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읽다 과학이슈 11 Season 10 과학이슈 11 10
이충환 외 지음 / 동아엠앤비 / 202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까지만 해도 미세먼지나 미세플라스틱 등 자연환경 파괴와 이상기후, 생물멸종 문제가 주요 이슈로 거론되었고, 과학 분야에서의 대중적인 관심도 이들 주제를 중심으로 형성되었었다. 그러나 불과 1년도 안되어 이 모든 이슈들이 하나의 큰 사건에 매몰되었다. 바로 코로나19 사태다. 온 세계 사람들의 생활과 사고방식의 변화를 불러온 코로나19는 여전히 현재진형이고 좀처럼 사태가 사그라들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동아엠앤비에서 매해 한두 권씩 꾸준히 출간하고 있는 과학이슈11 시리즈의 열 번째 시즌도 그 시류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11가지 이슈 중 앞쪽 세 꼭지에서 코로나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한다. 이슈1에서는 우리가 지금까지 미디어를 통해 접해온 코로나 관련 소식이 정리된 내용으로 볼 수 있다. 발생 당시의 상황부터 확산 과정, 대응 현황 등을 전한다. 이슈2에서는 지금 사람들이 가장 많은 관심과 기대를 걸고 있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 관련 내용을 다룬다. 바이러스와 백신의 기본적인 구조와 기능, 작용 원리를 설명하고 이어 앞으로 더 짧은 간격으로 반복 발생하게 될지도 모를 팬데믹 시대에 대비하여 범용 백신의 개발 가능성을 언급한다. 이슈3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달라질 생활상을 전망한다. 이때 더욱 과학의 역할이 중요해짐을 역설하면서, 산업 각 분야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할 비대면 및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중심으로 이미 시작된 변화의 흐름을 조명한다.

 

 

 

 

 

 

이슈4부터는 비록 코로나 이슈로 덜 주목받고 있으나 분명 우리 삶의 큰 변화를 견인하게 될 기술 발전 및 과학적 발견 등을 다루고 있다. 이슈4에서는 자기치유 소재를 다룬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부터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될 소재과학과 소재산업의 기술 및 발전 현황과 그 중요성을 알게 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슈5에서는 전염병으로 사회가 혼란한 가운데서도 그 심각성으로 인해 한동안 시끄러웠던 'N번방사건과 관련된 디지털 범죄 수사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과학기술, 특히 정보통신 기술 발전이 이끌어낸 인간의 감춰진 욕망과 양면성이 범죄와 결합되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지 확인할 수 있었으며, ’디지털포렌식이라는 디지털 범죄를 해결하는 과학수사 기법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슈6에서는 전자담배와 관련된 내용을 다룬다. 일반 담배나 전자 담배나 결국 몸에 해롭기는 마찬가지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이슈7에서는 최근 화제가 되었던 양자컴퓨터와 관련된 내용을 다룬다. 현존하는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난 능력을 보여줄 양자컴퓨터를 구글이 만들어 양자우월성을 실현했다는 기사는 나도 본 기억이 있다. 본 기사에서는 양자비트로 구현되는 양자컴퓨터의 컴퓨팅 원리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제대로 구현되기에는 해결해야 할 불안요소가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슈8에서는 플라잉카관련 내용을 다룬다. 여기서는 기술적인 문제는 물론이고 상용화되기 위한 인프라 구축 및 배터리 기술의 한계 극복이 주요 이슈로 부각된다. 이슈9에서는 근본적인 물질을 발견하고 규명하는 입자가속기가 우리나라에서도 건설된다는 소식을 전한다. 기초과학 발전과 함께 다양한 산업에 응용되어 과학기술 및 경제 선진국으로서의 입지를 더 단단히 다지는 중요한 이슈로 의미를 부여한다.

