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의 침묵 (리커버 에디션)
토머스 해리스 지음, 공보경 옮김 / 나무의철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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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양들의 침묵’이 워낙 유명하고 나도 인상깊게 본 작품이기도 해서 원작소설에 대한 흥미도 있긴 했지만 좀처럼 읽어볼 기회가 없었다.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겨 소설을 읽어볼 수 있었는데, 영화와는 다른 세밀한 묘사와 인물들의 심리 및 배경 등을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반대로 영화가 영화적 문법으로 원작의 느낌을 얼마나 잘 살렸는지도 느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대체로 영화를 먼저 접했을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아주 즐거운 시간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 작품을 소설로 먼저 접한 독자들의 경우라면 꼭 영화를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원작과 영화화가 둘 다 훌륭하게 잘 된 보기 드문 케이스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영화를 유심히 못 봤던 탓인지 소설에서 아주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는 한니발 렉터 박사에 대한 신체적 특징이 유독 인상 깊게 다가왔다. 그것은 그에게 다지증이 있다는 설정이다. 이러한 설정이 작품에서 아주 비중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니발이라는 인물이 가진 독특성을 기형이라는 요소로 보여준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조사를 하는 데 있어 거부감을 가지는 근거로 “수량화”를 거듭 언급하는 것이 눈에 띄기도 한다. 통계적인 분석으로 패턴을 읽어낸다든지 쉽게 범주화할 수 없는 이 시대의 인간상에 대해 극단적인 인물을 통해 비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작품의 주인공인 클라리스 스탈링의 상관인 부장 잭 크로포드의 인물 정보가 더 풍부하게 나와서 작품을 읽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일에 있어서는 철두철미하며 부하의 존경심과 충성심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능력 이면에 아내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자리 잡고 있는 캐릭터 묘사는 영화에서 부하이자 매력적인 여성이기도 한 스탈링과의 미묘한 심리적 연결고리가 좀 더 인간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되고 있음을 알려주는 장치가 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또 영화에서는 전환점으로 심도 있게 묘사되는 장면이 의외로 소설에서는 밋밋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담백하고 서술되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시신의 목구멍에서 벌레가 처음 발견되는 장면은 그렇게 극적으로 묘사되지 않았다는 차이가 보였다.







