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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공부 다시, 학교 - 지식은 어떻게 나의 것이 되는가
EBS 다큐프라임 <다시, 학교> 제작진 지음 / EBS BOOKS / 2020년 12월
평점 :
이 책을 읽어보면 교육의 참 의미는 학생이 스스로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느끼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작은 것이라도 해냈다는 성취의 경험을 쌓게 해주는 데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서로를 비교하거나 우열을 가리는 지금의 교육 시스템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비교하고 우열을 가려서 개개인이 행복을 느끼거나, 최소한 국가의 발전에 이바지하기라도 하면 다행인데, 이것은 교육을 장사의 관점으로 보는 사람들에게나 이익이 되기에 더욱 불행한 것이다. 이미 교육 정책 자체가 학생들을 절망에 빠트리기 위해 설계된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이 책은 시험의 바른 의미를 알려준다. 시험은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다. 부족한 점을 깨닫고 무엇을 보강해야 할지 그 내용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것을 통해 학습자는 스스로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 즉 시험은 학습의 목표가 아니라 학습, 공부를 위한 도구이자 과정, 수단으로 그 관점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209/pimg_7776601042836641.jpg)
최근 우리 교육 정책이 강의형 수업(지식 전달)에서 활동형 수업(학생 주도)로 옮겨가고 있는데, 이 책을 보면 이미 여러 선진국에서 그 부작용과 실패 사례가 나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뒷북 치듯 따라하기 정책으로 얼마나 많은 학생들과 교사들을 더욱 수렁으로 몰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여러 나라들이 이 함정에 빠져들고 있는데, 특히 우리나라 정책은 더욱 극단적이다. 주입식 교육의 문제점이 부각되었다면, 어떻게 보완할 것인가, 어떻게 기초지식과 창의적 학습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정책을 내놓아햐 하는데, 아예 방향 전환을 해버린다. A가 아니니 B로 바꾸자가 아니라, A와 B를 균형 있게 조합하고 구성하여, C의 가치를 만들어 내자는 쪽으로 가야 한다. 교육이야말로 백년대계의 가치관이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정권이 바뀌거나 명분만 생기면 급격한 방향 전환으로 학생들을 실험쥐 신세로 전락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기초지식의 전달 부족이 심각하다. 심지어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조차 기본적인 개념과 논리, 사고력이 부족해 학습에 애를 먹고 있다. 교육은 안다는 것과 실제 아는 것 사이의 차이를 인식하게 하여, 자기가 알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으로 공부를 시작하게 해야 한다. 진정한 공부는 틀리고 실패하는 경험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성적으로 줄을 세우고, 사람을 서열화하여 그 가치를 평가하는 교육은, 본연의 의무를 잃어버린 것이다. 잘 하는 사람은 잘 하는 대로, 뒤쳐진 사람은 뒤에서 밀어주며 기본 수준까지 이끌어주면서 어엿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교육이다. 이런 관점이 교육 정책에 반영되지 않으면 나라에 미래는 없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0209/pimg_7776601042836642.jpg)
이 책은 학습, 공부, 시험, 평가에 대한 관점이 개인을 더 성장시키고, 개인의 성취를 촉진시키는 것으로 바꿔야 하는 것을 시종일관 중요하게 드러낸다. 어떤 학생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감을 고취시키면서 끝까지 이끌어주면 반응하고 따라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모든 학습 능력, 특히 창의성 같은 것들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훈련하고 교육받고 연습하면 길러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참된 지식 습득은 자기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게 하며 자기만의 생각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하고, 또 그런 생각들이 자유롭게 교환되며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가능한 사회를 만들게 한다.
인류는 자신의 경험을 후대에 전달하며, 거듭된 전달 과정에서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와 의미, 기술과 제도를 만들어내며 발전해왔다. 그러나 이런 발전의 결과로 지금은 인간 존재의 소외, 기술과 자본에 종속된 라이프스타일이 강요되고 또 당연시되는 그런 시대에까지 오게 되어 버렸다. 밝고 건강하고 활기찬 사회는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몫을 해내고 인정받고 존중받는 것으로만 가능하다. 지금처럼 구성원 간의 서열화와 격차를 끊임없이 야기하고,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세상을 합리화하는 데 기여하는 교육 체계가 시급히 개선되지 않는다면, 개인은 물론이고 국가도 지속적인 안녕을 보장받지 못할 것이다. 공멸을 피해야 한다.
* 네이버 북뉴스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