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스토리텔러들
이샘물.박재영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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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하면 최근 여러 논란으로 미디어에서 자취를 감춘 설민석 선생이 생각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주전공 분야가 아닌 영역까지 손을 뻗다가 과오를 범한 것으로 말하고 있다. 그의 가장 뛰어난 부분은 단연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하는 능력이다. 이른바 스토리텔러로서 대단한 능력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설민석 사태에서 한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아무리 이야기 전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부정확하고 불확실한 정보나 사실을 가지고 한다면 매우 큰 곤란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비난이 컸던 이유는, 그가 전달한 내용이 허구가 아닌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였기 때문이다.

 

탁월한 스토리텔러들에서 강조하는 중요한 측면 가운데 하나는, 기사를 쓰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이야기를 독자에게 흥미진진하고 몰입감 있게 전달하는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그 기반은 철저한 사실 조사와 확인에 있다는 것이다. 있는 사실을 더욱 인상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다양한 기법은 필요하지만, 부실한 사실 확인이나 부정확한 정보 전달은 절대 허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스토리텔링의 또 다른 중요한 요소로는, 스토리가 무엇에 대한 것인가? 사실관계들의 조합이라 할 수 있는 이야기의 주인공은 누구인가와 그의 목표나 그것을 가로막는 장애물과 같은 내용들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핵심은 그런 표면적인 이야기로부터 이끌어내지는 보편적인 의미나 교훈과 같은 것이다. 어떤 사실에서 나오는 보편적인 의미나 가치가 독자에게 지루하지 않고 효과적으로 전달되기 위해서 요구되는 능력이 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이다.

 

스토리텔러는 또한 전하려고 하는 상황에 대해 더욱 디테일한 묘사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달리 말하자면, 더 구체적이고 회화적일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용어나 표현을 통해 기사를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명 보도가 미국 언론계에서 기본이라는 사실도 흥미롭다. 기사는 기자나 취재원이 아닌, 독자를 위한 것이라는 사고방식이 미국 언론의 기본적인 태도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곧 언론의 신뢰성과 연결되는 문제다. 따라서 익명 보도는 미국에서 안전상의 이유처럼 극히 제한적이라고 한다. 이것은 정보 출처의 명확성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몇 년 간 언론사 보도나 특정 이슈에 대한 사실 확인, 팩트 체크가 익숙한 것이 되었는데, 미국에서 팩트체킹은 사실 확인을 넘어선 의미 확인의 단계까지를 의미한다는 점도 새로 알게 된 점이다. 어떤 사건이나 상황에 대해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사실 전달만으로는 완성된 기사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는 사실만으로 알 수 없는 맥락을 밝히는 부연설명, 진실을 가리기 위한 다양한 암호에 대한 분석과 설명이 추가되어야 하는 것이다.

 

 

 

 

 

 

IT 기술의 발달로 독자들의 기사 소비 방식도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응하는 기자들의 기사 전달 방식도 웹의 특성과 소셜미디어라는 주류 매체 특성의 변화에 맞춰 시각적인 요소가 더욱 중요하게 부각된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니까 일종의 비주얼 스토리텔링역시 매우 중요해졌다는 말이다.

 

때로는 현실이 더 소설 같고 영화 같다는 말을 하곤 한다. 같은 사건이나 정보를 두고도 얼마나 더 흥미롭고 매력적으로 전할 수 있는지가 기사 작성, 보도에 있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미국이라고 모든 언론인들이 다 사실에 담긴 본질적 의미를 잘 드러내는 능력자들인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보도 환경과 현실을 생각하면 스토리텔링을 담은 기사 같은 것이 있다 하더라도, 너무 껍데기만 모방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토리텔링을 통한 선동, 혹은 여론몰이가 떠오르거나 말 그대로 표면적인 사실만 전하는 기사나 보도들만 떠오를 뿐이니.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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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80년 생각 - ‘창조적 생각’의 탄생을 묻는 100시간의 인터뷰
김민희 지음, 이어령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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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이어령 선생님을 한때 제자이기도 했던 저자가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이어령 선생님은 이 책의 내용이 자신의 회고록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자신과 과거 행적과 생각이 담겨 있지만 지나간 시간의 흔적조차도 오늘에 잇닿는 현재진행형이 되기를 원하고 있었다. 저자가 탐구하고자 한 것은 이어령이라는 한 탁월한 지성의 끝없는 열정과 에너지로 나타난 창조적 생각의 근원이 어디서 나오는지 밝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와닿았고 읽는 내내, 마지막 페이지까지 떠나지 않았던 생각은 바로 가정 환경의 중요성이었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어떤 부모를 만나는가가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었다. 이어령이라는 인물을 구성하고 있는 양대 축인 지성과 감성, 그중 지성은 아버지에게서, 감성은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으로 보인다. 어머니의 품에서부터 시작된 책과의 깊고 깊은 인연과 아버지의 호기심과 지적 욕구가 남겨준 물리적 유산들은 소년 이어령이 청년, 장년, 노년에 이르기까지 평생을 설렘과 즐거움으로 지식을 추구할 수 있었던 근원적 에너지가 되어준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이런 어린 시절의 배경을 바탕으로 이어령 선생님은 평생을 ?!로 바뀌는 순간의 감동을 양식 삼아 살아온 축복받은 인물로 보였다. 물론 그것만으로 모든 탁월한 지성적 여정이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전쟁의 비극이 준 실존적 위기는 청년 이어령을 상당히 힙겹게 하기도 했다. 청춘의 낭만조차 가난과 배고픔 앞에서 한낱 거래수단으로 전락하는 아픔, 공부하는 데 필수인 사전을 팔지 않으면 데이트조차 하기 힘든 궁핍함 속에서 그래도 청년 이어령은 꿋꿋이 학문의 길을 정진해가는 인내와 끈기를 보여주었다.

