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것들은 모두 나를 울게 한다 - 사랑, 삶 그리고 시 날마다 인문학 2
김경민 지음 / 포르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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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끝은 삶의 시작과 맞닿아 있다는 맥락의 문장을 하루키의 글에서 본 것 같다. ‘상실의 시대였을 것이다. 이 책에서 비슷한 구조를 본다. 바로 사랑과 이별의 연결성이다. 모든 사랑은 아름답고 달콤하지만 세상 만사에 흥망성쇠가 있는 것처럼 사랑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시들로 가득하다. 그 사랑은 이별로 이어진다. 이별을 받아들이는 태도와 마음가짐에서 지난 사랑은 찬란한 추억이 되거나 쓰라린 흉터로 이후의 인생을 따라다닌다. 줄곧 존재감을 드러내는가 하면 무의식 아래로 가라앉는 망각의 형태로 있다가 예상치 못한 시간과 장소에서, 불현듯 특정 순간에 스위치를 누른 후 나오는 다음 동작처럼 불쑥 튀어나오기도 한다.

 

사랑은 밋밋한 이름도 아름답고 의미 있는 색으로 물들여주는 마법을 부린다. 이름도 한 예일 뿐 내면을 채우는 모든 감정과 외부를 둘러싼 모든 환경의 가치가 상대성을 띄게 된다. 사랑은 비단 남녀 간의 영역에서만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관계의 형태에서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로 빛나고 사라진다.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대지가 포근하고 낭만적으로 느껴지는가 하면 앞을 볼 수 없게 되어 짙은 어둠이나 다름없는 절망의 끝없는 평지로 느끼게도 된다.

 

1부에서 사랑에서 이별로, 또 이별에서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지는 이별의 시작과 과정, 그 완성을 돌아보았다면 2부에서는 계속되는 삶에 대한 노래가 이어진다. 금방 눈에 띄는 내용으로는, 허은실의 이마라는 작품에 대해 말하면서, 이마의 크기와 손의 크기가 비슷한 것을 통해 이미 인간은 서로에게 환대, 즉 서로의 자리를 인정하고 내 안에서 그 자리를 내어줄 수 있는 준비가 태어나면서서부터 되어 있는 존재임을 의미한다는 해석이었다. 마음을 내어줄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은 새로운 관계, 새로운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는 희망이다. 그 희망이 가능하게 하는 주요 개념으로 환대를 제시한다. 요즘 환대라는 개념은 기독교계에서도 많이 주목하고 다루고 있는데, 아마 요즘 차별 문제가 다른 때보다 더욱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이 책에 소개된 시인들 중에는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받는 백석, 김소월, 운동주, 한용운 같은 익숙한 이름도 있고,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기형도 시인의 시도 있다. 동시대를 함께 호흡했거나 호흡하고 있는 황동규, 이병률, 마종기, 나희덕, 이성복, 정호승처럼 잘 알려진 시인들도 있는 반면 낯선 시인과 시들도 있어 이들 모두 적절한 비율로 섞여 있다. 읽는 재미를 더하는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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