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스 그래머 게이트웨이 인터미디엇: 영어가 쉬워지는 기초 영문법 (Grammar Gateway Intermediate) - 필수영어 문법 한달 완성, 영문법·스피킹·라이팅 동시학습 그래머 게이트웨이 시리즈
해커스어학연구소 편집부 엮음 / 해커스어학연구소(Hackers)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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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단어 영어 소통법이라고 해서 효율적인 영어 의사소통을 위한 생활회화 교육법이 있다. 초보 영어 학습자들을 위한 아이디어로, 영어에 큰 부담을 가지지 않고 접근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단어로 원하는 의사표현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어떤 외국어를 공부하더라도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수준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그 나라에 살면서 해당 문화와 생활에 녹아드는 가운데 그 나라의 언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외국어 학습 방법을 취해야 한다.

 

EBS 잉글리시 채널에서 아침마다 하는 다수의 영어 회화 프로그램을 꾸준히 시청하고, YBM에서 제공하는 무료 영어 학습 이메일을 풀어보곤 하는데, 결국 읽기를 위해서든, 대화를 위해서든 바른 외국어를 익히려면 문법 공부를 피해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어의 경우 우리는 문법을 그렇게 공부하고서도 세월이 지나면 다 잊어버리거나, 설명해보라고 하면 벙어리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전통적인 영문법 교재에서 알려주는 문장 5형식이 뭔지 물어보면 그게 사실 정말 어려운 거야!’라는 동문서답이 돌아온다.

 

마침 좋은 기회가 되어 해커스에서 출판된 기초 영문법 교재 그래머 게이트웨이시리즈를 살펴볼 수 있었다. ‘베이직보다 한 단계 위인 인터미디엇레벨로 공부해보았는데, 페이지마다 텍스트와 이미지가 꼼꼼히 배치되어 편집에 신경을 쓴 흔적이 보였고, 글자수가 적은 편은 아니라 단기간에 학습을 마무리할 분량은 아니었다.

 

110개의 레슨으로, 한 레슨 당 두 페이지를 할애하여, 왼쪽 페이지에는 해당 문법의 간단한 정의와 예문, 규칙 등을 설명하고, 바로 오른쪽 페이지에서 연습문제를 통해 문법을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책 후반부에는 모든 학습이 완료된 후 실력을 검증할 수 있는 테스트 코너를 수록하고 있으며, 잘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해당 레슨 넘버로 돌아가 다시 공부할 것을 권한다. 부록으로 전체 내용을 축약한 실용적 팁을 제공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각 레슨의 연습문제 답지가 제공된다. 효과적인 학습이 되도록 시대에 발맞춰 다양한 무료, 유료의 온라인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가장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부분은 시제와 가정법, 관계대명사를 설명한 부분인데, 약간의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보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고 있다. 2014년에 첫 출간되어 벌써 14쇄가 나온 검증된 영문법 학습서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기획과 편집, 학습을 돕는 풍성한 자료가 제공된다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학습자의 의지다. 그 의지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영어 학습의 필요성을 느껴야 하는데, 동기 부여만 확실하다면, 이 책은 최고의 문법 공부 파트너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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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삼국지 1 (라이트 에디션) - 답답한 세상, 희망을 꿈꾸다 설민석의 삼국지 1
설민석 지음 / 세계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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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입력. 이 책을 읽자마자 떠오른 단어이자 느낌이었다.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것은 재미있다는 의미다. 글로부터 눈을 쉽게 뗄 수 없도록 만드는 필력이 느껴진다. 그리고 설민석 선생 특유의 유머와 상상이 기존의 삼국지를 더욱 재미있는 이야기로 돋보이게 만든다.