여자를 살해해서 그 가죽을 벗기고 시신을 유기하는, ‘버펄로 빌’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연쇄살인 용의자를 잡기 위해 천재 정신과 의사이자 역시 잔혹한 소시오패스 연쇄살인마이기도 한 한니발 렉터 박사의 도움을 구하는 FBI 요원들, 이라는 것이 이 작품의 기본 설정이다. 무시무시한 이야기임에도 불과하고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을 모두 매력적으로 그리고 있어 사건의 심각성이 다소 희석되는 느낌도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현대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범죄와 정신이상, 사이코패스 혹은 소시오패스라는 소재를 통해 자극적이지만 문학적 탁월함을 어느 정도 갖추면서 묘사하고 있어 장르소설로서 상당한 성취를 이뤘다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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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9 기계가 멈추는 날 - AI가 인간을 초월하는 특이점은 정말 오는가
게리 마커스.어니스트 데이비스 지음, 이영래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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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보고서 많은 이들이 의아하게 생각한 것은 저 대국이 과연 공정한 대결인가 하는 것이었다. 나도 처음에 당연히 알파고 인공지능이 탑재된 하드웨어 한 대가 와서 이세돌과 대국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바다 건너 알파고를 만든 회사 본사까지 연결된 통신망을 통해 수많은 컴퓨터들의 계산과 싸우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쯤되면 이건 그냥 거대한 한 시스템과 인간 한 사람이 대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대결 자체가 성립되어서는 안 되는 조건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이런 부분은 크게 논란이 되지 않았고 사람들은 대체로 인공지능으로 변화될 미래 사회의 전망에만 집중하는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이제 인공지능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은 물론이고, 살아가는 마음가짐, 예를 들어 인간으로서 자존감을 얻는 방식조차 바꿔야 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는 미래 예측에 대해 호기심과 두려움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국내에 출간된 『2029 기계가 멈추는 날』의 저자들은 AI의 “현재 상태”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평가하며 진짜 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 개선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딥러닝의 차원을 넘어선 ‘딥 언더스탠딩'(deep understanding), 즉 심층적 이해에 대한 문제의 해결점이 보이는 그 순간이 진정한 의미에서 AI의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심층적 이해란 추론, 상식, 건전한 응용, 가치관 등의 개념이 자연스럽게 인공지능을 통해 구현되는 상태를 말한다. 다시 말해 지금의 인공지능은 매우 과대평가되어 있다는 말이다. 현재 인공지능의 발전에 있어 대다수의 성공은 빅데이터, 딥러닝, 빠른 하드웨어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진전이 이뤄진 영역인 ‘대상 인식’은 의미를 이해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대상 인식에 머무른 인공지능의 현재 수준은 안전이나 사회 혼란 초래 같은 위험 요소가 다분하기에 기껏해야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한다. “전반적인 능력은 떨어지나 특정 분야에서 비범한 능력을 보이는 ‘디지털 서번트’”. 따라서 이 책에서는 반복적으로 현재의 AI에 대해 ‘제한적’narrow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인공범용지능(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인공지능 기술에 더 이상의 발전은 없다는 게 저자들의 논지다. ANI(artificial narrow intelligence)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 문제는 지금 이 단계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은 완벽한 정보가 주어진 게임에서 활약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 유행하는 광고나 상품 추천에는 최적일지 모르나 인간에게 정말 안전하고 유익하고 도움이 되는 인공지능으로 가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저자들은 열린계(개방성-무한성-다양성-복잡성)와 닫힌계(폐쇄성-유한성)의 비교를 통해 현재 인공지능이 어떤 필드에서 한계를 보이는지 설명한다. “바둑”은 폐쇄성의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인공지능 기술이 선보인 활약과 성공은 닫힌계에서의 성공이다. 그러나 닫힌계에서의 성공이 열린계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을 저자들은 낱낱이 밝히고 있다.

 

