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씨돌, 용현 - 어디에나 있었고 어디에도 없었던
SBS 스페셜 제작팀 외 지음 / 가나출판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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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살다 가고, 살아 가고, 살아갈 모든 사람들의 삶이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들 하지만, 정말 깊이 인간이라는 존재를 사랑하고 긍휼히 여길 줄 아는 이가 아니라면 참 적용되기 어려운 말이다. 그리고 인간의 경험과 관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모든 이의 삶에서 의미를 찾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범위를 정하고 조건을 좁혀 어떤 이의 삶이 모범적이고 교훈적이며 감동적이기까지 한 경우를 가려내어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일들을 하곤 한다. 혹은 괴짜나 특이한 이력의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생경하거나 놀랍거나 흥미로운 감동을 전달하기도 한다.

 

씨돌 아저씨의 삶은 처음엔 독특한 것 투성이였다.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이상한 사람이었다. 정신이 나간 사람 같으면서도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던 특이한 사람. 그러나 사람은 겉만 보고는 알 수 없는 것, 조금씩 씨돌 아저씨의 삶과 가까워지고 속내가 비춰지면서 이 사람은 우리 사회에 하나의 메시지를 던져주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었나,에서 그 사람이 있었기에 우리 현대사의 기초 중 한 부분이 세워질 수 있었던 사실을 발견하는 과정이 다큐멘터리에 잘 담겨 있었다.

 

그는 의로운 사람이었다. 의롭다는 것은 옳은 것과 바른 관계를 의미한다. 그의 삶의 행적은 물질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는 어리석기 짝이 없는 것이었지만, 그런 어리석음 같은 것을 논하는 짓거리가 가능해진 것도 이런 분들의 헌신과 열정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옳다고 믿는 것을 실천한 사람이었고, 세상과의 바른 관계를 지켜나가기 위해 아주 단순하게 움직였다. 그의 삶에는 욕심이 없었다. 그 욕심 없음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성찰의 시간을 갖게 해주었다. 그런데 이 마음을 움직이는 하나의 사연이 하나의 유행에 지나게 되지 않을까 안타깝다.

 

SBS 방송국 다큐멘터리 제작 팀에서 참 소중한 보물을 기록으로 남겨주었다. 영상의 내용이 책으로 깔끔하게 잘 옮겨졌다. 촬영 대상자와의 인간적인 교감이 없었다면 이런 결과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한국 현대사의 상처도 함께 떠올랐다. 우리의 현대사가 어떻게 이어져왔는지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세상에 살아 계시는 동안, 조금이라도 더 건강해져서 많은 사람들에게 특유의 괴짜스러움으로 웃음과 가르침을 전해주실 수 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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