 

 

 

 

 

 

이슈10에서는 초신성 폭발을 다룬다. 이는 태양과 같은 항성이 그 수명을 다하여 최후를 맞는 천체물리학적 현상을 말하는데, 지구인 입장에서는 100년에 한두 번 볼까 말까한 우주쇼라고 할 수 있다. 태양계가 속해 있는 우리 은하 내에서 이 사건이 발생한다면 2주 정도 지구에 밤이 사라진다고 한다. 그러나 당장 터진다고 해도 인류는 가장 빨리 봐도 640년이 걸린다는 사실. 마지막 이슈11에서는 인공광합성에 관해 다룬다. 식물의 광합성 현상을 분석하여 인공적으로 재현하려는 시도인데, 친환경 에너지 생산과 연결되는 기술이다. 빠르면 2040년 쯤 열매를 맛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YTN사이언스 채널에서 자주 또는 종종 접하는 소식이나 주제들인데, 이렇게 다소 전문적인 내용을 포함한 책으로 살펴보려니 과학지식의 한계가 아쉬워지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런 꾸준한 양질의 출판물을 통해, 일반시민의 과학 교양 증진에 이바지하는 동아엠엔비 측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조금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된 것에 만족감을 느끼며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공지능 윤리하다 인공지능 윤리하다 1
변순용.이연희 지음 / 어문학사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공지능 윤리하다는 크게 두 가지 범주에서 인공지능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하나는 상용화될 미래 세계에서 고도로 발전된 인공지능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를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 개발 단계(연구, 설계)에서부터 제작, 유통, 소비, 유지 및 관리되는 과정 일체에 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설정하여 대비하고 있는 각국의 현황과 우리나라에의 적용 실태를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미 공개된 다양한 로봇/인공지능 윤리 원칙 등을 소개하고 그 한계를 지적하며, 나아가 인공지능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상품의 관점으로 파악하여 사람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윤리인증제도의 도입을 구상하고 있다. 여기에 면밀히 논의되어야 할 개념들이 책임성, 투명성, 알고리즘의 편향성 문제다. 또 하나는 인공지능이 현실적으로 적용될 의료, 교통, 군사, 예술, 복지 등의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보편적인 윤리 원칙인 공리주의와 의무론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윤리란 존재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생각이나 행동의 기준을 세우는 인간의 행위이다. 고려되는 요소는 옳고 그름, 선과 악, 좋고 싫음, 만족과 불만, 행복과 불행, 안전과 위험 등이다. 대체로 인류 역사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여 윤리적인 고민과 논의, 결론을 내야 하는 상황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어떤 사물이나 사상이 유발하는 상황과 관련해서 이루어졌다. 그런데 AI, 즉 인공지능의 발전은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차원의 윤리적 문제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인공지능기술이 탑재된 로봇이나 기타 의사소통이 가능한 물체들이 인공성에 기반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에게 행위주체성이나 자율성을 가질 수 있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면서 비롯되었다. 다시 말해 사람이 만들어낸 도구적 성격의 인공지능이 이제는 어느 정도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능력과 존재양식을 흉내낼 수 있게 되면서 인격적인 의미를 부여받는 단계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상품이나 간단한 알고리즘으로 작동되는 기계에조차 애착을 가지고 삶의 의미까지 부여하는 인간 존재의 특성상, 인공지능이 보여주는 유사인간성적인 요소는 인간 존재의 정의와 인간의 삶의 방식과 기반 자체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미래에 대한 전망이 불분명하며 찬반 양론이 팽팽한 상황이다.