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의 힘 - 위기와 기회의 시대, 사고의 틀을 바꿔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라
케네스 쿠키어 외 지음, 김경일 외 옮김 / 21세기북스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손흥민의 찰칵 세리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노란 바탕의 표지 이미지, 거기에는 세상을 어떤 특정한 틀로 파악하고자 하는 인간의 제스처가 표현되어 있다. 이 책을 조금만 읽어보면 어? 프레임이란 게 우리가 지금까지 들어왔던 ‘관점’과 무슨 차이가 있지? 라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그것을 예상한듯 저자는 얼마 가지 않아 프레임과 관점을 같은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는 친절함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중요한 개념은 ‘심성모형’이다. 심성모형은 인지, 즉 우리가 이해하고 아는 행위의 근원적인 수준이 구성하는 것이다. 이것을 다르게 표현하면, 세상을 해석하고 이해하며 판단하고 결정하는 과정이 심성모형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성모형은 영어로 ‘멘탈 모델’이다. 즉 무언가를 어떤 틀로 이해하는 정신적 도구라고 볼 수 있다.






심성모형은 우리가 선택해서 적용하는 프레임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프레임은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결정한다. 이처럼 중요한 프레임을 형성하는 능력이 더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한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두 가지 중요한 프레임에 대한 접근법이 있는데, 그것은 이미 형성된 프레임을 활용하는 것과 프레임의 재구성하는 능력에 관한 것이다.

프레임에 대한 개념 중 또 다른 중요한 내용은 바로 상황에 대한 평가가 프레임 형성이라는 명제다. 프레임은 현실을 단순화하는 기술이다. 이때의 단순화란 핵심적인 부분에 생각을 집중하는 방식을 말한다. 또한 프레임의 유용성은 없는 것을 보게 해주는 데서 절정을 이루는데, 이것이 컴퓨터 기술로 구현된 인공지능과의 결정적인 차이다.

인간은 구체적으로 인과 추론(인과적 사고, 즉 인과관계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과 조건부적 사고(가상의 세상을 상상하는 것 또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마음속에 그려 실제 세상을 이해하고 세상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상상하는 능력, 현실을 벗어나 마음의 눈으로 새로운 것을 발명한다), 그리고 제약적 사고(주어진 경계(한계) 안에서 상상하는 능력, 조건부적 사고를 실행 가능한 것으로 바꿀 수 있다)를 통해 프레임을 형성한다. 즉 우리가 이미 하고 있는 인지 활동이 모두 프레임을 만들고 바꾸고 새롭게 대체하는 일련의 과정이었던 것이다.





즉 프레임은 경우에 따라 새로운 것으로 바꾸거나 고쳐서 쓸 수 있다는 것인데, 이것이 초기 인류로부터 오늘에 이르는 인류 생존의 가장 핵심 능력임을 이 책은 일깨워준다. 또한 프레임 개념은 인류가 획일성이 아니라 다양성이라는 가치와 실전 전략을 통해 발전해왔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데, 오늘날 많은 지도자와 인플루언서들이 이 다양성을 부정하고 효율적이고 일관된 사회 문제 해법을 요구하고 있어 인간의 본성을 역행하는 시대상을 꼬집기도 한다. 이것이 나쁜 이유는 결국 특정인의 이익을 위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의 관점이란 것이 어느 하나의 고정된 틀이 아니라 다양한 아이템으로서 보유할 수 있는 능력임을 알게 될 것이다. 프레임의 목록을 발달시키고 필요할 때 적절한 프레임을 꺼내 쓸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 복잡한 세상을 더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그 속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누구에게나 있고 개선시킬 수 있는 능력을 소모시키지 않도록 도와주는 내용이 돋보이는 책이다.

