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7인 7색, 배낭 메고 남미 - 창세기 묵상하며 여행하기 청소년! 7인 7색, 배낭 메고
강두용 외 지음 / 북트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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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청소년 여행기로서는 준수하지만, 성경 묵상집으로서는 매우 아쉽다. 특히 QT식 성경 묵상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낸다.

 

코로나19가 세계로 퍼지기 직전에 다행히 마무리 된 기독교 대안학교 청소년들의 남미 여행기다. 성경, 그중에서도 창세기를 묵상하며 여행한다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실제로 읽어보면 세세한 여행 과정의 묘사가 주를 이루고 성경 묵상은 그냥 생색만 낸 정도의 인상만 들었다.

 

이런 인상이 마무리 부분에 나오는, 여행을 총정리하는 성격의 학생들의 짧은 에세이나 인솔 교사의 에세이에서도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고 새로운 것을 많이 알아가야 하는 청소년들의 좌충우돌 외국 여행기로서는 좋은 내용을 담았다고 할 수 있지만. 날마다 성경 묵상이라는 부제를 붙이는 것은 좀 무리수라고 생각되었다. 여행 과정의 묘사는 다른 여행기들과 크게 다른 특징이 없으므로 별로 언급할 것이 없다. 해외여행을 하다보면 겪게 되는 돌발 상황, 뜻밖의 도움, 신나는 경험, 괴로운 경험, 느낀 점 등 일반적인 여행기의 구조를 띄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 그리고 특별히 지적하고 싶은 것은, 한국 교회의 성경에 대한 저급한 인식과, 기독교 가치를 바탕으로 한 대안학교마저도 청소년들에게 깊이 있는 성경 교육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가를 확인한 것이었다. 이것은 내가 예전에 해외선교를 경험하면서 느꼈던, 주최한 교회측의 사람들이 보인 모습에서 실망을 느꼈던 것과 비슷한 감정이다. 이 책에도 보면 청소년들의 성경 묵상이 피상적인 수준을 넘지 못한다. 이건 우리가 초등학교 때 오늘은 날이 맑았다. 책을 읽었다. 공부했다. 재미있게 놀았다. 즐거운 하루였다정도의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것은 여행 후의 약간 더 긴 에세이를 봐도 마찬가지다. 소감은 대체로 하나님과 더 가까워졌다. 하나님을 더 알게 되었다. 내가 성장했다. 지켜주시고 인도해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외의 다른 내용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데 그래서 어쩌란 말이지? 기독교적 세계관이 구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어떤 방향으로 바꾸어 놓았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접점이 보이지 않는, 지금까지 한국 교회가 청소년들을 양육한 방식에서 얻을 수 있는 성과를 넘어서는 어떤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수련회가 아니면 특별한 감동을 못느끼는 한국교회의 취약한 청소년 사역 실태가 그대로 드러났다고밖에 볼 수 없다.

 

 

 

 

 

 

 

나는 이 책의 기획의도를 처음 보았을 때 기대가 상당히 컸다. 여행 가운데서 청소년들이 창세기를 어떻게 지지고 볶아놓았을까? 낯선 곳에서의 경험과 창세기의 세계관이 전해주는 특별한 관점이 그 아이들 안에서 어떻게 어우러져 독특한 결실을 맺었을까? 이런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것은 아무 것도 없었고, 창세기에 대한 무미건조한 독서에서 나오는 진부한 감상이 낯설고 불편한 그곳에서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었다는 것에 놀랐을 뿐이다. 차라리 성경 묵상을 빼는 게 낫지 않았을까?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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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지 1 - 풀어쓰는 중국 역사이야기
박세호 지음, 이수웅 감수 / 작가와비평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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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쓰는 중국 역사 이야기 춘추전국지1는 지금의 중국을 있게 한 가장 결정적인 시기라 할 수 있는 춘추전국시대를 소설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우리는 이 책을 읽기 위해서 간단하게 춘추전국시대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역사에서 가르치는 춘추전국시대는 기원전 770년부터 기원전 221년 최초의 중국 통일 제국인 진나라가 건국될 때까지의 시기를 말한다. 크게 춘추시대와 전국시대로 나뉘며 이 책은 상나라와 주나라에 이어 동주시대가 유명무실의 왕실로 무너져가면서 중국 대륙이 제각각의 세력으로 나누어지는 가운데 고사성어 관포지교의 주인공인 관중과 포숙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춘추시대를 그리고 있다. 후에 이어질 전국시대가 완전한 혼돈과 약육강식, 피의 시대였음을 생각하면 춘추시대는 차라리 양반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형식적으로라도 동주 왕실에 충성하는 제후들이 있었고 봉건제 질서가 어느 정도 유지되었기 때문이다.