 

그렇다. 이것은 새로운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기존의 역사에 허구적 요소를 가미한 팩션의 요소가 이 책의 특징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삼국지(삼국지연의)’ 자체도 정사를 바탕으로 소설로 재구성된 것이고, 또 후대의 사람들은 이것을 무수히 다양한 형태로 재가공하고 즐기는 가운데, 오리지널 삼국지는 끈질기게 살아남아 동양 고전의 반열에 우뚝 섰다. 그리고 이 책, ‘설민석의 삼국지는 또 하나의 삼국지 유니버스를 완성했다.

 

1권만 읽어봐도 이 책의 진가는 드러난다. 이 책은 팩션의 요소를 갖고 있지만 책 후반부에 작가 스스로 어디를 생략하고, 상상으로 채워 넣으며 각색했는지, 기존 이야기와 대조를 통해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이것은 역사에 흥미를 느끼게 하면서 바르게 가르칠 수 있는 하나의 역사교육 모델을 제시한다.

 

 

 

 

 

 

말이 쉬워 유비-조조-손권의 시대라고 표현하지, 지도를 보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정말 어마어마한 크기의 땅을 다스렸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영역 안에 우리나라가 도대체 몇 개나 들어가는 거지? 혼돈의 시대에 니편내편이 수시로 바뀌는 이합집산의 시대, 원술이란 인물이 스스로 황제라 선포하고 일어났을 때, 유비 삼형제와 조조, 여포가 한 팀, 즉 드림팀이 되는 장면도 흥미로웠다.

 

책을 읽으면서 설민석 작가의 이야기꾼으로서의 능력이 빛을 발한 대목은 다음 몇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도원결의를 하면서 장비가 의병의 군자금으로 쓸 돈을 잔치비로 다 날렸다는 설정. 다행히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었던 것인지, 도적떼들로 인해 거래되지 않은 수백 필의 말과 자금을 기부받게 된다는 설정. '아스날 연대기'의 고창석 배우가 연기했던 캐릭터를 떠올리게 하는 동탁의 인물 묘사, 여포와 초선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불교라는 요소를 통해 아련하게 풀어낸 부분(여포가 불교신자였고, 초선이 다음 생에 여포와의 인연을 기원하며 비구니 승이 되었다는 설정.), 제갈공명이 비로소 유비의 마음을 받아들이게 되는 장면에서 엉뚱한 오해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는 전개 등이 기존 삼국지 이야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재미를 더한다.


또한 적절한 부분에서, 그때까지 등장한 인물들의 관계와 속성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는 인물 관계도를 보여주고, 앞선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 읽기를 돕는 솜씨가 탁월하다. 특히 인물 관계도가 인상적일 만큼 이해하기 쉽게 잘 그려져 있어 감탄했다.

 

 

 

 

 

 

설민석 선생은 이 책이 친근한 삼국지 입문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 또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통해 얻는 교훈들을 현대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저자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또 저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스스로 묻고 답하게 만든다. 또 태어나면서부터 리더이자 팔로워로서의 운명을 타고난 인간으로서, 당대에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이며, 또 유능한 팔로워로서 어떤 덕목이 요구되는지를 이 책을 통해 고민해보길 바라고 있다.

 

부정과 비리, 부패로 한나라의 명운이 끝에 이르렀을 무렵, 때를 기다리며 묵묵히 준비하는 삶을 살아온 유비의 등장부터 관우, 장비, 조조, 원소, 동탁, 여포, 원술, 손권 등이 차례로 삼국지의 기초 퍼즐을 맞추기 시작하는 가운데, 동탁의 횡포, 여포와 초선의 사랑, 원소와 조조가 겨루는 관도대전의 세 가지 묵직한 이야기가 1권의 중심축을 이룬다. 그리고 이 1권의 화려한 마무리는 제갈공명의 등장과 유비 삼형제와의 의기투합으로 장식된다.

