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언어학 - 우리가 미처 몰랐던 고양이의 속마음
주잔네 쇠츠 지음, 강영옥 옮김 / 책세상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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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릴 적 기억으로는 우리나라에서 고양이가 사람들에게 가까이 가는 걸 본 적이 없다. 만약 있었더라도 매우 드물었기 때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 것 같다. 내 개인적인 경험으로도 고양이는 매우 성가시고 멀리하고 싶은 존재였다. 그런데 고양이가 개만큼이나 친숙해지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아마 2010년대에 들어서고서였을 것이다. 먼저 주목을 받은 건 길고양이였던 것 같다. 어느 작가가 길고양이를 주제로 한 사진들이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일본의 고양이섬 같은 것이 소개되기도 했고. 그리고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기 시작한 건 옥탑방 고양이처럼 고양이에 대한 단어 자체가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오게 한 문화콘텐츠들의 영향도 있지 않았나 싶다. 최근에는 교육방송에서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의 성공 이후 고양이를 부탁해같은 비슷한 맥락의 프로그램을 연이어 내놓았다.

 

고양이가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나라로 일본을 들 수 있는데, 우리나라가 그렇지 못했던 것은 예전에 고양이를 영물이라 하여 싫어하고 멀리했던 분위기가 심했기 때문이라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문화적 토양이 바뀌면서 특정 동물들에 대한 인식도 많이 변화했는데 대표적인 예가 고양이일 것이다. 이제는 개와 함께 대표적인 반려동물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개와는 다른 독립적이고 덜 의존적인 특성이 오히려 고양이를 더 선호하게 만드는 현상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캣맘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부터 대중매체에서 고양이에 대한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까지 참 많은 것들이 변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의 인식 변화는 반대로 고양이가 사람들에게 먼저 조금씩 다가오게 만드는 결과를 만들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했다. 보자마자 도망가버리고 사라져버리던 게 바로 고양이였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그런 변화가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 있었다. 신호도 없었고 부르지도 않았는데 한 마리의 검은 고양이가 자리를 잡고 새끼들을 낳고 그 새끼들이 커서 우리집 마당에 지금까지 자리잡고 가족인 듯 남인 듯 그렇게 연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어떤 고양이는 우리집이 안전하다고 판단했는지 이미 자리잡고 있는 고양이가 있으니 너는 다른 데로 가라고 내쫓아도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같이 지내는 상황이 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고양이 언어학은 무차별적으로 쏟아져나오는 고양이 관련 서적들 가운데서 특별히 눈에 띄는 구석이 많은 책이다. 개인적이고 감상적인 고양이와의 관계를 다룬 이미지와 감각적 글들이 대다수인 고양이 관련 서적들의 홍수 속에서, 일단 언어학과 음성학을 연구하는 고양이 덕후가 자신의 애정에 그치지 않고 과학적으로 고양이의 몸짓과 소리를 체계화하여 커뮤니케이션 가능성까지 모색해보는 독특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다소 전문적이고 연구보고서 같은 내용도 담고 있어 조금 지루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고양이를 키우거나 가까이 두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무척 흥미롭고 고양이를 좀 더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완전한 고양이 언어 이론을 제시하고 있지는 못하나, 지금까지 저자가 시도하고 쌓아온 많은 데이터들을 토대로, 고양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몸짓이나 소리를 내었을 때 최소한 어떤 의사표시를 하고 있는가를 추정하고 확인해볼 수 있는 틀을 제공했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앞으로 동물들의 의사소통과, 나아가 인간이 이런 동물의 언어시스템을 파악함으로써 동물과의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꿈 같은 소리를 현실의 영역으로 조금씩 끌어올 수 있는 바탕을 제공함으로써, 관련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길을 열어준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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