 간결하게 다룬 「1센티 인문학」은 우리에게 유익한 생각의 재료를 풍성하게 제공한다.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서는 먼저 알파벳을 배우고 많은 단어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문법과 회화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책은 우리가 틀에 갇히지 않으면서도 논리적이고 세련된 사고방식과 판단력을 가질 수 있는 기초재료를 친근한 어조로 제공하는 인문교양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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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읽다 과학이슈 11 Season 10 ㅣ 과학이슈 11 10
이충환 외 지음 / 동아엠앤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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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까지만 해도 미세먼지나 미세플라스틱 등 자연환경 파괴와 이상기후, 생물멸종 문제가 주요 이슈로 거론되었고, 과학 분야에서의 대중적인 관심도 이들 주제를 중심으로 형성되었었다. 그러나 불과 1년도 안되어 이 모든 이슈들이 하나의 큰 사건에 매몰되었다. 바로 코로나19 사태다. 온 세계 사람들의 생활과 사고방식의 변화를 불러온 코로나19는 여전히 현재진형이고 좀처럼 사태가 사그라들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동아엠앤비에서 매해 한두 권씩 꾸준히 출간하고 있는 과학이슈11 시리즈의 열 번째 시즌도 그 시류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11가지 이슈 중 앞쪽 세 꼭지에서 코로나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한다. 이슈1에서는 우리가 지금까지 미디어를 통해 접해온 코로나 관련 소식이 정리된 내용으로 볼 수 있다. 발생 당시의 상황부터 확산 과정, 대응 현황 등을 전한다. 이슈2에서는 지금 사람들이 가장 많은 관심과 기대를 걸고 있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 관련 내용을 다룬다. 바이러스와 백신의 기본적인 구조와 기능, 작용 원리를 설명하고 이어 앞으로 더 짧은 간격으로 반복 발생하게 될지도 모를 팬데믹 시대에 대비하여 범용 백신의 개발 가능성을 언급한다. 이슈3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달라질 생활상을 전망한다. 이때 더욱 과학의 역할이 중요해짐을 역설하면서, 산업 각 분야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할 비대면 및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중심으로 이미 시작된 변화의 흐름을 조명한다.

 

 

 

 

 

 

이슈4부터는 비록 코로나 이슈로 덜 주목받고 있으나 분명 우리 삶의 큰 변화를 견인하게 될 기술 발전 및 과학적 발견 등을 다루고 있다. 이슈4에서는 ‘자기치유 소재’를 다룬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부터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될 소재과학과 소재산업의 기술 및 발전 현황과 그 중요성을 알게 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슈5에서는 전염병으로 사회가 혼란한 가운데서도 그 심각성으로 인해 한동안 시끄러웠던 'N번방‘ 사건과 관련된 디지털 범죄 수사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과학기술, 특히 정보통신 기술 발전이 이끌어낸 인간의 감춰진 욕망과 양면성이 범죄와 결합되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지 확인할 수 있었으며, ’디지털포렌식‘이라는 디지털 범죄를 해결하는 과학수사 기법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슈6에서는 전자담배와 관련된 내용을 다룬다. 일반 담배나 전자 담배나 결국 몸에 해롭기는 마찬가지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이슈7에서는 최근 화제가 되었던 ‘양자컴퓨터’와 관련된 내용을 다룬다. 현존하는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능력을 보여줄 양자컴퓨터를 구글이 만들어 ‘양자우월성’을 실현했다는 기사는 나도 본 기억이 있다. 본 기사에서는 양자비트로 구현되는 양자컴퓨터의 컴퓨팅 원리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제대로 구현되기에는 해결해야 할 불안요소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슈8에서는 ‘플라잉카’ 관련 내용을 다룬다. 여기서는 기술적인 문제는 물론이고 상용화되기 위한 인프라 구축 및 배터리 기술의 한계 극복이 주요 이슈로 부각된다. 이슈9에서는 근본적인 물질을 발견하고 규명하는 입자가속기가 우리나라에서도 건설된다는 소식을 전한다. 기초과학 발전과 함께 다양한 산업에 응용되어 과학기술 및 경제 선진국으로서의 입지를 더 단단히 다지는 중요한 이슈로 의미를 부여한다.

 

 

 

 

 

 

