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역 다빈치 노트 - 역사상 가장 비범한 인간의 7가지 생각 도구
사쿠라가와 다빈치 지음, 김윤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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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후반부에 저자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삶을 각각 다른 두 가지 관점으로, 즉 부정적인 일생과 긍정적인 일생으로 재구성한 부분이었다. 같은 사실이라도 보는 관점에 따라 무엇을 배울 수 있고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지에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상황이 객관적으로 좋다고 볼 수는 없었지만, 그는 그의 특별한 재능과 열정, 원하는 바를 알고 있었고 이것들을 삶 속에서 구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한 인물임을 그가 남긴 노트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그는 라틴어를 몰랐기 때문에 당대의 지식인 모임이었던 플라톤 아카데미에 초대받지 못했다. 그의 삶이 시작부터 주류에 속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사실에 실망하지 않았고, 오히려 스스로를 경험의 제자라 정의하며,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더 나은 자신을 만들기 위한 에너지로 삼았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시대를 초월하는 천재의 이미지임에도, 또 불필요한 인간관계로 시간 낭비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었음에도, 타인으로부터 배울 수 있거나, 도움을 줄 수 있을 때는 언제나 겸손하고 개방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그에 앞서 만능 천재로서의 면모를 보였던 스승,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 또 한 사람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할 수 있었던 스승을 그는 철저하게 따라했다고 한다. 그의 롤모델이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보면 그가 스스로의 힘만으로 그의 업적을 이룬 것이 아니었다는 것, 한 사람의 뛰어난 천재가 탄생하는 데 많은 사람의 도움과 협력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 알고 싶어했던 분야에서 끝을 보는 인물이었으며, 이를 위해 자기보다 서른 살이나 어린 사람의 스승이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특히 그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보다, 기존에 있었던 개념이나 사물에 자신만의 해석을 덧붙여 새롭게 보이게 하는 능력이 뛰어났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오늘날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에 부합하는 모습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 사쿠라가와 다빈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에게 강한 영감을 받아 이름까지 다빈치로 바꾸고, 다빈치의 모든 것을 연구하여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다빈치의 삶의 방식과 생각들을 정리하여 전하고 있다. 저자는 초역 다빈치 노트를 통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존중에서 시작하여,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깨달에 몰입하고, 사물과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는 통찰의 방법을 익히고, 틀을 깨는 접근방법으로 창조적 발상을 시도하며, 고독과 인간관계의 균형을 통해 자기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아, 효과적인 인풋/아웃풋 학습 방법으로 실력을 기르고, 불필요한 관계는 피하지만 타인을 돕고자 하는 이타적 마음은 잃지 않으면서 행복을 추구하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식의 삶의 지혜를 전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이 바뀌면서, 정체된 개인의 잠재된 능력을 새롭게 발견하여, 지금 현실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는 책들이 요즘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 책은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인물을 내세우며 비슷한 부류의 책들과 차별성을 두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시대를 초월한 매력적이고 탁월한 인물을, 범접할 수 없는 신계에 있는 캐릭터가 아니라 우리도 충분히 본받을 수 있는 방법을 실천하여 뛰어난 업적과 성취를 이루어낸, 많은 사람들에게 충분히 접근 가능한 인생의 가이드로 그려낸 것이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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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쓰기는 애쓰기다 - 당신의 삶은 이미 책 한 권이다
유영만 지음 / 나무생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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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독서란 무엇입니까?란 질문에 저마다의 다양한 대답이 있을 것이다. 내가 최근에 가장 공감되었던 책읽기에 대한 정의를 내 식대로 정리한 것은 다음과 같다. ‘독서란 책에 담긴 저자의 생각의 방식을 배우는 것한 권의 책이 나오기 위해서는 책을 쓰는 사람의 생각과 의견이 일정한 형식에 따라 정리되고 편집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저자의 생각은 더 날카롭고 논리정연하게 다듬어진다. 그리고 세상에 얼굴을 비추면, 사람들의 반응이 나타난다.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도 있고, 많은 비판에 시달릴 수도 있다. 사람들의 생각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모두를 만족시키는 한 권의 책은 없고, 그런 의도로 쓰인 책인 매력이 없어 사람들이 읽지도 않는다.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의 글은 유쾌하다. 저번에 교육방송에서 본 강연을 통해 좀 더 얼굴을 익힌 저자의 글솜씨는 말로 전달하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과 즐거움이 있었다. 전전에 읽은 배철현 작가의 승화와 비교해보면 또 재미있다. 배철현 선생의 글이 진지함을 품고 있다면 유영만 교수의 글은 반대로 유머가 넘친다. 이 두 사람이 전하는 메시지는 거의 비슷하다. 그 사람의 성향에 따라 같은 메시지가 다른 색깔로 전달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책 쓰기는 애쓰기다는 한 권의 책이 나오는 과정을, 한 사람이 성장하거나 다시 태어나는 과정에 필요한 요소들로 짚어내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가장 먼저 질문과 성찰의 이야기가 나온다. 질문과 성찰이 인생에서 중요한 이유는 변화, 즉 이전과 이후의 차이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생각의 밀도가 깊어지고, 다르게 바라보는 일상에서 경이로운 기적이 나올 수 있다. 살아내고, 읽어내고, 지어내는 과정을 통과하면 비로소 한 권의 책을 쓸 수 있는 준비가 된 것이다.

