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철학이야기 - 2020 세종도서 교양부문
강성률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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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진리에 대한 탐구, 혹은 진리를 탐구하는 행위라고 한다. 무척 명쾌한 정의인 것 같지만 또 진리란 무엇이며 왜 진리를 탐구해야 하는가 등의 의문이 들면 시원하지 않은 느낌이 들기도 하는 표현이다. 조금 쉽게 이야기하자면 삶이란 무엇이며 그 의미와 가치는 어디에 있는가? 인간의 삶을 지배하는 근본 법칙은 있는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그 법칙의 작용이 목적하는 바는 무엇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나는 누구인가? 등에 대한 답을 구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철학이 다루는 이런 문제들은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없는 비실용적 지식이지만, 실용적인 삶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존재의 기초, 기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철학은 무시할 수 없는 행위 혹은 학문이 된다.

 

그러나 철학을 처음 접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철학 입문서들은 오히려 본론에 들어가기도 전에 넘어야할 하나의 커다란 산이 되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지식의 경량화가 하나의 트렌드가 되어 있어서인지 철학자와 철학 이론이 간략한 내용으로 편집되어 소개하는 내용의 책들이 시장에 많이 나오고 있다. 색깔이 약간 다르지만 지대넓얕 시리즈같은 것들이 대히트를 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그러나 그런 대중적 인기를 등에 업은 저서들로도 철학이나 여타 지적 여정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는다면 이번에 출간된 거꾸로 읽는 철학이야기가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거꾸로 읽는 철학이야기는 철학자들이 남긴 유명한 말의 숨겨진 진실, 말장난 같은 궤변 속에 담긴 속뜻, 너무 오래된 인물일 경우 그 사람이 정말 존재했던 인물인지 여부 논란, 일관적이지 않은 철학자들의 다양한 성장 배경, 그들이 자라온 환경, 개인적 성향, 주변 인물로부터의 영향 등의 뒷이야기들을 통해 각각의 철학자가 어떻게 독특한 자기만의 사상과 철학 이론을 구축할 수 있었는지 생각하게 해준다. 다시 말해 그들의 삶을 통해 각각의 철학적 지평이 어떻게 펼쳐지게 되었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특히 동서양을 넘나들며 소개하는 폭넓은 인물들의 면면들을 보면 저자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기 위해 무척 신경 쓴 인상을 준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주제가 지닌 방대한 범위를 독자들의 흥미에 맞게 잘 요약했다는 점이다. 때문에 다 읽고 나서 좀더 자세히 알고 싶은 부분도 생기게 되는데, 내 생각에 이 책의 목표는 독자들로 하여금 철학의 세계에 불시착 하지 않고 안전하게 내려서게 하는 것, 그리고 조금 더 용기와 흥미를 가지고 과감히 발을 내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 생각이 맞다면 목표 달성에 포함되는 독자들이 제법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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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유용한 퇴근길 법툰
임남택 지음 / 넥서스BOOKS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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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처럼 당장 우리 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과 관련된 법률 지식을 친근한 만화 형식으로 풀어내어 법에 대한 거리감과 부담감을 효과적으로 줄이면서, 법 지식에 한발 가깝게 이끌어주는 정말 유용한 내용을 담고 있다.

 

내용은 간단하다. 법의 여신 디케가 법을 무시하고 지키지 않는 인간들에게 실망하여 본분을 잊고 술에 빠져 지내고 있던 어느날,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던 어머니 테미스 여신이 딸의 법의 신 자격을 박탈한다. 그러나 인간 세상(대한민국)에서 법률 상담 100건의 실적을 채우면 제자리로 돌려줄 것을 약속한다.

