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로 산다는 것 - 가문과 왕실의 권력 사이 정치적 갈등을 감당해야 했던 운명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0월
평점 :
품절


 

 

 

굵직한 사건과 큰 인물을 중심으로 서술된 역사는 정리하기에 용이하고 이해가 쉬워 역사를 공부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역사는 특정 계층이나 소수의 능력과 경험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방법으로 역사 서술과 교육이 주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들의 기록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역사란 승자,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자의 관점이 반영된 기록이기도 하기에 그것만 가지고 역사를 바라보는 것은 온전하고 올바른 역사관을 가지게 하지 못한다.

 

다행히 승자들만의 관점이 아닌 민중의 관점, 약자의 입장, 주류 역사 서술에 편입되지 못했던 지역의 민족사, 미시사 등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역사라는 학문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아무리 역사 연구와 교육의 다양성이 확대되어 왔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여성의 관점이나 입장이 중심이 되는 차원에서는 여전히 부족하고 부실한 것이 사실이다. 남성 중심의 세계관에서 그 남성 이상으로 강인한 이미지로 리더십을 발휘한 몇몇 사례가 있지만, 그들은 여성의 정체성보다 남성성이 얼마나 발휘되었는가로 평가받는 경향이 더 많기 때문에 온전한 여성의 관점과 입장이 주체가 되는 역사 서술은 수용자 입장에서는 접하기 어렵다.

 

 

 

 

 

 

조선 왕조의 역사 또한 그렇다. 우리가 접하는 조선 왕실의 이야기는 훌륭한 성군, 존재감 없는 군주, 폭군 등의 이미지와 그들의 행적, 그리고 그들과 균형을 이루거나 대립하는 장면들을 중심으로 서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다행히 조선이라는 나라의 가장 큰 보물이라 할 수 있는 기록유산들이 공개적으로 잘 거론되지 않았던 인물, 사건을 많이 담고 있기 때문에 연구자 입장에서는 조선 역사를 다양한 관점으로 연구할 수 있는 터가 마련되어 있다. 그래서 많은 학술적인 연구와 이야깃거리가 나오고 오늘날 흥미진진한 역사대하드라마 같은 것들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KBS 역사저널 그날등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조선 시대의 문화와 역사의 전문가로 이름이 알려진 신병주 교수님의 왕비로 산다는 것은 조선 왕들의 생애와 업적을 중심으로 다룬 왕으로 산다는 것과 왕권과 신권의 대립을 중심으로 신하들의 삶을 풀어간 참모로 산다는 것에 이어 조선 정치의 면모를 다양한 관점에서 풀어내는 세 번째 시리즈로 출간된 책이다. 이 책은 주로 드라마를 통해 볼 수 있었던 궁중 여인들의 삶을 보다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주며, 때로는 조선 정치사에서 사실상 리더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거나 정쟁의 한복판에 휘말리면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역사의 한 부분으로 그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었다.

 

 

 

 

 

 

 

흔들리는 남편의 마음을 다잡아 새로운 왕조를 세울 수 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이성계의 부인 신덕왕후 강씨, 어린 왕을 대신하여 중대한 국사를 책임지는 수렴청정을 최초이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성종의 어머니 정희왕후 윤씨, 참혹한 폭정으로 많은 원성을 산 연산군의 곁에서 끝까지 이성을 지키며 남편을 사랑했던 폐비 신씨 등이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을 통해 수렴청정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으며, 훌륭한 성품과 뛰어난 내조로 왕의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한 왕비가 있었는가 하면, 기괴한 행실로 왕실의 골칫거리가 되어 결국 쫓겨나고 죽임까지 당하는 왕비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제한된 입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한 여걸형 왕비, 평생 조용하고 온순한 행적으로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 왕비, 어린 나이의 출산과 그 후유증으로 일찍 사망하여 별다른 기록을 남기지 못한 왕비 등 잘 드러나지 않았던 조선 왕실의 속사정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