 

살기가 충실하기 위해서는 혼자서는 곤란하다. 타인의 아픔과 고민에 공감할 수 있는 연결적 삶의 실천이 필요하다. 그리고 낯선 상황이나 존재에 대한 열린 태도가 요구된다. 낯섦은 항상 새로움과 이어지기 때문이다. 책상머리 지식이 아니라 현장에서 구르며 절감하는,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통해서 녹여낸 지식만이 살아 있는 지식이며, 충실한 삶을 위한 재료가 된다. ‘읽기살기와 그렇게 결이 다르지는 않지만, 인생을 한층 더 깊이 있는 시선으로 바라보게 해주는 힘을 제공한다. 살기와 읽기가 그렇게 선순환 구조를 이루면, 비로소 짓기를 위한 준비가 더 견고해지는 것이다. 날림공사를 할 수도 있지만, 경험적 지식과 이론적 깊이로 축적된 글감은, 비리 없이 정식으로 짓는 아파트처럼 타인의 삶에 풍요를 주는 글 짓기를 가능하게 한다.

 

 

 

 

 

 

이런 글들 하나하나가 모였을 때, 이것을 하나의 주제나 메시지로 엮을 수 있다면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하는 것이 가능하다. 책 쓰기는 그때까지의 삶을 정리하는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사람 안에서 탄생한 다양한 글들이 아무리 따로 놀더라도, 그것은 일정한 흐름을 갖고 있다. 그것을 일정한 구조와 체계에 따라 재배치하는 것, 저자의 진심이 담긴 하나의 강력한 메시지가 되는 것. 사람들이 서로 공감하고 연결될 수 있는 것은 이야기의 힘이 있기에 가능한 것인데, 유영만 교수는 이 책을 통해 누구나 살면서 참여하게 되는 이야기의 마을이 지어지는 과정에서, 수동적 수용자가 아닌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방법을 세심하면서도 유쾌하게 전해주고 있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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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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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읽다 보면, 이 사람은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모험, 탈피, 성장, 성숙, 영혼의 진화, 받아들여야 할 것, 삶은 여행의 일부같은 표현들을 통해 작가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죽음 자체에 대해 별 관심이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가 표현하는 죽음 이후의 세계가 이 땅 위에서 볼 수 있는 세계와 본질적으로 크게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표현하듯이 천상의 가치체계와 도덕규범이 지상의 그것과 다르다고는 하지만, 천상에 속한 인물 간의 대화나 캐릭터가 지닌 허술함과 머뭇거림 같은 특성, 지상에 있었을 때의 가치관에서 자유롭거나 극복하지 못하고 그대로 표현되는 것 등은 지상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지상에서는 사형이 최악의 형벌이지만, 천상에서는 삶의 형’, 즉 환생을 끊어내지 못하는 것을 가장 큰 형벌처럼 묘사한다. 천상에서 모두 꿰뚫어볼 수 있는 지상의 천태만상을 목격하고 나면 피고인은 다시 태어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기 때문에 환생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우선 표현 자체가 굉장히 신선했다. ‘자살-살자만큼 역설적인 표현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다른 작가가 사형삶의 형이라는 등식을 떠올리고 글로 쓴 적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희곡 작품이기 때문에 분량이 그렇게 길지 않아서 읽기에 부담이 없어 좋았다. 그만큼 모든 장면 하나하나가 압축적이다. 오히려 이런 종류의 글을 읽고 나면 생각나고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내용상으로는, 죽은 사람의 지난 삶의 행적을 돌아보고 평가하는 심판이긴 하지만, 이 작품은 독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살아 있는 사람의 현 시점에서 지난 자기 자신의 삶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돌아보게 하는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작품 중간중간 프랑스의 현실을 비판적 시선으로 꼬집는 듯한 발언을 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이 그저 실존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죽음 뒤의 세계, 천상이라는 배경, 환생 등의 장치와 그 안의 등장인물들의 존재는, 달리 보면 인간이 어떤 형태로든 영생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나 희망 같은 걸 엿볼 수 있는데, 어떤 의미에서는 유한한 인간이 결코 알 수 없는 무한에 대한 덧없는 욕망을 느끼게 한다. 