 

 

 

 

 

 

춘추전국시대는 혼돈과 광기의 시대이면서 그런 시대를 바로잡기 위한 현인들이 대거 등장하여 사상과 문화가 꽃피운 시기이기도 했다. 그래서 총 2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의 소제목들 중에 우리에게 익숙한 사자성어가 많이 등장한다. 1장 경국지색,에서는 기원전 1050년에 세워진 서주왕국이 앞서 언급한 기원전 770년에 어떻게 무너지게 되었는지 제목에서 이미 그 힌트를 주고 있다. 중국에는 나라를 기울게 할 만큼의 절세미인을 셋 정도 꼽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시대에 있었으며, 그 이름은 포사라고 한다. 당시 천자였던 유왕이 포사의 미모와 매력에 홀리고 취해서 자신은 물론 나라까지 무너뜨리는 지경에 이르는 이야기가 이 책 전반부에 전개된다. 9장의 제목은 관포지교는 영원히 변치 않는 우정을 나누었던 관중과 포숙의 사귐을 뜻하는 사자성어로, 제나라의 좋은 혈통의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들이다. 춘추시대 당시 폭군으로 인해 혼란에 빠져 있던 제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영웅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이후 춘추오패의 하나인 제나라 환공과 그를 도와 천하를 도모하는 관중과 포숙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중국 역사에서 춘추전국시대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세계관이 형성된 시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원래 의미에서 더욱 확대되어 그 범위가 천하로 확장된 것이다. 이것이 중국 대륙 통일의 열망을 일으켰고 나아가 진의 통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중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사상과 문화의 다양성을 가지게 되었고 그것이 얼마나 풍성하고 다채로운 중국의 역사를 만들어내었는지를 알아보는 첫 걸음을 부담없이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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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 전집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2
이솝 지음, 아서 래컴 그림,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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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는 인간이 아닌 동식물이나 자연 현상을 의인화하고 비유, 풍자 형식을 통해 사람들에게 교훈을 전하는 이야기 형식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솝 우화가 고대 그리스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새로울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우리가 처음 접하는 이솝 우화들은 후대에 서구사회에서 각색된 형태의 것을 주로 접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솝 우화를 통해 우리는 고대 그리스 사회의 가치관이나 풍습,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윤리관 등을 엿볼 수 있다.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나는 처음에 이솝 우화에 등장하는 동물들이 당시 고대 그리스 사회에 다 있는 줄 알았다. 자주 보거나 친숙한 동물들이 당연히 의인화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사자, 코끼리, 원숭이, 이집트 코브라, 낙타 같은 동물들은 고대 그리스 사회에 없었던 동물이라고 한다. 이것은 리비아 쪽 우화들이 전승 과정에서 이솝 우화 쪽으로 끼어들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한다.