 

기존의 삼국지를 읽었던 독자들에게는 삼국지의 새로운 매력이 즐거움을 줄 것이며 삼국지라는 제목과 유명한 등장인물들의 이름 정도만 알고 있던 독자들에게는 본격적인 삼국지 세계를 만나기 위한 매우 친절하고 흥미로운 준비운동이 될 것이다. 저자의 뛰어난 작품 이해와 요약 능력, 흡입력 있는 전개의 재구성과 상상의 가미가 이것을 가능하게 한다.

 

이 책은 무조건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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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이성이 어떻게 국가를 바꾸는가 - REASON OF STATE,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김용운 지음 / 맥스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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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결정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이 명분과 실리다. 둘 중에 하나를 딱 고를 수 있는 상황은 없다. 비율의 차이다. 당장의 실익은 포기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명분을 선택하는 것이 더 이득일 경우가 있고, 당장의 실익을 취하지 않으면 재기 불능의 상태가 될 경우에는 당연히 실리 위주의 선택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역사를 보면 실리를 취하는 유연한 선택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 대체로 명분을 중시하는 사회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말이 명분이지 진정한 명분이나 대의를 두고 다투는 경우는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 정치권이 항상 우물 안 개구리들처럼 정쟁을 벌이고 있는 모양새를 보면 무슨 말인지 금방 이해가 될 것이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운명을 걱정하면서, 우리나라가 바로 세워야 할 시급한 과제로 국가이성을 주장한다. 시대를 아우르는 올바른 가치관과 원리주의에 함몰되지 않고 당대의 현실을 냉정하게 파악하는 유연함, 인문학과 자연과학 교육을 따로 생각하지 말고 융합하여 총제적이고 종합적인 배움과 이성적 능력을 기르는 것이 바로 제대로 된 국가이성을 갖추는 조건임을 피력한다. 저자는 먼저 철학과 수학으로 대표되는 이성의 역사를 서구지성사를 중심으로 돌아보고 무엇이 그들의 눈부신 발전을 이루게 했는지 살펴봄으로써,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교육 혁신, 의식의 전환의 방향을 논의한다. 그 과정에서 일본과의 비교가 많이 나오는데, 서구 문명을 일찍 받아들여 실리적 측면에서 앞서 나갔던 일본의 선택을 가능하게 한 문화적, 사회적 배경과 원형을 무시만 해서는 안된다는 충고가 담겨 있다.

 

 

 

 

 

 

교육 정책의 경우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전 정권의 방향을 틀어 새로운 정책으로 전환한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몇 년마다 정책의 실험쥐 신세를 면치 못하는데, 이 역시 국가이성의 부재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일관성이 없다는 얘기다. 그때그때 땜질식으로 나라를 운영하니 장기적 비전이 암울하다. 그런데 이것이 꼭 지도자들의 문제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 사회를 장식하는 가치관, 제도, 문화는 바로 그 나라의 국민의 수준에 부합하는 것이다. 위로부터의 혁명이 어려우면 아래에서라도 변혁의 소망이 꿈틀거려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90년대 후반 이후로 완전히 물질만능주의에 매몰되어, 배만 부르면 더 이상 사회의 발전을 원하지 않는 세태가 되었다. 부조리와 비리가 만연해도 그것이 당장 우리 삶에 큰 영향이 없다고 하면 침묵을 지키다가 피부로 다가오면 다함께 들고 일어서서 마치 무슨 진정한 혁명을 이룬 마냥 가슴 벅차하는 이상한 민족이다. 냄비 근성이라고, 촛불 혁명이 자랑스러운 민주주의의 성취인 것처럼 들더 있더니, 지금 사회는 또 천민 근성을 버리지 못한다.


이 부분에서는 요즘 독일의 68혁명을 예로 들며 우리나라가 어째서 불완전한 형태의 민주주의와 사회구조를 가지게 되었는지 잘 설명하고 있는 김누리 교수의 강연이 떠올랐다.

