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공부 다시, 학교 - 지식은 어떻게 나의 것이 되는가
EBS 다큐프라임 <다시, 학교> 제작진 지음 / EBS BOOKS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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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보면 교육의 참 의미는 학생이 스스로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느끼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작은 것이라도 해냈다는 성취의 경험을 쌓게 해주는 데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서로를 비교하거나 우열을 가리는 지금의 교육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비교하고 우열을 가려서 개개인이 행복을 느끼거나, 최소한 국가의 발전에 이바지하기라도 하면 다행인데, 이것은 교육을 장사의 관점으로 보는 사람들에게나 이익이 되기에 더욱 불행한 것이다. 이미 교육 정책 자체가 학생들을 절망에 빠트리기 위해 설계된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이 책은 시험의 바른 의미를 알려준다. 시험은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부족한 점을 깨닫고 무엇을 보강해야 할지 그 내용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것을 통해 학습자는 스스로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 즉 시험은 학습의 목표가 아니라 학습, 공부를 위한 도구이자 과정, 수단으로 그 관점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

 

 

 

 

 

 

최근 우리 교육 정책이 강의형 수업(지식 전달)에서 활동형 수업(학생 주도)로 옮겨가고 있는데, 이 책을 보면 이미 여러 선진국에서 그 부작용과 실패 사례가 나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뒷북 치듯 따라하기 정책으로 얼마나 많은 학생들과 교사들을 더욱 수렁으로 몰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여러 나라들이 이 함정에 빠져들고 있는데, 특히 우리나라 정책은 더욱 극단적이다. 주입식 교육의 문제점이 부각되었다면,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어떻게 기초지식과 창의적 학습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정책을 내놓아햐 하는데, 아예 방향 전환을 해버린다. A가 아니니 B로 바꾸자가 아니라, AB를 균형 있게 조합하고 구성하여, C의 가치를 만들어 내자는 쪽으로 가야 한다. 교육이야말로 백년대계의 가치관이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뀌거나 명분만 생기면 급격한 방향 전환으로 학생들을 실험쥐 신세로 전락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기초지식의 전달 부족이 심각하다. 심지어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조차 기본적인 개념과 논리, 사고력이 부족해 학습에 애를 먹고 있다. 교육은 안다는 것과 실제 아는 것 사이의 차이를 인식하게 하여, 자기가 알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으로 공부를 시작하게 해야 한다. 진정한 공부는 틀리고 실패하는 경험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성적으로 줄을 세우고, 사람을 서열화하여 그 가치를 평가하는 교육은, 본연의 의무를 잃어버린 것이다. 잘 하는 사람은 잘 하는 대로, 뒤쳐진 사람은 뒤에서 밀어주며 기본 수준까지 이끌어주면서 어엿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교육이다. 이런 관점이 교육 정책에 반영되지 않으면 나라에 미래는 없다.

 

 

 

 

 

 

이 책은 학습, 공부, 시험, 평가에 대한 관점이 개인을 더 성장시키고, 개인의 성취를 촉진시키는 것으로 바꿔야 하는 것을 시종일관 중요하게 드러낸다. 어떤 학생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감을 고취시키면서 끝까지 이끌어주면 반응하고 따라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모든 학습 능력, 특히 창의성 같은 것들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훈련하고 교육받고 연습하면 길러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참된 지식 습득은 자기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게 하며 자기만의 생각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하고, 또 그런 생각들이 자유롭게 교환되며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게 한다.

 

인류는 자신의 경험을 후대에 전달하며, 거듭된 전달 과정에서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와 의미, 기술과 제도를 만들어내며 발전해왔다. 그러나 이런 발전의 결과로 지금은 인간 존재의 소외, 기술과 자본에 종속된 라이프스타일이 강요되고 또 당연시되는 그런 시대에까지 오게 되어 버렸다. 밝고 건강하고 활기찬 사회는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몫을 해내고 인정받고 존중받는 것으로만 가능하다. 지금처럼 구성원 간의 서열화와 격차를 끊임없이 야기하고,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세상을 합리화하는 데 기여하는 교육 체계가 시급히 개선되지 않는다면, 개인은 물론이고 국가도 지속적인 안녕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공멸을 피해야 한다.