이슈10에서는 ‘초신성 폭발’을 다룬다. 이는 태양과 같은 항성이 그 수명을 다하여 최후를 맞는 천체물리학적 현상을 말하는데, 지구인 입장에서는 100년에 한두 번 볼까 말까한 우주쇼라고 할 수 있다. 태양계가 속해 있는 우리 은하 내에서 이 사건이 발생한다면 2주 정도 지구에 밤이 사라진다고 한다. 그러나 당장 터진다고 해도 인류는 가장 빨리 봐도 640년이 걸린다는 사실. 마지막 이슈11에서는 ‘인공광합성’에 관해 다룬다. 식물의 광합성 현상을 분석하여 인공적으로 재현하려는 시도인데, 친환경 에너지 생산과 연결되는 기술이다. 빠르면 2040년 쯤 열매를 맛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YTN사이언스 채널에서 자주 또는 종종 접하는 소식이나 주제들인데, 이렇게 다소 전문적인 내용을 포함한 책으로 살펴보려니 과학지식의 한계가 아쉬워지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런 꾸준한 양질의 출판물을 통해, 일반시민의 과학 교양 증진에 이바지하는 동아엠엔비 측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조금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것에 만족감을 느끼며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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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윤리하다 ㅣ 인공지능 윤리하다 1
변순용.이연희 지음 / 어문학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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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윤리하다」는 크게 두 가지 범주에서 인공지능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하나는 상용화될 미래 세계에서 고도로 발전된 인공지능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를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 개발 단계(연구, 설계)에서부터 제작, 유통, 소비, 유지 및 관리되는 과정 일체에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설정하여 대비하고 있는 각국의 현황과 우리나라에의 적용 실태를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미 공개된 다양한 로봇/인공지능 윤리 원칙 등을 소개하고 그 한계를 지적하며, 나아가 인공지능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상품의 관점으로 파악하여 사람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윤리인증제도’의 도입을 구상하고 있다. 여기에 면밀히 논의되어야 할 개념들이 책임성, 투명성, 알고리즘의 편향성 문제다. 또 하나는 인공지능이 현실적으로 적용될 의료, 교통, 군사, 예술, 복지 등의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보편적인 윤리 원칙인 공리주의와 의무론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윤리란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생각이나 행동의 기준을 세우는 인간의 행위이다. 고려되는 요소는 옳고 그름, 선과 악, 좋고 싫음, 만족과 불만, 행복과 불행, 안전과 위험 등이다. 대체로 인류 역사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여 윤리적인 고민과 논의, 결론을 내야 하는 상황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어떤 사물이나 사상이 유발하는 상황과 관련해서 이루어졌다. 그런데 AI, 즉 인공지능의 발전은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차원의 윤리적 문제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인공지능기술이 탑재된 로봇이나 기타 의사소통이 가능한 물체들이 ‘인공성’에 기반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에게 행위주체성이나 자율성을 가질 수 있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면서 비롯되었다. 다시 말해 사람이 만들어낸 도구적 성격의 인공지능이 이제는 어느 정도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능력과 존재양식을 흉내낼 수 있게 되면서 인격적인 의미를 부여받는 단계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상품이나 간단한 알고리즘으로 작동되는 기계에조차 애착을 가지고 삶의 의미까지 부여하는 인간 존재의 특성상, 인공지능이 보여주는 ‘유사인간성’적인 요소는 인간 존재의 정의와 인간의 삶의 방식과 기반 자체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불분명하며 찬반 양론이 팽팽한 상황이다.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의 발달로 새롭게 등장할 피조물을 인류 진화의 다음 단계로 보는 사람들까지 있는 상황에서, 인류는 인공지능이 일상적으로 쓰이는 상황, 즉 상용화가 이루어지는 데 필요한 중요한 결정을 합의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다행히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인공지능의 주체성을 현상적 차원에서 인간의 자율성을 모방하는 수준, 즉 준자율성, 위임된 자율성, 유사자율성, 조건적 자율성 등으로 규정할 수 있는 정도인데, 이 정도만 해도 사람들이 엄청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가운데 과거의 다른 윤리 이슈들(이미 일이 벌어지고 난 뒤 윤리적 해결책을 세워나갔던)과는 다르게 비교적 선제적으로 인공지능의 개발과 보급, 활용을 위한 기본원칙들을 논의하고 기초적인 윤리 가이드라인들을 세워나가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자율형 인공지능기술을 탑재한 로봇 혹은 시스템 등은 ‘이중성’을 갖고 있다. 도구로 만들어졌지만 빅데이터, 머신러닝 등의 기술이 발전하며 인간과 간단한 정서적 교류나 실질적인 상호작용까지 일으킬 수 있는 준자율적 성격을 가진 개체로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개발과 확산에 대한 찬반 주장의 대립과 상관없이 개발은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인공지능의 발전 수준과 이에 대해 법적, 경제적, 사회적인 차원에서 비교적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으며, 우리 사회는 이를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지 소개하고 저자들 나름대로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이 책이 가지는 의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공지능’ 이슈는 결국 사람의 문제, 인간성의 문제, 인간이 가진 가능성과 한계의 문제라는 점을 생각하게 된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인류의 존엄성을 지키고 공공선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미사여구 이면을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인공지능 문제는 결국 경제 문제와 직결되며, 각국의 이해, 각 경제 주체들의 이해 관계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돈 문제라는 것이다. 기존 경제 시스템이 포화 상태에 이른 지금, 실질 경제 활동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군사적 긴장감으로 인한 위기감의 재확산, 바이러스 전염병으로 인한 뉴노멀의 가치관 속에서, 인공지능은 돈을 계속 돌릴 수 있는 통로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인간 존재 자체가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그 안전한계선을 지키면서 인공지능을 어떻게 산업화할 수 있는가, 경제 시스템을 유지시킬 수 있는가가 핵심인 것 같다. 그리고 그 핵심의 주변에 인간적, 사회적, 윤리적 문제가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 수 없는 들러리처럼 따라붙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들었던 의문은, 디지털 코드에서 감정이나 마음이 발생할 수 있는가? 이다. 결국 인간의 마음이 디지털 신호로 환원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인공지능의 마음, 감정 발생이 허황된 소리는 아니게 된다. 무수한 디지털 데이터 속에서 발견되는 패턴이 생명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있을까? 디지털 기반 컴퓨터보다 더 고도화된 양자 컴퓨터가 발전하면 인공지능은 또 어떻게 진화할까? 이런 궁금증들이 책을 읽는 내내 하나둘씩 따라붙었다.