영원히 산다는 것을 경험적 지식으로 획득하는 것이 불가능한 존재인 인간이 영생불멸의 존재가 가질법한 피로감이나 지루함, 답답함, 아득한 감정을 묘사한다는 게 코미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심판장의 마지막 선택이 조금 황당하게 다가왔다. 결국 이 이야기는 죽음이나 심판이라는 본질과는 동떨어진, 말하자면 그 배경을 바탕으로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즉 지금 이 순간, ‘살아있음의 의미를 묻고 있다. 그리고 옮긴이의 말을 빌리자면, 운명과 자유의지의 그 어디쯤에서 줄타기 하듯 그 질문의 답을 구하고 있는 것이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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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주주 -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강력한 무기
데이비드 웨버 지음, 이춘구 옮김 / 맥스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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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진보주의자들과 노동자 집단의 노동운동은 자본주의와 대척점에 있었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과 생산성에 있어 자본주의만큼 인간에게 딱 맞는 경제시스템은 사실상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대안경제를 외치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율배반적이고 자기배반, 자가당착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만 봐도 자본주의를 버리고서 다른 경제시스템 대안을 완성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외부에서 대안을 찾을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혁신적인 대안을 발견해야만 한다는 결론인데, 이번에 국내에 출간된 노동자 주주는 그 요구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주주자본주의의 최대 병폐는 경영자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서 회사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들은 합법적으로 행한다. 법의 허점을 교묘하고 창의적으로 해석, 활용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임금이 낮아지고 노동 조건이 악화된다. 자연스럽게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파업이나 시위, 농성 같은 것으로 대응하는 것밖에 다른 대응책이 없었다.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회사가 노동자들을 저렇게 부품 취급하는 것이 정상적인 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하겠지만, 국가는 그런 상황을 버젓이 용인하고 있다. 그것도 법적으로 가능한 토대를 제공하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파업하는 쪽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도 고울 수가 없다. 우리는 주로 귀족 파업같은 용어를 떠올리게 하는, 전체적으로는 성과도 없으면서 지도부만 배불리는 듯한 이미지를 계속 보아왔기 때문이다. 결국 자본가와 노동운동은 평행선을 달리고, 그 가운데서 배부를 놈만 배부르고 대다수의 노동자는 고단한 삶을 계속 이어간다.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자본가-노동자 간 갈등의 해법은, 최대한 간단하게 이해하자면, 노동자가 주주의 권리를 갖고 그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경우이긴 하지만, 우리의 노동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비현실적인 사회주의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안에서 노동자들이 노동자 자본을 형성하여 자본가들과 대등하거나, 적어도 함부로 할 수 없는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자 개개인이 주식 몇 주 가진다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개인들이 뭉쳐 봐야 결속력도, 전문성도 떨어진다. 그렇다면 방법은 무엇인가? 이 책에서는 미국 주 노동자층이 가입하여 자금을 축적한 다양한 분야의 연금기금의 역할을 소개한다. 이들이 노동자들의 요구사항과 권리에 대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다. 책에서는 이것을 가능하게 한 혁신적인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것을 우리 현실에 어떻게 대입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노동운동 혹은 진보 운운하는 입장에서는 하나의 긍정적인 숙제가 될 수 있다. 다만 그들은 자기 스스로 그 고집스럽고 모순적인 정체성을 내려놓아야 한다.

 