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의 발달로 새롭게 등장할 피조물을 인류 진화의 다음 단계로 보는 사람들까지 있는 상황에서, 인류는 인공지능이 일상적으로 쓰이는 상황, 즉 상용화가 이루어지는 데 필요한 중요한 결정을 합의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다행히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인공지능의 주체성을 현상적 차원에서 인간의 자율성을 모방하는 수준, 즉 준자율성, 위임된 자율성, 유사자율성, 조건적 자율성 등으로 규정할 수 있는 정도인데, 이 정도만 해도 사람들이 엄청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가운데 과거의 다른 윤리 이슈들(이미 일이 벌어지고 난 뒤 윤리적 해결책을 세워나갔던)과는 다르게 비교적 선제적으로 인공지능의 개발과 보급, 활용을 위한 기본원칙들을 논의하고 기초적인 윤리 가이드라인들을 세워나가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자율형 인공지능기술을 탑재한 로봇 혹은 시스템 등은 이중성을 갖고 있다. 도구로 만들어졌지만 빅데이터, 머신러닝 등의 기술이 발전하며 인간과 간단한 정서적 교류나 실질적인 상호작용까지 일으킬 수 있는 준자율적 성격을 가진 개체로 사람들이 인식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개발과 확산에 대한 찬반 주장의 대립과 상관없이 개발은 계속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인공지능의 발전 수준과 이에 대해 법적, 경제적, 사회적인 차원에서 비교적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국제사회의 노력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으며, 우리 사회는 이를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지 소개하고 저자들 나름대로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이 책이 가지는 의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공지능이슈는 결국 사람의 문제, 인간성의 문제, 인간이 가진 가능성과 한계의 문제라는 점을 생각하게 된다.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인류의 존엄성을 지키고 공공선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미사여구 이면을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인공지능 문제는 결국 경제 문제와 직결되며, 각국의 이해, 각 경제 주체들의 이해 관계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돈 문제라는 것이다. 기존 경제 시스템이 포화 상태에 이른 지금, 실질 경제 활동 인구의 감소와 고령화, 군사적 긴장감으로 인한 위기감의 재확산, 바이러스 전염병으로 인한 뉴노멀의 가치관 속에서, 인공지능은 돈을 계속 돌릴 수 있는 통로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인간 존재 자체가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그 안전한계선을 지키면서 인공지능을 어떻게 산업화할 수 있는가, 경제 시스템을 유지시킬 수 있는가가 핵심인 것 같다. 그리고 그 핵심의 주변에 인간적, 사회적, 윤리적 문제가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 수 없는 들러리처럼 따라붙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들었던 의문은, 디지털 코드에서 감정이나 마음이 발생할 수 있는가? 이다. 결국 인간의 마음이 디지털 신호로 환원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그것이 가능하다면 인공지능의 마음, 감정 발생이 허황된 소리는 아니게 된다. 무수한 디지털 데이터 속에서 발견되는 패턴이 생명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수 있을까? 디지털 기반 컴퓨터보다 더 고도화된 양자 컴퓨터가 발전하면 인공지능은 또 어떻게 진화할까? 이런 궁금증들이 책을 읽는 내내 하나둘씩 따라붙었다.