 

 

 

 

 

 

동식물들이 다 주인공일 줄 알았지만 중간중간 사람들이 주요 등장인물로 나오기도 한다. 주로 농민과 상인들이 나오는데, 이를 통해 고대 그리스의 평범한 사람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생활상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읽다가 발견한 사실로는, 이야기가 많아서인지 주는 메시지가 중복되는 경우도 제법 있다는 것이다. 8번 나이팅게일과 매 이야기와 26번 어부와 농어 이야기의 경우 멀리 있는 것을 바라다가 정작 가까이 있는 것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교훈이라는 점에서 같은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53번 난파당한 사람 이야기와 72번 소몰이꾼과 헤라클레스 이야기는 바라기만 하고 움직이지는 않는, 혹은 기도만 하고 그에 합당한 실천을 하지 않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지적한다. 82번 농부와 독사 이야기와 103번 사슴과 포도나무 이야기도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인간의 악한 본성을 꼬집는다는 점에서 비슷한 교훈을 전한다. 76번 족제비와 아프로디테 이야기와 119번 제우스와 여우 이야기는 좀처럼 변하기 어려운 인간의 본성에 대한 교훈을 전한다. 42번 사자를 본 적이 없는 여우 이야기와 148번 처음 본 낙타 이야기는 낯설거나 두렵게 느껴지는 일도 자주 접하거나 해보면 익숙해지거나 더 이상 겁내지 않을 수 있다는 삶의 법칙을 전한다.

 

46번 불가능한 일을 약속한 남자 이야기와 55번 사기꾼 이야기는 연속성을 가지기도 한다. 즉 앞의 이야기가 하다가 만 것 같은데, 그 결과를 뒤의 이야기가 보충해주는 느낌을 주는 경우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이야기는 33번 이야기였다. 33번의 여우와 큰 뱀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속담과 같은 맥락의 교훈을 전한다. 큰 뱀의 긴 모습이 부러웠던 여우가 뱀과 똑같이 되고 싶어서 옆에 누워 자신의 몸을 길게 늘이려고 무리하게 시도하다가 얼떨결에 몸이 찢어져버리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속담이 더 와닿는달까, 납득되는 느낌이다. 아무리 몸을 쭉 늘이기로서니 몸이 찢어진다니 우스웠다.

 

 

 

 

 

 

 

이야기와 해석이 어긋나보이고 의문을 갖게 하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155번 원예사와 개 이야기는 책의 해설처럼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배은망덕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선한 일을 할 때 오해를 받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의미인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에 대한 해석이 선뜻 와닿지 않는 이야기들이 더러 있었다.

 

그밖에도 이야기 자체가 잘 이해되지 않는 우화들도 있었는데, 이것은 아마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다른 데서 오는 한계가 아닌가 싶다.

 

이렇게 방대한 이야기의 보물 창고인 이솝 우화를 전집 형태로 읽을 수 있게 되어 꽤 즐거우면서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제 여기서 읽은 이야기들을 아이들이나 지인들에게 재미있게, 그리고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부담없이 전할 수 있는 시간들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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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쟁이의 뇌를 해부한다면 - 허언증부터 가짜 뉴스까지 거짓말로 읽는 심리학 지식 더하기 진로 시리즈 6
이남석 지음 / 다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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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고 거짓말을 한다. 사람들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원만한 인간관계,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관심을 끌기 위해, 이익을 얻기 위해 등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다양한 거짓말을 한다. 또한 자기 자신을 속이려는 모든 시도가 거짓말이기도 하다.

 

진화심리학에서는 거짓말이 인간의 생존을 위해 만들어진 본능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말뿐만 아니라 행동을 통해서도 거짓말을 표현한다. 동물도 거짓말을 한다. 지능과는 관계 없다. 거짓말은 지능 이전에 작동하는 본능의 영역으로 밝혀지고 있다. 식물에게서도 꿀벌을 속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거짓말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는 세 살과 네 살의 경계, 네 살부터 지능이 발달하여 자기 밖의 세계에 있는 사람과 물건에 대한 생각을 가지게 된다. 다른 사람도 나처럼 생각이 있다는 인식이 생긴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마음이론이라 부른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자기 이익을 위해서 혹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본능적 행동으로서의 거짓말이 늘어나게 된다고 한다.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뇌에서 마음이 만들어진다는 점에 주목한다. 진화심리학자는 원시 상황에서 우리 조상이 어떤 방식으로 행동했는지를 연구해 인간 마음의 본질과 현대인을 이해하려고 하고 있다. 현대인의 뇌와 원시인의 뇌는 크기와 작동 방식에서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거짓말은 언어와 인지 발달에 큰 영향을 주었다. 궁극적으로 인간의 생존에 도움을 주었다. 거짓과 진실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 게 인간이 사는 세상의 모습이긴 하지만 그러한 복잡한 패턴 속에서도 거짓과 진실에 대한 원칙은 있어야 한다.