책에 소개된, 회사에 손실을 입히면서도 자기 이익만 챙기는 데 혈안이 된 경영자의 힘을 빼고 결국 퇴진시키는 과정이나, 수익을 내지도 못하면서 수수료로 한 몫을 챙겨 배불리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의 불공정한 거래 행태를 척결하는 투자금 회수 전략 등은, 연금기금이 노후를 위해 돈을 맡긴 노동자의 이익은 물론, 단순 경제 논리에서 봐도 상식을 벗어나는 현상을 그냥 두고 보지 않아서 가능한 것이었다. 이런 사례는 자본가와 노동자 모두가 함께 웃을 수 있는 건강한 자본주의의 실현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이 책을 보면 우리의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이 그런 약자들의 목소리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는데, 이런 미국의 사례를 우리 현실에 맞게 적용해서 시험해줄 뛰어난 인물이 어디 없을까? 현재로서는 노동자들이 자본주의를 반대로 적극적이고 지혜롭게 이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이 책은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발상을 현실로 옮겨와줄 정치인이나 노동운동가가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차피 주주들이 판치는 세상인데, 노동자들이 연대하여 대주주를 위협할 만한 주주로 올라서고, 믿을 만한 인물이나 단체에 위임하여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겠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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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뇌과학 - 이중언어자의 뇌로 보는 언어의 비밀 쓸모 많은 뇌과학
알베르트 코스타 지음, 김유경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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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 다른 장기들은 퇴화되어도, 뇌는 사용할수록 좋아진다? 요즘 뇌의 가소성에 대한 이야기가 공부나 자가학습을 테마로 한 자기계발서에서 많이 거론되고 있다. 쓰면 쓸수록 좋아진다는 뇌, 언어의 뇌과학은 바로 이 뇌의 작동 방식과, 가소성 이론대로 정말 노화에도 마지막까지 굴하지 않고 능력이 향상되는지 등에 대해 궁금증이 많은 독자들에게 유익한 내용을 제공한다.

 

고도로 복잡하고 추상화된 언어활동은 인간 존재의 가장 큰 특징이다. 뇌과학이 발달하기 전까지는 여러 가지 경험적 지식과 통찰로 언어에 대한 정의나 이론들이 수립되어 왔는데, 인지심리학과 신경과학의 발전으로 뇌를 더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점점 뇌에 관한 신비한 지식들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 뇌를 구성하는 복잡한 네트워크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정보를 관리하고 배열하는지, 그리고 적절할 때에 활용할 수 있게 하는지 아직 부분적으로만, 즉 구조적·기능적으로 밝혀내고 있기는 하지만, 왜 그렇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궁금증이 풀리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아기부터 노년층까지, 또 다양한 사회적 계층을 폭넓게 아우르는 이중언어자와 단일언어자의 연구 사례들을 소개하면서, 뇌의 신비를 밝혀가는 과정이 어디까지 왔는지 그 현주소를 알려주는 책이다. , 두 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하는 현상이 어떻게 가능하며, 이중언어 사용이 뇌의 기능과 구조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그리고 이중언어 사용자의 인지 능력과 사회적 사고방식, 도덕적 판단, 의사결정 등에서 단일언어자와 어떤 특징적인 차이가 있는지, 혹은 없는지 등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을 보면 아기들도 언어학적으로 그저 수동적인 존재가 아님을 알 수 있으며, 그들 나름대로 생존을 위해 본능에 따라 적극적으로 외부세계와 상호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치밀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태어나기 전 엄마 뱃속에서도 언어학적으로 아홉 달 동안 많은 것을 배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뇌는 매우 복잡한 체계의 상호작용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오케스트라로 비유되고 있다. 하나의 특정 뇌 영역이 한 가지 특정한 능력을 관장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능력에 여러 영역이 관여하고 있거나, 하나의 영역이 복수의 능력에 관여하고 있는 것처럼, 단순하게 정의할 수 없는 뇌의 특징이 책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인간의 인지 능력이 뇌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연구가 획기적으로 발전한 데는 신경 촬영법 기술의 발달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는 얼마 전 읽은 슈퍼휴먼이란 책에서 인간의 지능에 관해 다룬 부분과도 연결되는 내용인데, ‘언어의 뇌과학에서 따로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유전공학과 인체 내부를 미세한 영역까지 촬영할 수 있는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뇌 활동의 많은 비밀을 밝혀내고 있음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두 가지 언어가 뇌의 다른 두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관여하는 경우도 있었고, 두 언어 모두가 한 영역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경우도 있어, 언어학적으로도 개별 연구 사안에 따라 이론을 통합하는 데 어려움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요컨대 내부 요인뿐만 아니라 외부적 환경, 즉 가정환경이나 두 번째 언어를 접하는 시기, 사회적 가치관 등도 이중언어 사용자의 특징을 다양하게 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인간의 언어 사용에 있어 단일한 뇌과학적 이론이 정립되기에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저자가 경계하는 것은 이런 이중언어 사용자 연구를 비롯한 뇌의 인지 기능에 관한 연구들이 여론에 휘둘리거나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연구 결과가 확정적이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특정 집단의 이익에 따라 우생학적 관점의 근거로 활용될 위험성도 있고, 교육적인 차원에서도 자기들의 주장에 따라 해당 이론을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어 걱정하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안타까운 것은 저자가 50도 되지 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다. 유능한 언어학자이자 이중언어 권위자로서, 또 매끄러운 글솜씨로 보아 대중적인 과학커뮤니케이터로서의 가능성이 너무 일찍 접힌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이 책을 덮으면서 많이 들었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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