저자들은 현재 인공지능 기술의 한계와 그 해결의 실마리가 인간의 정신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인간이 자신과 주변을 인식하고 세상을 이해하고 처리하는 방식을 적용하지 않고서는 인공지능의 기술의 미래가 더 나아가지 못함을 의미한다. 추상화와 일반화라는 정신 활동을 비롯하여 인풋과 아웃풋으로 설명할 수 없는 언어의 미묘함, 맥락에 대한 이해 부족 등이 직시해야 할 문제들이다. 이 책은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기술의 발전으로 인공지능 자체가 큰 발전을 이루었지만 고도의 기계적인 데이터 처리와 표면적인 패턴 발견의 차원과는 다른 심층적 이해의 단계로 나아가는 것만이 인류가 꿈꾸는 인공지능의 세계로 이끌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미디어를 통해 노출되는 인공지능에 대한 가공된 이미지나 빈약한 정보에 지나친 기대나 열광, 두려움, 경계심 같은 것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현재 있는 그대로의 인공지능의 발전 현황을 보여주고 어디까지 성과를 이루었고 무엇이 과제인지를 객관적으로 밝히고 있어 독자로 하여금 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인공지능에 대한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소개된 인공지능 관련 참고문헌들을 기회가 된다면 같이 두루 살펴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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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는 왜 아프리카에 갔을까 - 거짓 관용의 기술
리오넬 아스트뤽 지음, 배영란 옮김 / 소소의책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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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의 행위에는 분명한 의도가 있고, 이 의도는 교묘하게 감춰지기도 한다. 대신 진짜 목적을 숨기고 그럴듯한 명분을 통해 대중을 속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신간 『빌 게이츠는 왜 아프리카에 갔을까』는 공공의 이익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자선 자본주의의 민낯, 공공재의 사유화라는 문제를, 빌 게이츠의 행적을 통해 고발한다. 이 책에 따르면 빌 게이츠는 공공재를 사유화한 악마와 같다. 그는 자선자본가의 위선을 여지없이 보여주며, 생물다양성과 전통사회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파괴자요, 공공의 재산을 가로채어 부를 축적해왔으면서도 그것에 대해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도둑놈과 다름없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에 묘사된 빌 게이츠 같은 사람들은 자기가 영원히 살 수 있는 존재라고 믿는 것 같다. 인간의 유한성을 외면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패악한 짓들을 벌일 수 있을까? 그는 지구의 생물권 전체에 해가 되는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지지하면서, 오로지 기술만이 모든 인류의 문제의 해법인 양 시대를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인류의 당면 과제인 식량, 빈곤, 보건, 의료,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 최근 그가 보여준 행보의 속내는 악마도 고개를 저을 만큼 사리사욕으로 똘똘 뭉친 인간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치 중국 사람이 다리 달린 것은 책상과 의자 빼놓고는 다 먹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자본가들은 자선과 기부라는 행위조차도 사업 대상이나 수단으로 활용해 부를 축적하는 데 여념이 없다. 특히 공공재와 마찬가지였던 프로그램 언어를 이용해 만든 주제에 거기에다가 특허, 즉 지적재산권을 취득해 부를 늘린 빌 게이츠는 더 큰 먹잇감인 ‘선행’이라는 인간의 선한 의지를 기업활동에 접목시켰다. 사업과 선행을 결부시키고, 수익활동을 빈민구제를 연계시키는 방식으로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부를 증대시키는 탁월한 사업 감각을 보여주었다.