 

만약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현재의 약인공지능과 강인공지능의 어디엔가 위치하고 있는 수준에서, 인간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슈퍼 인공지능의 단계가 현실이 된다면, 그들은 과연 어떤 결론을 계산과 분석을 통해 이끌어낼까? 인간의 윤리와 인공지능의 윤리는 하나인가, 별개가 될 것인가?






「도서출판 어문학사」에서 진행한 신간도서 서평이벤트에 참여하여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왕비로 산다는 것 - 가문과 왕실의 권력 사이 정치적 갈등을 감당해야 했던 운명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10월
평점 :
품절


 

 

 

굵직한 사건과 큰 인물을 중심으로 서술된 역사는 정리하기에 용이하고 이해가 쉬워 역사를 공부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역사는 특정 계층이나 소수의 능력과 경험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방법으로 역사 서술과 교육이 주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들의 기록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역사란 승자,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자의 관점이 반영된 기록이기도 하기에 그것만 가지고 역사를 바라보는 것은 온전하고 올바른 역사관을 가지게 하지 못한다.

 

다행히 승자들만의 관점이 아닌 민중의 관점, 약자의 입장, 주류 역사 서술에 편입되지 못했던 지역의 민족사, 미시사 등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역사라는 학문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아무리 역사 연구와 교육의 다양성이 확대되어 왔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여성의 관점이나 입장이 중심이 되는 차원에서는 여전히 부족하고 부실한 것이 사실이다. 남성 중심의 세계관에서 그 남성 이상으로 강인한 이미지로 리더십을 발휘한 몇몇 사례가 있지만, 그들은 여성의 정체성보다 남성성이 얼마나 발휘되었는가로 평가받는 경향이 더 많기 때문에 온전한 여성의 관점과 입장이 주체가 되는 역사 서술은 수용자 입장에서는 접하기 어렵다.

 

 

 

 

 

 

조선 왕조의 역사 또한 그렇다. 우리가 접하는 조선 왕실의 이야기는 훌륭한 성군, 존재감 없는 군주, 폭군 등의 이미지와 그들의 행적, 그리고 그들과 균형을 이루거나 대립하는 장면들을 중심으로 서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다행히 조선이라는 나라의 가장 큰 보물이라 할 수 있는 기록유산들이 공개적으로 잘 거론되지 않았던 인물, 사건을 많이 담고 있기 때문에 연구자 입장에서는 조선 역사를 다양한 관점으로 연구할 수 있는 터가 마련되어 있다. 그래서 많은 학술적인 연구와 이야깃거리가 나오고 오늘날 흥미진진한 역사대하드라마 같은 것들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KBS 역사저널 그날등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조선 시대의 문화와 역사의 전문가로 이름이 알려진 신병주 교수님의 왕비로 산다는 것은 조선 왕들의 생애와 업적을 중심으로 다룬 왕으로 산다는 것과 왕권과 신권의 대립을 중심으로 신하들의 삶을 풀어간 참모로 산다는 것에 이어 조선 정치의 면모를 다양한 관점에서 풀어내는 세 번째 시리즈로 출간된 책이다. 이 책은 주로 드라마를 통해 볼 수 있었던 궁중 여인들의 삶을 보다 깊이 있게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주며, 때로는 조선 정치사에서 사실상 리더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거나 정쟁의 한복판에 휘말리면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역사의 한 부분으로 그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었다.

 

 

 

 

 

 

 

흔들리는 남편의 마음을 다잡아 새로운 왕조를 세울 수 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이성계의 부인 신덕왕후 강씨, 어린 왕을 대신하여 중대한 국사를 책임지는 수렴청정을 최초이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성종의 어머니 정희왕후 윤씨, 참혹한 폭정으로 많은 원성을 산 연산군의 곁에서 끝까지 이성을 지키며 남편을 사랑했던 폐비 신씨 등이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을 통해 수렴청정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으며, 훌륭한 성품과 뛰어난 내조로 왕의 든든한 동반자 역할을 한 왕비가 있었는가 하면, 기괴한 행실로 왕실의 골칫거리가 되어 결국 쫓겨나고 죽임까지 당하는 왕비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제한된 입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한 여걸형 왕비, 평생 조용하고 온순한 행적으로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 왕비, 어린 나이의 출산과 그 후유증으로 일찍 사망하여 별다른 기록을 남기지 못한 왕비 등 잘 드러나지 않았던 조선 왕실의 속사정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야말로 모든 역사 - 빅뱅, 호모 사피엔스, 피라미드, 전쟁… 그리고 일일이 언급하기에 너무 많은 것들
크리스토퍼 로이드 지음, 앤디 포쇼 그림, 곽영직 옮김 / 북스힐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저자는 그야말로 모든 역사(Absolutely Everything!)라는 책 제목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모든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루려 했고, 지면의 제한을 고려하여 주로 자연과 인류의 역사 흐름을 핵심적인 사건 위주로 최대한 연결성을 갖게 하면서 서술하고 있다. 모든 지식이 담긴 한 권의 책? 저자는 이런 종류의 책을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공부하고 썼다고 밝히고 있는데, 사실 책을 좀 읽는 독자라면, 당장 책 제목만 보고서도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나 데이비드 크리스천, 밥 베인의 빅 히스토리(Big History)’, 하다못해 유발 하리리의 사피엔스(Sapiens: A Brief History of Humankind)’ 같은 책들이 비슷한 주제로 대중적 사랑을 받았고 또 괜찮은 지구-인류 요약 역사물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 책은 사실 지금 많이 나오고 있다. 대중적인 인문학이나 교양 분야의 책들이 수요가 좀 있어서인지, 많은 출판사들이 비슷한 잘 정리된 종합적 지식으로 지적 만족감을 주는 책이라는 기획 의도가 보이는 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미 인문교양 일반의 영역에서 독자적인 장르를 구축한 느낌이다. 그렇다면 그야말로 모든 역사가 비슷한 다른 수많은 책들과 어떤 차이점이 있느냐를 봐야 한다. 첫째, 핵심적인 내용을 빠트리지 않도록 신경 썼으면서도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을 수 있도록 문장을 쉽게 하였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친근하고 시원시원한 느낌을 갖게 하는 책 디자인과 일러스트 등이 책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중국-인도 위주이기는 하나 동양의 역사 부분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세계사는 서구의 관점과 사건 위주로 전 인류의 역사를 재단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책은 최근에 나온 만큼 동서양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꽤 신경을 쓴 듯한 흔적이 있다.