 

만약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현재의 약인공지능과 강인공지능의 어디엔가 위치하고 있는 수준에서, 인간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슈퍼 인공지능’의 단계가 현실이 된다면, 그들은 과연 어떤 결론을 ‘계산과 분석’을 통해 이끌어낼까? 인간의 윤리와 인공지능의 윤리는 하나인가, 별개가 될 것인가?






「도서출판 어문학사」에서 진행한 신간도서 서평이벤트에 참여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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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로 산다는 것 - 가문과 왕실의 권력 사이 정치적 갈등을 감당해야 했던 운명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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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직한 사건과 큰 인물을 중심으로 서술된 역사는 정리하기에 용이하고 이해가 쉬워 역사를 공부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역사는 특정 계층이나 소수의 능력과 경험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방법으로 역사 서술과 교육이 주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들의 기록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역사란 승자,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자의 관점이 반영된 기록이기도 하기에 그것만 가지고 역사를 바라보는 것은 온전하고 올바른 역사관을 가지게 하지 못한다.

 

다행히 승자들만의 관점이 아닌 민중의 관점, 약자의 입장, 주류 역사 서술에 편입되지 못했던 지역의 민족사, 미시사 등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역사라는 학문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아무리 역사 연구와 교육의 다양성이 확대되어 왔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여성’의 관점이나 입장이 중심이 되는 차원에서는 여전히 부족하고 부실한 것이 사실이다. 남성 중심의 세계관에서 그 남성 이상으로 강인한 이미지로 리더십을 발휘한 몇몇 사례가 있지만, 그들은 여성의 정체성보다 남성성이 얼마나 발휘되었는가로 평가받는 경향이 더 많기 때문에 온전한 여성의 관점과 입장이 주체가 되는 역사 서술은 수용자 입장에서는 접하기 어렵다.

 

 

 

 

 

 

조선 왕조의 역사 또한 그렇다. 우리가 접하는 조선 왕실의 이야기는 훌륭한 성군, 존재감 없는 군주, 폭군 등의 이미지와 그들의 행적, 그리고 그들과 균형을 이루거나 대립하는 장면들을 중심으로 서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다행히 조선이라는 나라의 가장 큰 보물이라 할 수 있는 기록유산들이 공개적으로 잘 거론되지 않았던 인물, 사건을 많이 담고 있기 때문에 연구자 입장에서는 조선 역사를 다양한 관점으로 연구할 수 있는 터가 마련되어 있다. 그래서 많은 학술적인 연구와 이야깃거리가 나오고 오늘날 흥미진진한 역사대하드라마 같은 것들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KBS 역사저널 그날’ 등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조선 시대의 문화와 역사의 전문가로 이름이 알려진 신병주 교수님의 「왕비로 산다는 것」은 조선 왕들의 생애와 업적을 중심으로 다룬 ‘왕으로 산다는 것’과 왕권과 신권의 대립을 중심으로 신하들의 삶을 풀어간 ‘참모로 산다는 것’에 이어 조선 정치의 면모를 다양한 관점에서 풀어내는 세 번째 시리즈로 출간된 책이다. 이 책은 주로 드라마를 통해 볼 수 있었던 궁중 여인들의 삶을 보다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주며, 때로는 조선 정치사에서 사실상 리더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거나 정쟁의 한복판에 휘말리면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역사의 한 부분으로 그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었다.

 

 

 

 

 

 

 

흔들리는 남편의 마음을 다잡아 새로운 왕조를 세울 수 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이성계의 부인 신덕왕후 강씨, 어린 왕을 대신하여 중대한 국사를 책임지는 수렴청정을 최초이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성종의 어머니 정희왕후 윤씨, 참혹한 폭정으로 많은 원성을 산 연산군의 곁에서 끝까지 이성을 지키며 남편을 사랑했던 폐비 신씨 등이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을 통해 수렴청정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으며, 훌륭한 성품과 뛰어난 내조로 왕의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한 왕비가 있었는가 하면, 기괴한 행실로 왕실의 골칫거리가 되어 결국 쫓겨나고 죽임까지 당하는 왕비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제한된 입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한 여걸형 왕비, 평생 조용하고 온순한 행적으로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 왕비, 어린 나이의 출산과 그 후유증으로 일찍 사망하여 별다른 기록을 남기지 못한 왕비 등 잘 드러나지 않았던 조선 왕실의 속사정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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