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양장) 동양고전 슬기바다 1
공자 지음, 오세진 옮김 / 홍익 / 2020년 12월
평점 :
절판


 

 

 

보통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논어 번역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홍익출판사의 동양고전시리즈다. 서점의 고전 코너 한 부분을 차지하고서 언젠가 한번은 꼭 읽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해주는 듯하던 이 책이 사실은 홍익출판사뿐만 아니라 다양한 번역본으로 나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검색해보면 이런저런 조건을 다 걸어보아도 최소 수백 종은 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나는 최근 현대지성 클래식 판으로 나온 논어를 접해본 적이 있다.

 

 

 

 

 

 

이번에 신개정판으로 나온 홍익출판사의 논어를 통해 처음 알게 된 것은, 기존의 국내 논어 번역서들이 주로 12세기 남송 시대의 성리학자 주희의 논어집주를 저본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참고로, ‘논어집주를 기준으로 이전의 주석들을 고주(古注)라고 하고 논어집주를 신주(新注)라고 한다. 그러나 논어라는 텍스트가 품고 있는 역사적·학문적 맥락의 깊이와 넓이, 폭은 너무나 방대하기 때문에 가장 큰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할지라도 논어집주만을 논어 번역의 저본으로 삼을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역자는 다양한 번역의 논어를 제공하고 싶은 마음으로, 고주라 불리는 논어주소의 주석들을 바탕으로 번역했다고 밝히고 있다. 논어의 다양한 해석은 물론, 그 번역에 있어서도 엄청난 다양성을 품고 있는 것이 논어 텍스트의 매력인 것이다. 우리나라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에 주로 읽었던 것도 이 논어주소라고 한다.

 

성경처럼 어떤 경전을 읽을 때 그 경전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깊은 감동과 교훈, 지혜를 얻을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해당 경전의 의미를 온전히 파악했다고 보기 힘들 때가 많다. 그것은 논어도 마찬가지다. 단어나 문장의 문법적인 이해와 함께 역사적, 사회문화적 배경도 함께 고려될 때, 비로소 하나의 텍스트가 온전히 그 의미를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본편에 들어가기에 앞서 논어라는 책이 지금의 모습으로 형성되어온 과정, 공자는 어떤 인물이었는지, 그리고 공자가 살았던 후기 춘추시대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독자로 하여금 논어 텍스트 이해에 매우 유익한 도움을 준다는 특징이 있다. 더불어 논어가 어떻게 한반도에 들어와 이후 조선시대에 보편적인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을 수 있었는지 밝히고 있는 내용도 흥미로웠다.

 

 

 

 

 

 

공자가 살았던 춘추시대는 여러 제후국들이 중원의 패권을 두고 다투던 혼란의 시기였다. 패권을 노리는 각 집단 내에서도 신하가 주군에게 반기를 드는 등 안팎으로 하극상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던 시대였다고 한다. 무질서와 폭력과 억압이 주가 되던 시대에 공자의 가르침은 예와 음악, 훌륭한 인격 등으로 사람을 감화하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통치 개념이었고, 힘없는 백성들을 위한 목소리였다. 이것은 당시 가치관에 비춰 보면 대단히 혁명적인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듣기에 따라 이것은 굉장히 무모하고 위험한 발언이었던 것이다. 공자는 단순히 책상 앞에서 세상을 논하던 학자가 아니었고, 진정한 이상의 실현을 꿈꿨던, 인류의 스승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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