 

 

 

 

 

 

초기 우주와 지구의 지질학적 역사와 원시인류를 다룬 부분은 당대의 자료가 남아 있기 어려운 만큼 텍스트를 보충하는 이미지 자료가 일러스트 위주로 되어 있고, 후반부로 갈수록, 다시 말해 역사 시대 이후의 자료들은 사진이나 좀 더 섬세한 그림자료 등이 남아 있어 시각적으로 더 풍성한 느낌을 준다. 적절한 도표와 인포그래픽 사용으로 정보의 전달성을 높여주고 있어 독자로 하여금 책에 더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지구의 기후가 전반적으로 추웠다가 더워지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고, 지질학적으로는 통합과 분열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는 큰 관점에서, 인류의 역사가 얼마나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온건한 기후에서는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이 풍요롭고 비교적 평화로웠지만, 혹독한 기후로 접어들 때는 항상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갈등과 투쟁이 일어났다. 그렇게 오늘까지 생존한 많은 개체들 중에서 전혀 새로운 경향을 보여주는 종이 부각되었으니, 그것은 바로 인류다. 지금까지 자연의 주도 아래 지구와 생명체의 운명이 결정되었다면, 이제는 인간이 역으로 지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과연 인간에게 그럴 권리가 있는지 질문하게 만드는 것도 이 책이 던진 메시지 중 하나였다.

 

 

 

 

 

 

 

저자는 이 책이 세상의 모든 지식으로 들어가는 문 역할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 책 안에서 독자가 세상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질문을 하며 새로운 답을 구하는 즐거움을 오래도록 맛 보는 방법을 취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책과 궁합이 맞는 독자들이라면 의문-질문--다시 의문-질문-…… 이라는 상승반복의 시스템 속에서 지식과 지혜가 삶에 녹아드는 경험의 문을 이 책을 통해 열 수도 있을 것이다.

 