 

 

 

 

 

 

이어령 선생님의 일생은 앞서 언급한 물음표와 느낌표가 결합한 물음느낌표적 여정이기도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창조와 파괴가 한 쌍을 이루는 수레바퀴가 쉴 새 없이 굴러가는 삶으로 표현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존재하는 수많은 뿌리박힌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인해 소멸되는 미래 가치와 가능성들을 그냥 보아 넘기지 않았다. 그래서 문화부 장관으로 있는 동안 그가 바꾸려 했던 많은 정책적 시도들이 지속적인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책 뒷편에 수록된 이어령 선생님의 소년부터 현재까지의 사진들을 보다가 마지막 2020년 현재 시점의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랐다. 생각보다 많이 야윈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눈빛은 여전히 소년의 그것이었다. 여전히 스스로의 삶이 박제된 과거가 아닌 현재진행형이기를 원하는 순수한 갈망. 그것은 수동적인 자세로 비가 내리기를 기다리지 않고, 모든 문제에 있어 스스로 우물을 파 샘물을 길어내고야 말았던 한 사람의 묵직한 삶의 고독과 영광의 반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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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코노믹스 - 록으로 읽는 경제학
피용익 지음 / 새빛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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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모든 활동이 경제 행위라는 점에 있어서, 예술 계통 종사자들이 가지는 특유의 자부심이나 거드름, 자신들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사고방식, 자기들은 뭔가 다르고 창조적인 일을 하고 있다는 식의 태도들은 항상 거슬렸다. 예술이 다른 분야와 차별화되는 점은 좀 더 눈에 띈다는 것, 그것 말고는 사실 다른 노동 행위와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예술계조차도 빈부격차가 발생하며, 부의 쏠림 등 일반적인 경제 현상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오만과 위선, 허영심은 더욱 사람을 역겹게 한다. 문화예술 분야가 오히려 자본주의의 첨병 혹은 시종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록코노믹스란 책을 보면서 예술이 보통의 노동 행위, 경제 활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예술이라고 해서 특별하거나 고귀한 위치를 차지할 이유는 없으며, 선한 영향력을 끼친다 따위의 개념은 위선과 기만에 불과하다는 것을 확인한 것만으로 매우 만족스러운 독서를 했다고 생각한다. 한 마디로 모든 것은 돈에 휘둘린다는 것이다. 물론 밥 딜런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다 보니 부와 명예가 따라오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문화예술계야말로 자본의 논리와 법칙을 따르는 훌륭한 추종 집단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록 음악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암울한 시기에 그것에 대한 불만과 저항의 메시지를 선언하는 도구로서 대중들에게 사랑을 받았지만, 반대로 경제가 활황일 때는 그에 맞게 성격이 변하는 다중적 성격을 지닌다는 점에서, 록 장르조차 특별하다거나 의미 있는 예술 장르로 취급받을 이유가 없다는 것도 확인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역시 돈의 논리다. 그리고 애초에 악기나 녹음 장비 같은 것도 자본의 굴레 밖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 장르인 것이다.

 

 

 

 

 

 

서문에서 말하고 있듯이 이 책은 경제의 성장과 둔화 과정으로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은 록 음악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그 역사 가운데서 기억에 남는 것은 상업적으로 매우 성공적인 기업과 같은 활동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롤링스톤즈나 이미 IT가 음악 산업을 완전히 바꿔버릴 것으로 예상하고 먼저 움직인 데이빗 보위의 보위넷이라는 인터넷 서비스 업체 및 금융업과의 연계를 통한 운영 이야기였다.

