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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꿈틀 마음 여행
장선숙 지음, 권기연 그림 / 예미 / 2021년 6월
평점 :
『꿈틀꿈틀 마음여행』은 휴식 같은 책이다. 장선숙 작가의 왼쪽 한 페이지를 채우는 다정한 글과, 권기연 작가의 오른쪽 한 페이지를 채우는 따뜻한 캘리그라피가 이 책의 기본적인 구성이다. 이 구성을 하나로 연결하는 도구는 ‘의태어’다. 이 책은 우리나라에 있는 대부분의 의태어를 다 소개하고 있는 것만 같다. ‘의태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소리 이외의 현상, 상태의 모방을 발음의 느낌에 의해 상징적으로 묘사한 어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더 쉽게는, 사람이나 사물의 모양이나 움직임을 흉내 낸 말이라고 한다. 우선 이 책의 제목에서 사용된 ‘꿈틀꿈틀’,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쉬엄쉬엄’, ‘무럭무럭’, ‘곰곰이’, ‘대롱대롱’, ‘소곤소곤’, ‘꿈틀꿈틀’, ‘어슬렁어슬렁’, ‘나긋나긋’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계절의 흐름을 따라간다. 겨울과 봄, 여름과 가을로 이어지며 환절기를 마지막 장에 배치했다. 각 계절의 느낌을 살리는 의태어들이 주제가 되는 글들로 채워져 있다고 생각될 수 있는데, 읽다 보면 계절의 느낌에 꼭 맞췄다고 보기는 힘들다.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친절하고 희망을 주는 글들이라 각 계절마다 고유의 긍정적인 이미지들을 다 살리는 것 같다. 캘리그라피는 그 글의 핵심이 되는 내용을 대체로 한 문장으로 압축하는 짧은 글귀와 심플한 수채화 이미지로 전하고자 하는 감성을 직관적으로 표현한다.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장선숙 작가의 개인적인 체험과 감상, 느낌을 풀어낸 것들이며, 연속성보다는 그때그때의 소중한 교훈이나 메시지 같은 것들을 풀어내는 느낌으로 서술되어 있다. 따라서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휴식을 취할 때나 마음의 안정이 필요할 때 한두 장씩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정독하는 책은 아니고, 시집처럼 글 하나 캘리그라피 하나를 천천히 음미하며 즐기는 방식이 어울리는 책이다.
각 이야기들의 제목이 되는 의태어들은, 이야기의 마지막 문장 이후 페이지 말미에 그 의태어의 사전적 의미를 알려주며 한 꼭지가 마무리된다. 그럼 특이하거나 눈에 띄는 의태어를 몇 살펴보자. 우선 작가서문에 해당하는 글에서 ‘사부랑삽작’이라는 낯선 표현이 나온다. 대강 느낌과 의미는 ‘사부작사부작’과 비슷하다. ‘되똥되똥’이라는 표현도 나오는데 이는 “작고 묵직한 물체나 몸이 중심을 잃고 가볍게 이리저리 기울어지면서 자꾸 흔들리는 모양”이라고 한다. 이처럼 설명이 지나치게 길다 싶은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이런 느낌을 ‘되똥되똥’이라는 간단한 표현으로 압축하는 우리말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워럭워럭’은 더운 기운이 몹시 성하게 일어나는 모양으로, 이제부터 한여름으로 이어지는 당분간 자주 생각이 날 표현 같다. 표현은 신선한데 뜻은 평범한 경우로는 ‘발밤발밤’이라는 어쩐지 먹는 밤이 떠오르는 표현이 있는데,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걷는 모양’이라고 한다.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 들떠서 지내는,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느낌을 담은 표현으로 ‘어우렁더우렁’이 소개된다. ‘우리가 있기에 내가 있다’는 “우분투”, 즉 사람다움의 의미까지 아우르는 이 표현은 이 책이 지향하는 가장 소중한 가치다. 이 책은 우리말이 사람의 마음을 참 잘 어루만져 주는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이런 느낌이 곧장 캘리그라피로 잘 구현되어 있어 보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네이버 「리앤프리 책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