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우화 전집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2
이솝 지음, 아서 래컴 그림,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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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는 인간이 아닌 동식물이나 자연 현상을 의인화하고 비유, 풍자 형식을 통해 사람들에게 교훈을 전하는 이야기 형식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솝 우화가 고대 그리스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새로울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우리가 처음 접하는 이솝 우화들은 후대에 서구사회에서 각색된 형태의 것을 주로 접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솝 우화를 통해 우리는 고대 그리스 사회의 가치관이나 풍습,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윤리관 등을 엿볼 수 있다.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나는 처음에 이솝 우화에 등장하는 동물들이 당시 고대 그리스 사회에 다 있는 줄 알았다. 자주 보거나 친숙한 동물들이 당연히 의인화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사자, 코끼리, 원숭이, 이집트 코브라, 낙타 같은 동물들은 고대 그리스 사회에 없었던 동물이라고 한다. 이것은 리비아 쪽 우화들이 전승 과정에서 이솝 우화 쪽으로 끼어들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한다.

 

 

 

 

 

 

동식물들이 다 주인공일 줄 알았지만 중간중간 사람들이 주요 등장인물로 나오기도 한다. 주로 농민과 상인들이 나오는데, 이를 통해 고대 그리스의 평범한 사람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생활상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읽다가 발견한 사실로는, 이야기가 많아서인지 주는 메시지가 중복되는 경우도 제법 있다는 것이다. 8번 나이팅게일과 매 이야기와 26번 어부와 농어 이야기의 경우 멀리 있는 것을 바라다가 정작 가까이 있는 것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교훈이라는 점에서 같은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53번 난파당한 사람 이야기와 72번 소몰이꾼과 헤라클레스 이야기는 바라기만 하고 움직이지는 않는, 혹은 기도만 하고 그에 합당한 실천을 하지 않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지적한다. 82번 농부와 독사 이야기와 103번 사슴과 포도나무 이야기도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인간의 악한 본성을 꼬집는다는 점에서 비슷한 교훈을 전한다. 76번 족제비와 아프로디테 이야기와 119번 제우스와 여우 이야기는 좀처럼 변하기 어려운 인간의 본성에 대한 교훈을 전한다. 42번 사자를 본 적이 없는 여우 이야기와 148번 처음 본 낙타 이야기는 낯설거나 두렵게 느껴지는 일도 자주 접하거나 해보면 익숙해지거나 더 이상 겁내지 않을 수 있다는 삶의 법칙을 전한다.

 

46번 불가능한 일을 약속한 남자 이야기와 55번 사기꾼 이야기는 연속성을 가지기도 한다. 즉 앞의 이야기가 하다가 만 것 같은데, 그 결과를 뒤의 이야기가 보충해주는 느낌을 주는 경우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이야기는 33번 이야기였다. 33번의 여우와 큰 뱀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속담과 같은 맥락의 교훈을 전한다. 큰 뱀의 긴 모습이 부러웠던 여우가 뱀과 똑같이 되고 싶어서 옆에 누워 자신의 몸을 길게 늘이려고 무리하게 시도하다가 얼떨결에 몸이 찢어져버리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속담이 더 와닿는달까, 납득되는 느낌이다. 아무리 몸을 쭉 늘이기로서니 몸이 찢어진다니 우스웠다.

 

 

 

 

 

 

 

이야기와 해석이 어긋나보이고 의문을 갖게 하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155번 원예사와 개 이야기는 책의 해설처럼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배은망덕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선한 일을 할 때 오해를 받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의미인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에 대한 해석이 선뜻 와닿지 않는 이야기들이 더러 있었다.

 

그밖에도 이야기 자체가 잘 이해되지 않는 우화들도 있었는데, 이것은 아마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다른 데서 오는 한계가 아닌가 싶다.

 

이렇게 방대한 이야기의 보물 창고인 이솝 우화를 전집 형태로 읽을 수 있게 되어 꽤 즐거우면서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제 여기서 읽은 이야기들을 아이들이나 지인들에게 재미있게, 그리고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부담없이 전할 수 있는 시간들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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