    

저자는 우리나라가 스위스처럼 영세중립을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일본에 둘러싸여 있는 한, 실리적 외교를 외면할 수 없다. 국방력은 둘째치고, 국민의 단합이나 정치지도자의 일관성 있는 신념, 국가이성이라 할 만한 능력도 안되면서 자주국방을 논하고, 반일 반미를 외치고, 통일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모범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바로 강동6주를 취한 서희의 외교, 백성을 고난과 죽음으로 내몰지 않은 경순왕의 판단 같은 것이다.

 

그런 미래를 도모할 수 있는 현실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국가가 되기 위해서 저자가 계속 모델로 삼고 있는 것이 그리스 문화,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의 사례다. 인간 이성의 힘을 믿고 갈고 닦아 이상적인 세계로의 추구를 위해 교육과 정치가 바뀌어야 함을 시종일관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인간 이성의 찬양, 과학 만능의 시대의 끝에 무엇이 있었는가? 바로 2차 세계대전이었다. 인간 이성의 영광을 자랑했던 나라들, 영국은 극심한 환경오염과 빈부격차를 낳았고, 프랑스는 혁명으로 뒤집어 졌고, 일본은 군국주의에 빠져들었다. 참고 사례가 다 이상적일 수만은 없지만 저자의 논지는 실제 사례의 긍정적인 면만을 부각하고 있는 것 같아 독자의 입장에서는 단점이나 부정적인 측면을 항상 생각하면서 읽어봐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나 아렌트의 무지는 용서해도, 무사유는 용서할 수 없다는 말도 떠오른다. 백년을 내다보는 일관성 있는 비전 없이, 깊이 생각하지 않고, 고민없이, 눈앞의 이익만 쫓는 기계적이고 물질적인 가치관으로는 더이상 우리나라에 미래가 없다는 엄연한 현실을 알려준다.

 

아무튼 이 책은 수학, 철학, 언어학, 인류학, 사회학, 물리학 등 대부분의 학문 세계를 망라하면서 지식의 백화점에 들어온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읽을수록 흥미롭고 뭔가를 배워간다는 느낌, 지식이 쌓인다는 느낌이 많이 들 것이다. 어려운 부분이 있긴 해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종류의 총제적, 종합적 지식을 배우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현명한 선택과 실행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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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것들은 모두 나를 울게 한다 - 사랑, 삶 그리고 시 날마다 인문학 2
김경민 지음 / 포르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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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끝은 삶의 시작과 맞닿아 있다는 맥락의 문장을 하루키의 글에서 본 것 같다. ‘상실의 시대였을 것이다. 이 책에서 비슷한 구조를 본다. 바로 사랑과 이별의 연결성이다. 모든 사랑은 아름답고 달콤하지만 세상 만사에 흥망성쇠가 있는 것처럼 사랑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시들로 가득하다. 그 사랑은 이별로 이어진다. 이별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마음가짐에서 지난 사랑은 찬란한 추억이 되거나 쓰라린 흉터로 이후의 인생을 따라다닌다. 줄곧 존재감을 드러내는가 하면 무의식 아래로 가라앉는 망각의 형태로 있다가 예상치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불현듯 특정 순간에 스위치를 누른 후 나오는 다음 동작처럼 불쑥 튀어나오기도 한다.

 

사랑은 밋밋한 이름도 아름답고 의미 있는 색으로 물들여주는 마법을 부린다. 이름도 한 예일 뿐 내면을 채우는 모든 감정과 외부를 둘러싼 모든 환경의 가치가 상대성을 띄게 된다. 사랑은 비단 남녀 간의 영역에서만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관계의 형태에서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로 빛나고 사라진다.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대지가 포근하고 낭만적으로 느껴지는가 하면 앞을 볼 수 없게 되어 짙은 어둠이나 다름없는 절망의 끝없는 평지로 느끼게도 된다.