 

록으로 읽는 경제학이라는 부제에 걸맞은 내용은 이 책의 2장과 3장에 해당하는 부분에 잘 담겨 있다. 부의 편중, 낙수효과, 프레너미, 규모의 경제, 가치의 역설 등을 다룬 2장을 통해 다양한 경제 개념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고, 효과적인 밴드 운영 사례를 통해 성공적인 경영의 원칙을 이끌어내는 3장의 내용이 꽤 도움이 된다. 그 외에는 돈이나 쾌락 때문에 지지고 볶는 이야기들이 많이 보인다.

 

 

 

 

 

* 네이버 문화충전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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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테크 - 자전거부터 인공지능까지 우리 삶을 바꾼 기술 EBS CLASS ⓔ
홍성욱 지음 / EBS BOOKS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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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기술이 인류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깨우쳐준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인문학을 통해 인간과 인간사회를 깊이 이해하려고 하지만 그 탐구에서 과학과 기술의 역할과 의미를 등한시하거나 축소하려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과학과 기술을 신봉하는 사람들의 경우, 실험과 측정, 논리와 이성만으로 규명되지 않는 삶의 모호한 부분을 무가치한 것으로 치부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 두 가지 태도는 사실 불필요한 대립이며, 특히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오늘날에는 서로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는 결합되어 하나의 정체성을 이루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과학 기술 역사와 그 의미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들이 인간과 상호작용하면서 인간을 변화시키는 동시에 기술도 주체적인 의미에서 변화를 겪기 때문이다. 이를 저자는 기술과 인간의 상호작용이라고 표현한다. 마찬가지로 사회도 기술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서로를 만들어 가고 있음을 여러 사례를 통해 밝히고 있다. 저자는 책에 열여섯 가지의 기술, 즉 자전거, , 증기기관, 카메라, 타자기, 전화, 전기, 인터넷, 자동차, 컴퓨터, 아이폰, 인공지능 등을 소개하면서 이것이 사람들의 생활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또 사람들이 어떤 기술은 왜 적극적으로 생활에 받아들이고 어떤 기술은 그 탁월함에도 불구하고 왜 외면받게 되었는지 등을 논하면서, 인간의 일부가 된 기술, 기술의 일부가 된 인간, 나아가 점점 깊어지는 인간과 기술의 관계를 철학적, 사회학적, 정치적, 문화사적 관점 등으로 바라보면서 점진적으로 밀도 있게 탐구하고 있다.

 

개인 차원에서 인간의 신체적 이동 범위를 획기적으로 확장시킨 자전거에서 시작해 이 기술 여정의 정점에 컴퓨터와 인공지능이 배치된 것은 매우 흥미롭다. 결국 기술이 인간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고, 인간은 기술을 버릴 수 없는 강화되어가는 불가분의 역사적 흐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문학이나 과학기술, 과학철학 등이 별개의 영역으로 다루어져서는 곤란한 것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문과적, 이과적 사고방식 같은 이분법적, 혹은 흑백논리, 편향된 사고방식 등을 거부해야만 하는 당위성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우리는 이 책에서 다뤄진 기술 발전의 빛과 그림자를 통해, 자전거의 발전이 현대 여성의 정체성을 만드는 데 어떤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총기류의 기술적 발전이 어떻게 인간을 잔혹하고 비참한 지경에 이르게 하는지를, 증기기관을 통해 에너지 문제로부터 해방된 인간에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켰는지를, 자동인형을 통해 인간의 존재의 근원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 왜 제기되었는지를, 카메라의 발전을 통해 새로운 시장이 어떻게 개척될 수 있는지를, 타자기의 발명을 통해 인간이 익숙한 것으로부터 벗어나기가 얼마나 어려운 비합리적 존재인지 등을 흥미롭게 관찰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가장 매력적인 점은, 기술의 탄생과 발전 및 상용화가, 인간이 필요에 의해 계획하거나 전망한 대로 흘러가는 경우보다 그 반대의 경우를 통해 더욱 흥미로운 결과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사람들 스스로가 발전하는 기술의 맥락에 맹목적으로 스스로 복종하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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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명문 클럽의 뼈 때리는 축구 철학 - 이길 때나 질 때나
니시베 겐지 지음, 이지호 옮김, 한준희 감수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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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사회문화적 특징을, 명문 축구 클럽들의 운영 철학과 역사를 통해 엿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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