* 네이버 북뉴스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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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지 3 - 풀어쓰는 중국 역사이야기
박세호 지음, 이수웅 감수 / 작가와비평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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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비평 출판사에서 나온 춘추전국지 시리즈(3)는 중국 고대의 통일 왕조인 하··주 시대를 지나 권력의 중심이 흩어져 여러 제후국들이 각축을 벌이는 춘추전국시대 500년의 과정을 거쳐 제4대 째의 통일왕조라고 할 수 있는, 우리에게 익숙한 시황제의 진나라가 등장하기까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이 시기는 중국의 정치, 문화, 사상 등 오늘날 중국의 모든 것을 이루는 것들의 기본이 세워진 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춘추전국지 3권에서는 춘추시대의 강국이었던 진()나라가 분열되면서 독립한 조(), (), () 3진의 등장으로 양상이 바뀐 시대적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정치적 지배형식의 변화다. 즉 봉건적 지배질서에서 국가의 군주가 직할하는 군현제도(郡縣制度)’가 자리 잡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제자백가의 뛰어난 인물들이 그 토대를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하는데, 이 책에서 소개되는 이리, 신불해, 오기, 상앙, 신도 등이 각자의 학문과 사상, 철학을 바탕으로 펼치는 현실 정치의 상황들이 주로 묘사되고 있다. 오늘날에는 유학의 영향으로 많이 다뤄지지 않지만 병가나 법가, 도가의 이념을 바탕으로 꽤 성공적인 국가 운영을 이룬 사례들이 소개되어 있어 현대 중국 정치의 근본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살펴볼 수 있어 유익하다.

 

춘추전국시대의 수많은 도전과 응전들이 빛을 발하고 있지만,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상앙과 신불해다. ()나라 상앙은 중국사에서 손꼽히는 개혁가라고 할 수 있다. 엄격한 법 적용과 제도와 기구의 혁신으로 단기간에 진나라를 전국시대의 주요한 강대국으로 키워냈다. 다만 뒤를 받쳐준 진효공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처형당한다. 한편 신불해는 노자의 사상을 바탕으로 한 정치 철학을 구현하여 그가 재상으로 있던 17년 간 한 번도 외세의 위협에 노출된 적이 없다는 독특한 정치실험의 성과를 남겼다.

 

 

 

 

 

 

결국 진정한 의미에서 오늘의 중국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시황제의 진나라는, 춘추전국시대 500년의 혼돈 속에서 등장한 탁월한 군주들과, 그들의 중용과 후원을 바탕으로 한 제자백가들의 사상과 이론의 현실 정치에의 적용이 하나의 응축된 결실로 나타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성취된 정치, 경제, 사회적 혁신들이 이후 수백 년 동안 답보 상태에 머무르며 더큰 혁신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은 중국 역사의 불운일 것이다. 서양과는 사뭇 다른 동양적인 정치와 경제 발전의 궤적을 발견할 수 있는 춘추전국지는 중국 역사 입문자에게 중국을 배우고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유익한 문헌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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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양장) 동양고전 슬기바다 1
공자 지음, 오세진 옮김 / 홍익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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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논어 번역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홍익출판사의 동양고전시리즈다. 서점의 고전 코너 한 부분을 차지하고서 언젠가 한번은 꼭 읽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해주는 듯하던 이 책이 사실은 홍익출판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번역본으로 나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검색해보면 이런저런 조건을 다 걸어보아도 최소 수백 종은 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최근 현대지성 클래식 판으로 나온 논어를 접해본 적이 있다.

 

 

 

 

 

 

이번에 신개정판으로 나온 홍익출판사의 논어를 통해 처음 알게 된 것은, 기존의 국내 논어 번역서들이 주로 12세기 남송 시대의 성리학자 주희의 논어집주를 저본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참고로, ‘논어집주를 기준으로 이전의 주석들을 고주(古注)라고 하고 논어집주를 신주(新注)라고 한다. 그러나 논어라는 텍스트가 품고 있는 역사적·학문적 맥락의 깊이와 넓이, 폭은 너무나 방대하기 때문에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할지라도 논어집주만을 논어 번역의 저본으로 삼을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역자는 다양한 번역의 논어를 제공하고 싶은 마음으로, 고주라 불리는 논어주소의 주석들을 바탕으로 번역했다고 밝히고 있다. 논어의 다양한 해석은 물론, 그 번역에 있어서도 엄청난 다양성을 품고 있는 것이 논어 텍스트의 매력인 것이다. 우리나라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에 주로 읽었던 것도 이 논어주소라고 한다.