 

 

 

 

 

 

착한 거짓말과 나쁜 거짓말이 있다. 해롭지 않은 거짓말이라면 예술가의 거짓말, 하는 쪽과 당하는 쪽이 모두 거짓말인 것을 아는 경우. 진실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로서의 거짓말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기억은 감각 기관을 거치면서 형성된다. 사람마다 감각의 민감성과 정확성은 다르다. 인간의 기억은 그 특성상 왜곡될 가능성이 높고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의도하지 않은 거짓말을 하게 된다.

 

플라세보 효과의 반대 개념은 노세보 효과를 소개하고 있는 것도 눈에 띄었다. 큰 사고나 사건, 이별을 경험한 사람이 너무 큰 충격을 견디지 못해 단기간에 관련 기억을 잊거나 지우고 싶은 경우 사용할 수 있는 망각약이 개발되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망각을 돕는 약도 수요가 있다 보니 관련 연구가 계속 되고 있다고 한다.

 

알약의 크기와 색깔도 플라세보 효과를 위해 의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긍정적인 기대가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 피그말리온 효과, 부정적인 기대가 부정적인 효과를 낳는 골렘 효과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었다. 골렘 효과가 더 심해지는 경우를 스티그마 효과(낙인 효과)라고 볼 수 있다. 부정적인 결과를 얻는 것을 넘어 부정적 행동이 강화되어 아예 아무 것도 하지 못하게 되는 심리적 현상이다. 특정 정체성 안에 가두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낙인 효과는 정반대의 긍정적인 기능을 가질 수도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기대와 믿음인 자기효능감과 피그말리온 효과 등의 적절한 활용이 인생을 좀 더 살기 편하게 해줄 수 있는 기술임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1장에서는 착한 거짓말과 나쁜 거짓말을 진화심리학과 발달심리학적 배경에서 예를 들어가며 설명한 후 진로상담사의 다양한 직업 갈래를 소개하고 전망한다.

 

 

 

 

 

 

나와 상대방을 지키기 위한 배려의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이라고 다 같은 거짓말이 아니다. 이에 관한 가장 적절한 예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배려의 거짓말은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게 핵심이다.

 

자기 핸디캡 전략은 다가올 시험이나 경쟁에서 실패했을 때 비난을 피하려는 목적이나, 성공했을 때 좋은 인상을 유지하거나 겸손한 인상을 주기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 부정적으로 발전할 경우 자기 배려 편향에 빠져 잘 되면 내 탓, 못 되면 남 탓으로 돌리는 사고방식이 될 수 있다.

 

경쟁에서 이기고 생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진화로서의 거짓말 외에도, 거짓말에는 자기 자신을 속이는 자기기만도 포함되는데, 이는 주로 자신의 마음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기제로 진화한 경우다. 개인적이고 심리적인 수준에서는 도움이 되지만, 사회적인 수준에서는 해가 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나르시시즘은 자기애또는 자기도취증으로 번역된다. 자기 자신을 돋보이게 하여 타인의 인정을 받으려는 성향이다. 그러나 이것이 너무 심해져 거짓말로 자기 자신을 꾸미거나 나아가 타인을 비하하는 방법 등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행동을 정당화하기까지 한다.