 

인간 세상에서 스스로 생활비를 벌면서 지내는 가운데 디케는 여러 인간들을 만나게 되고, 그 인간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 상황에서 그에 대한 법률적 지식 및 대응 방법을 상담해주고 해결책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앞서 말했듯이 법의 여신 디케가 인간 세상에 와서 법률 상담을 하게 된 경위와 함께, 인간 세상에 정착하기 위하여 집을 얻고 전입 신고를 하는 내용이 나온다. 2장부터 구체적인 사례가 등장하는데, 2장은 환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3장은 몰카 범죄에 관하여, 4장에서 6장까지는 돈을 빌려간 사람이 갚지 않고 버티는 상황을, 7장은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인세 문제를, 8장은 블랙컨슈머에 관하여, 마지막 9장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콘서트 티켓을 거래하면서 생긴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한마디로 100건의 법률 상담 실적을 올려야 하는 디케의 초기 6건에 관한 보고서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을 보면서 낯설었던 생활 법률 지식을 차근차근 알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부당이득, 부당이득반환청구권, 검거율과 기소율의 상관관계, 지급명령, 지급명령신청, 청구취지, 청구명령, 보정명령, 사실조회, 편취행위, 채권양도, 양도통지 등의 개념들이 나오는데 그냥 보면 어렵게 느껴지지만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만화 형식의 전달 방법이 비교적 쉬운 이해를 돕는다.

 

 

 

만화 형식으로 각 사례와 관련된 법률 지식을 알려준 다음 동일한 내용을

다시 글 형식으로 정리하여 알려주면서 반복학습의 효과를 준다.

 

 

 

그리고 각 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핵심적인 내용을 다시 간략하게 정리해주는 구성의 친절한 책이다.



과연 우리의 디케 여신님은 무사히 '대한민국에서의 법률 상담 100건 미션'을 완수할 수 있을까?

법이 필요한 생활 속의 사건, 사고 사례들은 무수히 많으니 다음권을 통해 계속해서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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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씨돌, 용현 -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SBS 스페셜 제작팀 외 지음 / 가나출판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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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살다 가고, 살아 가고, 살아갈 모든 사람들의 삶이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들 하지만, 정말 깊이 인간이라는 존재를 사랑하고 긍휼히 여길 줄 아는 이가 아니라면 참 적용되기 어려운 말이다. 그리고 인간의 경험과 관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모든 이의 삶에서 의미를 찾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범위를 정하고 조건을 좁혀 어떤 이의 삶이 모범적이고 교훈적이며 감동적이기까지 한 경우를 가려내어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일들을 하곤 한다. 혹은 괴짜나 특이한 이력의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생경하거나 놀랍거나 흥미로운 감동을 전달하기도 한다.

 

씨돌 아저씨의 삶은 처음엔 독특한 것 투성이였다.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이상한 사람이었다. 정신이 나간 사람 같으면서도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던 특이한 사람. 그러나 사람은 겉만 보고는 알 수 없는 것, 조금씩 씨돌 아저씨의 삶과 가까워지고 속내가 비춰지면서 이 사람은 우리 사회에 하나의 메시지를 던져주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었나,에서 그 사람이 있었기에 우리 현대사의 기초 중 한 부분이 세워질 수 있었던 사실을 발견하는 과정이 다큐멘터리에 잘 담겨 있었다.

 

그는 의로운 사람이었다. 의롭다는 것은 옳은 것과 바른 관계를 의미한다. 그의 삶의 행적은 물질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것이었지만, 그런 어리석음 같은 것을 논하는 짓거리가 가능해진 것도 이런 분들의 헌신과 열정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옳다고 믿는 것을 실천한 사람이었고, 세상과의 바른 관계를 지켜나가기 위해 아주 단순하게 움직였다. 그의 삶에는 욕심이 없었다. 그 욕심 없음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해주었다. 그런데 이 마음을 움직이는 하나의 사연이 하나의 유행에 지나게 되지 않을까 안타깝다.