* 네이버 리뷰어스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지음, 한원희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숲과 별이 만날 때는 최근 보았던 책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제목과 표지를 가진 책이었다. 그리고 총 4부로 구성된 이 소설의 각 부 제목도 마음을 흔드는 매력이 있다. 이 소설에서 묘사되는 아름다운 자연과 조류학에 관한 몇몇 지식들은 이야기의 사이사이에서 휴게소 같은 역할을 한다. 각자 자신만의 아픔과 고민을 안고 있는 세 등장인물이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한 가족이 되는 과정을 그려내는 소설이라고 이해해도 크게 무리는 없지만, 그 과정에서 작품의 호흡이 후반부에 급작스럽게 거칠어지면서 뜻하지 않은 긴장감을 일으키는 재미도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1부 요정이 버리고 간 아이, 에서는 현장 조사를 위해 일정 기간 어느 시골에 체류하게 된, 조류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인 조라는 여성에게 의문투성이의 한 여자아이가 찾아오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딱 봐도 가정에 문제가 있어서 집을 나온 가엾은 어린 여자아이인 것이 분명한데도, 자신의 이름을 별자리인 큰곰자리를 의미하는 얼사 메이저라 소개하며, 자신은 죽은 여자아이의 몸을 빌려 지구에 왔고, 다섯 개의 기적을 경험할 때까지 있을 예정이라는 뜻모를 소리만 하며 조에게 혼란을 준다. 당연히 경찰에 알려 집이나 보호기관으로 보내야 할 상황이지만, 자신의 집은 바람개비 은하즉 우주에 있다며 고집을 부리며 도망을 가는 등 소란을 일으키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한동안 보호자 노릇을 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작은곰이라 불리는 또 다른 혹이 달려 있기까지 한 상황인데…….

 

 

 

 

 

 

2부 가족이라는 이름의 상처, 에서는 한적한 시골 마을에 계란 장사를 하는 게이브란 남성이 등장한다. 이미 1부에서 연구를 위해 조가 자리잡은 거처 옆집에 사는 남성으로, 경찰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일어난 소동을 통해 얼사의 존재를 알게 되고, 얼사를 보호하고 있는 조와 더 깊이 알게 되는 장면이 나왔다. 2부는 여기에 이어 셋이 마치 외딴 행성에 떨어진 한 가족처럼 짧은 기간이나마 행복한 일상을 누리는 이야기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게이브의 개인적인 문제가 이 작은 행복에 균열을 일으키게 된다.

 

3부 불완전한 여자와 마음이 병든 남자, 에서는 소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성인 여성과 성인 남성 등장인물이 가진 개인적 문제가 구체적으로 이야기에 녹아든다. 조는 어머니의 암 진단 과정에서 자기의 암이 발견되었는데, 여성으로서 결코 쉽지 않은 유방 절제와 난소 제거를 결정하고 수술한 인물이다. 자신의 몸을 치료하면서 어머니의 병간호와 임종을 지킨 조는 그 2년 간의 시간을 가슴에 품고 다시 학계로 돌아온 상황이다. 게이브는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울증 환자로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남은 고령의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가족 농장에서 나오는 작물과 가축을 통해 가급적 자급자족을 하고 있으며, 닭들이 낳는 계란이 먹는 것보다 많아져서 동네 길목에서 계란 장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의 내면적인 문제의 원인이 뜻밖에 불륜이라는 기억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여기까지 보면 가정학대로 상처 입고 집을 나와 공상에 자기를 맡겨버린 어린 소녀와, 여성으로서 결코 가볍지 않은 투병생활을 거치고 다시 연구를 재개하는 대학원생,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사회적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건장한 남자 - 이 세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 갈등과 화해를 통해 희망을 말하는 다소 익숙한 이야기 구조를 띄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속도는 4, 숲과 별이 만날 때, 에서 급격히 빨리진다. 주인공 소녀인 얼사 메이저가 왜 허황된 이야기로 자기 자신을 외계인이라고 우길 수밖에 없었는지가 밝혀지는 과정이 매우 충격적으로 전개된다. 총격 장면이 나오고, 사람이 죽고, 주인공들이 치명상을 입게 된다. 갑자기 다른 장르로 돌변한 느낌이다. 그리고 현대 사회의 가장 어두운 면인 가정 붕괴, 약물 중독, 아동 학대 문제가 극적으로 부각된다. 독자는 이 소설이 사실은 우리 시대의 어두운 악마의 열매를 아름답거나 슬픈 은유적 장치들로 포장하다가, 마지막에 그 포장지를 뜯고 정말 지적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드러내는 구조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