그는 뻔뻔하기 짝이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조세회피 전략은 결과적으로 미국 재무부, 다시 말해 시민의 세금으로 자선사업 기금을 충당하는 격이라는 내용을 보면서, 결국 최종 목적은 자신의 이익밖에 없으며, 인류의 공동 유산이나 쌓아온 가치 따위는 개나 줘버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 물론 그런 것들이 자기 사욕을 채우는 데 도움이 된다면 또 언제 태도를 바꿀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의 돈이 떨치는 위용은 언론에까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여 자신에 대한 정당한 비판조차 음모론과 뒤섞이게 하여 실체를 감추는 데 성공했다.

 

빌 게이츠의 궁극적인 의도가 사악한 이유는, 재단과 관련한 재정 문제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게이츠 재단에 기금을 대는 기업들은 하나같이 빈곤의 확대에 일조하고 사회정의를 해치며 세계 경제구조를 불평등하게 만드는 곳들이다. 인권과 노동권 유린, 환경 파괴, 조세 회피 정책을 펴는 것으로 비판 받는 그런 곳들 말이다. 이들은 서로 공생하는 관계로서, 사익을 위해 공익 활동을 하는 기만과 위선에 충실한 자들이다. 특히 아프리카의 농업에 영향을 미치려는 빌 게이츠의 전략에서 특허종자와 화학비료에 대한 아프리카 농민들의 의존도를 높이게 하고 생태적 대안을 배제하는 모습은 우리가 더 이상 드러나는 모습만으로 빌 게이츠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사실, 전쟁이라는 최악이면서도 합법적인 살인 사업이 횡행하는 것이 역사였고, 지금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 것들을 보면 빌 게이츠의 자선 자본주의는 애교 정도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엄밀히 얘기하자면 자선 자본주의는 가장 고도로 진화한 형태의 제국주의이자 인종차별이자 사기행각이자 위선이자 기만이자 살인 행위이자 지구 파괴 행위라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신간 『빌 게이츠는 왜 아프리카에 갔을까』는 우리가 개돼지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보고 특정인을 찬양하지 않도록 합리적인 경계심을 갖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다. 아프리카에 대한 중국의 확대되는 영향력도 심상치 않은 상황인데, 이 둘의 관계는 어떻게 조율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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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에 대한 9가지 평론 - 이 사설은 공산당에 대한 사형선고 판결문이다
구평 편집부 지음 / 에포크미디어코리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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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의 암울한 현실과 미래에 대응하여 제시된 것이 공산주의 사상이다. 이론상 완전한 단계인 공산주의로 이행하는 단계에서 사회주의가 필요하다. 정리하면,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 사회주의에서 공산주의로의 완성 과정이 역사라는 기본 사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인간의 본성이다. 공산주의 사상은 인간의 정신이 완전한 평등과 공정을 실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간과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자신의 이익을 정당화하기 위해 공산주의 자체를 왜곡하고 변질시켜 그럴 듯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인간의 더욱 악한 본성을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신간 『공산당에 대한 9가지 평론』은 이것이 가장 극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사례가 바로 현재의 중국임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눈에 띄는 내용은 대략 네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모든 것, 특히 이 책에서 말하는 오늘날의 공산주의까지 포함하여 모든 것은 결국 소수의 권력을 정당화하고 유지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르크시즘이 처음 나오고 발전되어가면서 제시된 이상들은 과거의 유물이 된지 오래고, 지금 남아 있는 것은 오로지 수단화된 죽은 공산주의라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둘째, 공산당의 투쟁 철학이 매우 폭력적이고 아전인수식으로 변질된 성질이라는 것이다. 혁명의 성질상 폭력이 불가피한 것이었는지는 몰라도,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폭력과 탄압이 계속적으로 정당화되어왔다는 것이며, 이런 행태를 통해 중국 공산당의 역사가 사악, 기만, 선동, 투쟁, 약탈, 깡패, 이간질, 소멸, 통제라는 아홉 가지 유전자로 정착해왔음을 볼 수 있다. 태생적으로 공산주의는 독재를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당성에 대한 설명이다. 당성이란 “당의 성질”로서 소속정당을 위한 적극적인 충실성을 말한다. 문제는 이것이 사람의 기본적인 인성이나 도덕성, 윤리의식보다 우선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로 인해 당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기존에 세웠던 철학이나 법, 규칙 같은 것들이 변질되어도 그것이 부자연스럽지 않다는 식으로 납득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나온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극히 이기적으로 바뀐 중국 사회의 분위기다. 옳고 그름, 선악의 관념이 중국인들에게 없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살아남는 가장 기본적인 소양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당 차원에서 이익과 생존을 위해 저지른 많은 악행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만 살아남고 잘 먹고 잘 살 수만 있다면, 특히 당원만 될 수 있다면 가장 좋은 것이고 남은 어찌되어도 좋다는 인식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잠재적으로 서로를 증오하고 투쟁하는 상태로 만든 것이다.

 