 

SBS 방송국 다큐멘터리 제작 팀에서 참 소중한 보물을 기록으로 남겨주었다. 영상의 내용이 책으로 깔끔하게 잘 옮겨졌다. 촬영 대상자와의 인간적인 교감이 없었다면 이런 결과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 현대사의 상처도 함께 떠올랐다. 우리의 현대사가 어떻게 이어져왔는지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세상에 살아 계시는 동안, 조금이라도 더 건강해져서 많은 사람들에게 특유의 괴짜스러움으로 웃음과 가르침을 전해주실 수 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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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언어학 - 우리가 미처 몰랐던 고양이의 속마음
주잔네 쇠츠 지음, 강영옥 옮김 / 책세상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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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릴 적 기억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고양이가 사람들에게 가까이 가는 걸 본 적이 없다. 만약 있었더라도 매우 드물었기 때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 것 같다.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고양이는 매우 성가시고 멀리하고 싶은 존재였다. 그런데 고양이가 개만큼이나 친숙해지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아마 2010년대에 들어서고서였을 것이다. 먼저 주목을 받은 건 길고양이였던 것 같다. 어느 작가가 길고양이를 주제로 한 사진들이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일본의 고양이섬 같은 것이 소개되기도 했고. 그리고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기 시작한 건 옥탑방 고양이처럼 고양이에 대한 단어 자체가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오게 한 문화콘텐츠들의 영향도 있지 않았나 싶다. 최근에는 교육방송에서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의 성공 이후 고양이를 부탁해같은 비슷한 맥락의 프로그램을 연이어 내놓았다.

 

고양이가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나라로 일본을 들 수 있는데, 우리나라가 그렇지 못했던 것은 예전에 고양이를 영물이라 하여 싫어하고 멀리했던 분위기가 심했기 때문이라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문화적 토양이 바뀌면서 특정 동물들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화했는데 대표적인 예가 고양이일 것이다. 이제는 개와 함께 대표적인 반려동물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개와는 다른 독립적이고 덜 의존적인 특성이 오히려 고양이를 더 선호하게 만드는 현상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캣맘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부터 대중매체에서 고양이에 대한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까지 참 많은 것들이 변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의 인식 변화는 반대로 고양이가 사람들에게 먼저 조금씩 다가오게 만드는 결과를 만들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했다. 보자마자 도망가버리고 사라져버리던 게 바로 고양이였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그런 변화가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 있었다. 신호도 없었고 부르지도 않았는데 한 마리의 검은 고양이가 자리를 잡고 새끼들을 낳고 그 새끼들이 커서 우리집 마당에 지금까지 자리잡고 가족인 듯 남인 듯 그렇게 연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어떤 고양이는 우리집이 안전하다고 판단했는지 이미 자리잡고 있는 고양이가 있으니 너는 다른 데로 가라고 내쫓아도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같이 지내는 상황이 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고양이 언어학은 무차별적으로 쏟아져나오는 고양이 관련 서적들 가운데서 특별히 눈에 띄는 구석이 많은 책이다. 개인적이고 감상적인 고양이와의 관계를 다룬 이미지와 감각적 글들이 대다수인 고양이 관련 서적들의 홍수 속에서, 일단 언어학과 음성학을 연구하는 고양이 덕후가 자신의 애정에 그치지 않고 과학적으로 고양이의 몸짓과 소리를 체계화하여 커뮤니케이션 가능성까지 모색해보는 독특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다소 전문적이고 연구보고서 같은 내용도 담고 있어 조금 지루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고양이를 키우거나 가까이 두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무척 흥미롭고 고양이를 좀 더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완전한 고양이 언어 이론을 제시하고 있지는 못하나, 지금까지 저자가 시도하고 쌓아온 많은 데이터들을 토대로, 고양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몸짓이나 소리를 내었을 때 최소한 어떤 의사표시를 하고 있는가를 추정하고 확인해볼 수 있는 틀을 제공했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앞으로 동물들의 의사소통과, 나아가 인간이 이런 동물의 언어시스템을 파악함으로써 동물과의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꿈 같은 소리를 현실의 영역으로 조금씩 끌어올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함으로써, 관련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길을 열어준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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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갗 아래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몸에 관한 에세이
토머스 린치 외 지음, 김소정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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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작가 열다섯 명이 인간이라는 존재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몸을 구성하는 부분들을 고찰하고 써 내려간 열 다섯 편의 글을 모아 엮은 것이다.’(p.20)