 

1부에서 사랑에서 이별로, 또 이별에서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지는 이별의 시작과 과정, 그 완성을 돌아보았다면 2부에서는 계속되는 삶에 대한 노래가 이어진다. 금방 눈에 띄는 내용으로는, 허은실의 이마라는 작품에 대해 말하면서, 이마의 크기와 손의 크기가 비슷한 것을 통해 이미 인간은 서로에게 환대, 즉 서로의 자리를 인정하고 내 안에서 그 자리를 내어줄 수 있는 준비가 태어나면서서부터 되어 있는 존재임을 의미한다는 해석이었다. 마음을 내어줄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은 새로운 관계, 새로운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는 희망이다. 그 희망이 가능하게 하는 주요 개념으로 환대를 제시한다. 요즘 환대라는 개념은 기독교계에서도 많이 주목하고 다루고 있는데, 아마 요즘 차별 문제가 다른 때보다 더욱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이 책에 소개된 시인들 중에는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받는 백석, 김소월, 운동주, 한용운 같은 익숙한 이름도 있고,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기형도 시인의 시도 있다. 동시대를 함께 호흡했거나 호흡하고 있는 황동규, 이병률, 마종기, 나희덕, 이성복, 정호승처럼 잘 알려진 시인들도 있는 반면 낯선 시인과 시들도 있어 이들 모두 적절한 비율로 섞여 있다. 읽는 재미를 더하는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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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프라이버시 - 개인 생활과 사회를 위협하는 기술에 관한 탐사기
니혼게이자이신문 데이터경제취재반 지음, 전선영 옮김, 손승현 감수 / 머스트리드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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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클릭 화살표들로 뒤덮인 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의 표지 이미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미 이 시대의 개인이란 어떻게 규정되고 통제되고 활용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이 거기로부터 비롯된다.

 

비트코인 채굴 광풍으로 뭐 저런 것이 돈이 된다는 거지?’라고 느껴지는 실물 아닌 것에도 엄청난 부가가치가 생긴다는 것을 강하게 실감했는데 이제는 개개인의 행동이나 생각, 느낌의 데이터화된 흔적마저도 채산성을 지니는 자원이 된다니, 이제는 실제적으로 법적, 윤리적 문제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라 더 피부에 와닿는다.

 

요즘 기본소득이나 기본자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 책의 취재 내용을 들여다보면 시장주의자들이 염려하는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돈을 받는 것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 ‘데이터 노동자라는 개념을 보니, 이미 사소한 정신과 육체의 움직임들 하나하나가 거래 가능한 자원이 되니 이걸 명분으로 기본소득, 기본자본을 정당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21세기의 석유라고까지 불리는 개인 데이터인 만큼(물론 채산성이 생기는 기대치는 20~30만 명이긴 하지만) 석유라는 천연자원을 깔고 앉은 나라들이 그 좋은 운으로 노력 이상의 이익을 누리고 있는 만큼, 이제는 사람의 존재와 존재성(생각,감정,움직임 등) 자체로 소득을 보장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국가나 기업들은 개인의 소중한 자원을 거저 먹으려는 도둑 심보를 버려야 할 것이다. 제대로 가치 정산을 해야 된다는 말이다.

 

일본은 데이터 유통권’, 즉 세계 경제 발전의 필수 요인이 되고 있는 데이터를 자유롭게 유통하자는 자유로운 데이터 유통권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판짜기를 시도하고 있다. 데이터라는 덩어리 자원이 큰 나라나 개별 대륙 내에서 블록화되지 않도록 하는 데 중개자 역할을 하고 싶어 한다. 일본은 데이터 경제를 자국의 경제 재부흥의 기회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무슨 자격으로 그들이 중개자 운운하는지? 이미 다른 나라들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데이터 경제를 지들이 뭐라고 전지구적 틀에서 중재하고 싶다고 떠드는가? 자연스레 반감이 생긴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에 일본의 간절한 바람이 들어맞는 분위기인 것으로 보아 실현 가능성도 있는 모양이다.