넷째, 중국의 유구한 역사와 문화가 변질되고 왜곡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중국 공산당의 난폭함과 포학무도함을 진시황에 비교한다. 진시황은 자신의 권력을 위해 당대까지 쌓아오던 문화와 지식, 지식인들을 모두 제거해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중국의 역사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우리는 춘추전국시대로부터 비롯된 중국의 사상과 문화의 빛나는 업적을 고전이나 역사 자료를 통해 알고 있다. 역사만 보면 중국만큼 매력적인 나라가 드물다. 그러나 과거의 중국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영광과 찬란함, 위대함을 현대 중국에서 발견할 수 있는가? 공자에 대한 역대 공산당의 입장 변화만 봐도 얼마나 자기네 역사를 하찮게 만드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을 발간한 에포크타임스는 일반적으로 극우 반중 성향의 매체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책을 읽을 때 이 점을 감안하고서 보면 좋을 것 같다. 혹자에 의하면 음모론과 비과학적 주장을 신봉하는 반지성주의 성향도 보인다고 평가되는데, 적어도 중국 관련 보도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대중적인 미디어로 보기 힘들기 때문에 이곳에서 발간된 책을 선뜻 읽어볼 마음이 들지 않았는데, 막상 읽어보니 역사적으로 이론으로서의 공산주의가 어떤 식으로 인간에 의해 소수의 권력을 위한 독점의 도구로 변질되었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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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꿈틀 마음 여행
장선숙 지음, 권기연 그림 / 예미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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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꿈틀 마음여행』은 휴식 같은 책이다. 장선숙 작가의 왼쪽 한 페이지를 채우는 다정한 글과, 권기연 작가의 오른쪽 한 페이지를 채우는 따뜻한 캘리그라피가 이 책의 기본적인 구성이다. 이 구성을 하나로 연결하는 도구는 ‘의태어’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 있는 대부분의 의태어를 다 소개하고 있는 것만 같다. ‘의태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소리 이외의 현상, 상태의 모방을 발음의 느낌에 의해 상징적으로 묘사한 어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더 쉽게는, 사람이나 사물의 모양이나 움직임을 흉내 낸 말이라고 한다. 우선 이 책의 제목에서 사용된 ‘꿈틀꿈틀’,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쉬엄쉬엄’, ‘무럭무럭’, ‘곰곰이’, ‘대롱대롱’, ‘소곤소곤’, ‘꿈틀꿈틀’, ‘어슬렁어슬렁’, ‘나긋나긋’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계절의 흐름을 따라간다. 겨울과 봄, 여름과 가을로 이어지며 환절기를 마지막 장에 배치했다. 각 계절의 느낌을 살리는 의태어들이 주제가 되는 글들로 채워져 있다고 생각될 수 있는데, 읽다 보면 계절의 느낌에 꼭 맞췄다고 보기는 힘들다.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친절하고 희망을 주는 글들이라 각 계절마다 고유의 긍정적인 이미지들을 다 살리는 것 같다. 캘리그라피는 그 글의 핵심이 되는 내용을 대체로 한 문장으로 압축하는 짧은 글귀와 심플한 수채화 이미지로 전하고자 하는 감성을 직관적으로 표현한다.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장선숙 작가의 개인적인 체험과 감상, 느낌을 풀어낸 것들이며, 연속성보다는 그때그때의 소중한 교훈이나 메시지 같은 것들을 풀어내는 느낌으로 서술되어 있다. 따라서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휴식을 취할 때나 마음의 안정이 필요할 때 한두 장씩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정독하는 책은 아니고, 시집처럼 글 하나 캘리그라피 하나를 천천히 음미하며 즐기는 방식이 어울리는 책이다.

 

각 이야기들의 제목이 되는 의태어들은, 이야기의 마지막 문장 이후 페이지 말미에 그 의태어의 사전적 의미를 알려주며 한 꼭지가 마무리된다. 그럼 특이하거나 눈에 띄는 의태어를 몇 살펴보자. 우선 작가서문에 해당하는 글에서 ‘사부랑삽작’이라는 낯선 표현이 나온다. 대강 느낌과 의미는 ‘사부작사부작’과 비슷하다. ‘되똥되똥’이라는 표현도 나오는데 이는 “작고 묵직한 물체나 몸이 중심을 잃고 가볍게 이리저리 기울어지면서 자꾸 흔들리는 모양”이라고 한다. 이처럼 설명이 지나치게 길다 싶은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이런 느낌을 ‘되똥되똥’이라는 간단한 표현으로 압축하는 우리말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워럭워럭’은 더운 기운이 몹시 성하게 일어나는 모양으로, 이제부터 한여름으로 이어지는 당분간 자주 생각이 날 표현 같다. 표현은 신선한데 뜻은 평범한 경우로는 ‘발밤발밤’이라는 어쩐지 먹는 밤이 떠오르는 표현이 있는데,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걷는 모양’이라고 한다.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들떠서 지내는,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느낌을 담은 표현으로 ‘어우렁더우렁’이 소개된다.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우분투”, 즉 사람다움의 의미까지 아우르는 이 표현은 이 책이 지향하는 가장 소중한 가치다. 이 책은 우리말이 사람의 마음을 참 잘 어루만져 주는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이런 느낌이 곧장 캘리그라피로 잘 구현되어 있어 보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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