 

이 책에서 확인되는 가짜 뉴스의 기원은 1777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작성했다는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편지가 공개되었는데, 적들이 이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조지 워싱턴을 공격했다. 하지만 이것은 위조된 편지였던 것으로 밝혀진다. 그러나 조지 워싱턴에게 타격을 입히기 원해던 적들은 충분한 효과를 거두었다. 2016년에는 가짜 뉴스 때문에 핵전쟁의 위기에 놓인 적도 있었다는 사실은 이제 가짜 뉴스가 인류 전체를 위험에 빠트릴 수도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가짜 뉴스를 다룰 때 우리는 인지 편향’, ‘확증 편향등의 용어를 많이 접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마키아벨리즘 성향, 나르시시즘 성향, 정신적 게으름과 함께 인간이 생존을 위해 부정성에 더 민감한 인지 편향을 발전시켜 왔음을 알 수 있다.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고 긍정적 부분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기본 성향이 있다면 좋겠지만 불행히도 그런 발전은 더디다.

 

인지적 종결 욕구는 불확실한 것을 참지 못하는 심리다. 불확실한 것은 위험하다는 본능적 인식 때문에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가짜 뉴스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현상이 벌어진다.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비판적으로 볼 수 있는 식견이 필요하다.

 

2장에서는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마케팅 기획자사회조사분석사라는 직업을 소개한다.

 

 

 

 

 

 

이익이 있는 곳에 그것을 탐하는 거짓말쟁이가 늘 있다. 사기꾼의 거짓말과 관련하여 미켈란젤로와 보이스피싱이 연결되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기는 가해자의 탐욕과 피해자의 탐욕이 서로 만나는 지점에서 이루어진다. 이 부분을 읽다보면 거짓말은 생존 본능, 경쟁에서의 승리, 욕심 그리고 두려움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권위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에 대해 얘기한다. 그 권위의 형태는 다양하게 나타나며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런 점에 취약한 것이 특징이다.

 

3장에서는 사기꾼과 거짓말, 뇌과학적 연구 성과를 통해 거짓말하는 뇌의 특징을 다룬다. 이를 통해 뇌과학자이상심리학자라는 직업을 소개한다. ‘뇌과학자는 뇌의 구조와 작동, 처리 과정을 연구하고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상심리학자는 정상인의 범위를 넘어서는 행동, 기분, 정신을 보이는 사람의 심리를 연구하는 직업이다.

 

4장에서는 이렇듯 다양한 거짓말의 세계에 대해 조금 안다고 해서 자신이 절대 사기꾼의 거짓말에 속지 않을 거라는 착각을 버리라는 충고를 한다. 그러면서 과도한 자신감, 우월성 편향, 정상화 편향이라는 심리적 함정에 빠지지 말 것을 당부한다. 사회 구조가 더 복잡해지면서 범죄도 더욱 지능적으로 발전하면서 다양한 새로운 유형이 발생을 것으로 예상되어 프로파일러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이보다 더 넓은 활동 범위를 갖는 범죄심리학자도 소개한다. 검거 및 처벌뿐만 아니라 예방과 범죄자 갱생 및 관련 정책에까지 연결되는 유망 직종으로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인 대니얼 카너먼과 선택이란 주제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연구자 시나 아이엔가를 롤모델로 소개하면서 책을 마친다. 이 책은 청소년들의 진로 탐색을 위한 정보 제공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을 위한 입문서로서 거짓말을 주제로 심리학과 뇌과학 등에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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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라르카 서간문 선집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 지음, 김효신 옮김 / 작가와비평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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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간문을 검색해보면 특수한 형식의 편지 문체라고 한다. 상대방을 높이고 자신을 낮추는 격식을 갖춘 편지글 정도로 보면 되겠다. 이 책은 단테, 보카치오와 함께 르네상스의 문학을 대표하는 3대 시인이자 최초의 르네상스인으로 불리는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의 문학적 유산 중 대표적인 서간문을 모아 엮은 책이다.