 

 

 

 

 

 

 

한편 인터넷이 처음 등장하고 사용자가 늘어나고 그 유용성이 알려지면서 집단지성’, ‘대중지성이라는 용어가 나올만큼 사회 변혁의 원동력이 되리라는 기대가 컸던 것을 기억하는가? 그러나 실상 껍데기만 바뀌었지 사람들이 소비자로서만 기능하고 주체적인 시민으로서의 역할은 여전히 제한적이었다. 지식의 민주화가 일어나 인류 전체의 지성이 발전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역시 껍데기만 바뀌었을 뿐 지식에서조차 빈부의 격차가 극심해지는 시대다.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거대 정보기업들의 신독점 문제가 주요 이슈로 다뤄진다. 기업의 경우 뿐만 아니라 국가의 경우도 있다. 바로 중국이다. 어떤 사람이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데 선을 밟고 있으니 ㅇㅇ, 뒤로 물러나세요.’라는 음성메시지가 나오는 장면을 어떤 방송에서 봤는데, 이제 중국은 통신기술로 거의 모든 국민들을 통제할 수 있는 수준에 와 있었다. 실제로 국민성 자체가 개인의 권리, 안전보다 효율성, 편리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고, 중국 정부도 국가의 통제를 당연시하는 분위기어서인지 국가가 주도하는 데이터 통제 및 국민의 경제생활 관리는 감탄이 나올 지경이다.

 

사람들의 삶이 데이터화되고 어떤 가치판단을 위해 재가공되면서 새로운 빈곤층을 양산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눈길을 끈다. 사실 이건 양날의 검개념이다. 지지부진한 세계 경제가 다시 한번 상승 곡선을 그리도록 하는 가능성이 데이터 자원에 있다. 발전 단계에서는 부작용이 보이지 않겠지만, 이미 신용점수 같은 데이터를 기준으로 사람의 현 상태와 미래를 전망하는 도구들이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신용점수가 좋은 사람과 좋지 못한 사람의 차이가 처음에는 얼마 안 나지만 갈수록 벌어지는 악순환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것이다. 신 빈곤층의 탄생이다.

 

이 책은 이렇게 인터넷이 세상을 지배하게 된 시대에서 재빠르게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남겨지는 기록들이 돈이 되는 데이터 자원이 될 수 있음을 간파한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기업들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고한다. 또 중국과 같이 국가 단위에서 통치 및 경제 운용을 위한 도구, 체제 유지를 위한 감시의 도구 등으로 데이터를 활용하는 현상이 중국만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또 앞서 말했듯 대중지성이 아니라 여론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집단의 차원에서든 개인의 차원에서든 심리학과 결합하여 대중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것도 미 대통령 선거나 미얀마의 학살 사건 등의 실례를 들어 경고한다. 결국 개인의 자유, 주체성, 공동체의 기회냐 위기냐 -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거대 정보기업들의 세련된 이윤 착취 도구로, 국가의 중앙 집권적인 통치 도구로서만 데이터가 활용되고 있는 것 같지만, 문제를 인식하고 조직적 대응에 나서는 유럽이나 시민공동체의 움직임도 수면 위에 올라와 있었다. 과연 우리나라는 이 흐름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일까? 뉴스에 노출되는 정치인들의 답답한 모습 말고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걸까?

 

그런데 이 책을 읽다 보면, 앞서도 살짝 언급했지만, 저자들이 하고 싶은 말은 데이터의 시대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때에 일본이 어떻게 하면 주도적인 위치에 서서 세상을 호령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주된 관심인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일본 사람들이 쓴 책이니 그런 거야 당연하겠지만.

 

아무튼 이 책은 다가올 미래 세계의 양상을 둘 다 부정적이긴 하나 다른 관점으로 바라본 조지 오웰과 올더스 헉슬리의 전망이 절묘하게 뒤섞인 데이터가 모든 것인 시대의 현재 진행 상황을 성실하게 다루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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