 

성경처럼 어떤 경전을 읽을 때 그 경전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깊은 감동과 교훈, 지혜를 얻을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해당 경전의 의미를 온전히 파악했다고 보기 힘들 때가 많다. 그것은 논어도 마찬가지다. 단어나 문장의 문법적인 이해와 함께 역사적, 사회문화적 배경도 함께 고려될 때, 비로소 하나의 텍스트가 온전히 그 의미를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본편에 들어가기에 앞서 논어라는 책이 지금의 모습으로 형성되어온 과정, 공자는 어떤 인물이었는지, 그리고 공자가 살았던 후기 춘추시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독자로 하여금 논어 텍스트 이해에 매우 유익한 도움을 준다는 특징이 있다. 더불어 논어가 어떻게 한반도에 들어와 이후 조선시대에 보편적인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었는지 밝히고 있는 내용도 흥미로웠다.

 

 

 

 

 

 

공자가 살았던 춘추시대는 여러 제후국들이 중원의 패권을 두고 다투던 혼란의 시기였다. 패권을 노리는 각 집단 내에서도 신하가 주군에게 반기를 드는 등 안팎으로 하극상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던 시대였다고 한다. 무질서와 폭력과 억압이 주가 되던 시대에 공자의 가르침은 예와 음악, 훌륭한 인격 등으로 사람을 감화하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통치 개념이었고, 힘없는 백성들을 위한 목소리였다. 이것은 당시 가치관에 비춰 보면 대단히 혁명적인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듣기에 따라 이것은 굉장히 무모하고 위험한 발언이었던 것이다. 공자는 단순히 책상 앞에서 세상을 논하던 학자가 아니었고, 진정한 이상의 실현을 꿈꿨던, 인류의 스승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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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으로 읽는 Global 시대 손자 해설
신병호 지음 / 행복에너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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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맞는 손자병법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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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으로 읽는 Global 시대 손자 해설
신병호 지음 / 행복에너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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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란 그 시대의 보편적인 가치나 사고방식, 행동양식과는 반대되거나 전혀 다른 새로운 생각이나 방향을 떠올리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즉 기존의 흐름에 거스를 수 있으면서도 그 거스름이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을 줄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위인이라 할 만하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손자병법의 저자인 손무는 그 조건에 부합한다.

 

 

 

 

 

 

손자병법이 나온 기원전 6세기라는 시기적인 요소와 여러 갈래로 흩어진 권력들이 서로 충돌하던 시대적 배경을 고려할 때, 손무 사상의 가장 놀라운 점은 전쟁에서 싸우지 않는 경우의 수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부전승 사상이라고 해서, 물리적인 충돌을 감행하기 전의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되도록 싸우지 않고 원하는 결과를 얻는 방법을 깊이 고민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실현되기 어려운 이상론의 성격이 짙으나, 이런 새로운 생각 하나가 오늘까지 손무의 존재 가치를 이어지게 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생명과 인간에 대한 손무의 관점이다. 여러 전쟁 영화 등을 통해 볼 수 있는 사실은,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너무 허무하게 사라져간다는 점인데, 손무가 살았던 당시는 이것이 더 심했고, 어쩌면 당연한 생각으로서, 전쟁에서 패한 나라의 포로들은 죽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손무는 전쟁에서 승리한 후 적국의 병사도 자국의 백성이나 병사라는 생각으로 병법을 저술했다(p.69)는 점에서, 인본주의적 입장을 일찌감치 가졌던, 시대를 앞서간 인물이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손자병법에서는 지혜, 신의, 인애, 용기, 엄격함을 중요시했는데, 특히 병사를 사랑하는 것을 더욱 중요하게 강조했다고 한다. 또한 전쟁의 승패는 바로 백성들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고, 그것이 어쩌면 전쟁의 가장 중요한 측면일 수도 있음을 통찰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는 것을 넘어 활용하는 것의 중요성을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즉 이해, 통달, 적용, 실행의 원리를 재차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오늘날 우리가 지식을 습득한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을 때, 2500년 전의 손무는 이미 답을 내놓았던 것이다.

 

한편 손자병법을 활용한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조조를 꼽는다. 그 이유는 바로 현재 우리에게 남아 있는 손자병법이 바로 조조가 요약하고 해석한 위무주손자’ 13편이기 때문이다. 손자는 공자, 노자와 함께 위대한 사상가의 대열에 서도 손색이 없는, 실로 문무를 겸비한 21세기형 인간상에 가장 어울리는 한 모범을 제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네이버 리뷰어스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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