 

이 책에 소개된 첫 번째 글은 실용적 동기가 없는, 순수하고 지적이고 심미적인 목적에서의 등산 과정에서 저자가 느낀 이전 삶에서의 사고방식과 현재 삶에서의 사고방식의 충돌과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 이 글이 나온 시대가 14세기 중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등산에서의 성찰이 의미가 있는 것은 그것이 근대적신체 활동 가운데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신체 활동과 내적 분석의 대상이 자기 자신인 것. 이것이 최초의 르네상스인 중 하나로 분류되는 페트라르카의 특징을 보여주는 것이다.

 

두 번째로 눈에 띄는 글은 악과 허영, 번잡함, 퇴폐로 가득했던 아비뇽의 삶에서 벗어나 보클뤼즈라는 한적한 곳에서 은둔하며 남긴 글이다. 소박함과 건전함, 자유, 학문적 활동으로 가득한 삶을 누리고자 선택한 고독한 삶이라고 하는데, 이미 바깥 세상에서 사생아를 둘 정도로 세속적 욕구에 몸을 담았던 저자가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은둔의 삶을 선택한 것은 나에게 다소 무책임한 처사로 보였다. 그런 삶에서 나온 지적 성찰의 결과물들에 어떤 평가가 정당할까? 그가 선택한 삶과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의 모순이 나에게는 영 껄끄럽게 느껴진다.

 

 

 

 

 

 

서간문에서 확인할 수 있는 또 다른 특징으로는, 페트라르카가 살았던 1340년대는 흑사병(페스트)으로 인한 고난의 시기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작가의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긴 형태로 나타나 있다는 것이다. 죽음은 보편적인 현상이지만 개개인에게 있어서도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이것이 14세기에 구현된, 자기내면에 대한 탐색(자기의식)과 성찰로 이어지는 페트라르카 글의 특징에 잘 녹여져 있다.

 

세속적인 것에서 고차원적인 것으로 관심이 옮겨가는 와중에도, 그가 경험해온 것들을 종교적 가치를 구현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부분도 눈에 띈다. 기독교적 가치관을 그가 활용해온 문학적 수단을 통해 좀 더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의 삶은 크게 세 사람과의 만남으로 인해 큰 변화를 겪었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키케로다. 비록 동시대인은 아니었지만 그가 남길 글을 통해 문학에 빠져들게 되었고, 평생의 업을 삼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문학의 전성기를 구가하게 문학적 색채를 결정 지운 두 번째 만남이 청년시절의 연인 라우라 부인과의 만남이다. 일찍 떠나보낸 연인의 강렬한 인상은 끊임없는 연애시를 창작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그의 삶을 궁극적으로 의미 있게 한 마지막 만남은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만나면서부터다. 기독교적 세계관 안에서 그의 모든 생각과 행동은 일대 전환을 이룬다. 그러나 그가 그동안의 경험이나 지식, 기술 등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게 된 종교적 가치관을 부각시키기 위한 도구로 활용하면서 그의 말년의 문학은 새로운 꽃을 피우게 되었다.

 

 

 

 

 

 

그런데 또 하나 이 서간문을 통해 알 수 있는 확실한 것은, 기독교가 초기 교회형성 시기를 지나 원래 의미에서 얼마나 많이 변질되었는가에 대해서이다. 로마 제국의 국교로 인정된 이후 중세 교회 시대에 이르기까지, 기독교 본연의 사랑보다, 정치적 권력의 도구로 타락하면서 그에 따라 수많은 교리나 의식들이 껍데기만 남고, 본질적인 기독교의 가치는 상당 부분 상실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촉발된 르네상스 인문 혁명은, 후에 종교개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에서 역사의 흥미로운 흐름을 읽을 수 있다. 페트라르카가 보여주는 모습은 타락한 교회 권력에서 벗어나 한 개인으로서 신 앞에 정체성을 되찾아가는 인간의 과도기적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혼합된 형태의 기형적 기독교인의 초기 모습 역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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