 

열다섯 명의 작가들은 자기 자신을 이루는 부분들을 이해하면 우리가 처한 모든 곤경과 상황을 조금은 더 잘 알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고 내장과 폐 그리고 담낭이나 피부 같은 유력한 용의자들의 목록을 만들어 살펴보았다.’(p.20~21)

 

이 책은 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 몸을 이루는 각각의 기관들은 15명의 작가들을 통해, 어떤 이야기는 추상적이고, 어떤 이야기는 의학적이며, 어떤 이야기는 개인의 경험과 연결지어서, 어떤 이야기는 사회적인 의미로서, 또 어떤 이야기는 우주적인 의미로 확장되어 전달된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소재나 방식이 두 개 이상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기관에 대한 생각을 보다 효과적이고 다채롭게 전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작가들은 인간과 인간성, 인간을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나오는 복잡하고 다양한 잡음들, 존재의 본질과 그 본질을 규명하는 데 있어 부분과 전체의 관계를 간략하지만 비교적 정교하게 다루고 있다. 읽기에 부담이 없지만 그렇다고 내용이 그렇게 가볍지 않다는 말이다. 생각을 단절시키지 않고 연결하고 공명하여 확대하고 확장시킬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는 좋은 책이다. 예를 들어 피부에 대해 다룰 때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나타나는 피부의 변화를 통해 인간의 늙어감이 부정적인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아름다움의 발현임을 생각하게 한다. 에 관한 이야기를 다룰 때는 시문학과 연결시켜 인간의 호흡이 생물학적인 요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 차원에서의 호흡이라는 신비한 작용과 의미도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맹장을 다룰 때는 가장 부질없어 보이는 것들도 인생의 어느 상황에 따라, 상대적으로 그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린 아이일 때는 몸에 대해 크게 의식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주어져 있기에 마구 사용했고, 체계적으로 관리하지도 못했고, 그렇게 관리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어느 날 한낮에, 태양을 이겨보겠다고 눈을 부릅뜨고 그렇게 직시하던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시력이라는 것이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할 때쯤, 안경을 껴야만 제대로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쯤에야, 맨눈인 상태가 그렇게 자유롭고 편안한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것에 후회가 밀려들었다. 이후에도 그런 식으로 내 몸의 부분부분들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달아가는 실수를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이 책을 읽어보니 아직 내 몸의 많은 부분들이 그 소중함을 확인받지 못한 채, 존재감은 없어도 확실히 자기 역할을 묵묵히 해내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다가 어느 부분이 탈이 나게 되면, 그 부분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또 후회하고 아파하리라 - , 그러지 말라고 신께서 이 책을 내게 붙여주신 것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인간의 몸은 하나의 우주와 같다고 하여 소우주라는 별칭이 있는데, 우주까지 갈 것도 없이 아직 미지의 동산인 내 몸을 귀히 여기고 잘 탐색하여, 죽는 날까지 덜 아프고 더 건강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건강해야 마음이 건강한 것이다. 요즘 들어 몸이 다시 무거워지면서 감정이 가라앉는 걸 많이 겪고 있는데, 이것은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나와 연결된 사람들, 일들, 세상과의 불화까지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몸은 세상과 나라는 자아 사이의 경계와 같은 것이다. 어떤 독자에게는 이 경계선이 엉망진창이 되지 않도록 잘 보살필 수 있는 지혜 혹은 방법을 이 책 살갗 아래에서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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