* 네이버 「리앤프리 책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사와 현대 건축의 만남 - 유럽의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공존하는 현대 뮤지엄 건축 이야기
이관석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전성과 근대성, 현대적 감각의 조화가 도시를 살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사와 현대 건축의 만남 - 유럽의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공존하는 현대 뮤지엄 건축 이야기
이관석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건축은 어떤 의미에서 그 시대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문화적 총체라고 할 수 있다. 예술로 따지면 종합예술에 해당한다. 그래서 도시에 따라 과거의 유산을 잘 간직하고 있는 곳, 과거의 현대의 문화가 공존하는 곳, 과거의 모습을 복원하기 위해 애쓰는 곳,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새로운 가치를 쌓아가는 곳 등 각각의 건축철학과 건물들의 배치를 통해 저마다의 특색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새로 출간된 『역사과 현대 건축의 만남』에서는 이런 건축의 특징을 바탕으로 역사적 환경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으면서도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고민하고 있는 유럽의 오늘을 탐구한다. 고전적 가치가 최우선으로 고려되는 유럽의 환경에서 저자는 수많은 조건을 충족시키며 어렵게 신축된 뮤지엄 11곳을 찾아 소개한다. 이들의 존재의의는 기존의 역사적 유산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도시의 가치를 높여주는가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이 책은 우리가 많이 듣고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그 의미와 세부적 사항을 잘 알지 못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한다. 아무리 최신의 기술과 진보적 성향을 보유하고 있는 건축가라 하더라도 유럽에서 신축 뮤지엄을 짓는다는 것은 끝없는 절충과 타협, 조화와 균형의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고전성과 근대성이 어떻게 서로 상승 에너지를 유발시킬 수 있는지 살펴보는 과정은 우리의 건축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창조적 발상과 가치가 창출되는 전개는 하나의 마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얼마전 뉴스에서 한 건설사가 짓고 있는 아파트가 문화재 전망을 훼손하는 문제로 시끄럽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그 문제는 아직도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태인 것 같다.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우리나라의 과거 유산과 현대 건축물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문제에 있어 너무나 논의가 부족하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소모적인 충돌을 일으키는 일만 계속되는 것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진다.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장기적으로 손해만 보게 되는 일이 반복되는 것 같다.




이제는 고전성과 근대성뿐만 아니라 생태환경적 측면까지 고려해 현대적인 공공건물이 지어지고 있는 유럽의 사정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갈 길이 너무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전통의 계승과 문화적 대표성의 지속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안임을 알 수 있다. 물론 대놓고 경제성만 부각시킨다면 주객이 전도되는 격이겠지만, 본질과 정체성을 지키면서 새로운 가치를 덧붙여나가는 작업이 공공의 정신적 풍요뿐만 아니라 실질적이고 공익에 부합하는 경제적 도움과 혜택도 주어지게 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책은 우리나라의 도시계획 및 문화유산 보전이 어떤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계통에 있는 분들이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운전하는 철학자 - 운전이 어떻게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가
매슈 크로퍼드 지음, 성원 옮김 / 시공사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철학자에서 소모품으로 전락될지도 모를 운전자의 의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운전하는 철학자 - 운전이 어떻게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가
매슈 크로퍼드 지음, 성원 옮김 / 시공사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마트폰이 연장된 신체처럼 취급되는 요즘, 스마트폰보다 먼저 인간에게 필수처럼, 말 그대로 또 하나의 정체성처럼 여겨지는 사물이 있으니 그것은 자동차다. 특히 우리나라는 허영심의 차원에서 더 심한 것 같다. 굳이 필요없는 고사양의 차를 무리를 해가며, 카푸어도 마다않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용도로 차를 굴리기도 한다. 여기에서 빈곤한 한국의 정신문화를 엿본다.

운전한다는 행위는 운전자 스스로가 상황을 보고 이해하고 판단하고 다음 행위를 하게 한다는 점에서 매우 자기주도적인 행위로, 인간의 주체성을 키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차에 앉아서 무언가를 한다는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철저히 수동적이다. 스스로 자동차를 만들지 않는 이상, 누군가가 만들어진 프레임 안에서 무엇이든 해야하기 때문에 주체성은 상실되고 정해진 미로를 더듬거리며 찾아갈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로 만드는 것이 또한 자동차이며 운전하는 행위인 것 같기도 하다.





도로에서도 마찬가지다. 원시 인류는 생존을 위해 이동하기도 했지만 모든 경로를 스스로 설정하고 모험을 해야 했다는 측면에서 지금의 인류보다 훨씬 자유로웠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인류가 자동차 안에서 운전이라는 행위를 통해 하는 이동은 발전이라기보다는 점점 퇴보에 가까워진다고 할 수 있다. 자기주도적인 생각과 결정, 행위라는 점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이동의 범위는 더 넓어지고, 어디든지 마음껏 갈 수 있는 것 같지만, 전반적으로 세상이 점점 네트워크화되고 어디든 관리되고 있지 않은 곳이 없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더 큰 틀에 갇힌 인간의 존재성을 부각시키는 것이 오히려 도로 네트워크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자동차의 폭발적 보급은 포드식 자본주의 생산방식을 통해 가능했다. 결국 우리가 하는 주체적인 운전 행위나 자동차라는 연장된 신체는 자본주의라는 특정 체제가 만든 시스템의 일부일 수밖에 없다. 그 안에서 자신의 이동 능력이라든지 자유 같은 주제를 정체성의 차원에서 논한다든지 개성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그야말로 우물 안 개구리의 팔딱거림이 아니고 무엇일까? 결국 우리는 어딘가에 종속됨으로써 존재하는 처지일 수밖에 없고 그것을 망각하게 하는 것이 현대 문명의 주요 목표가 되었다.







자율주행기술이 점점 발달하게 되면 결국 운전이라는 행위도 게임 같은 것으로 전락할 것이다. 게임이라고 해서 무조건 낮잡아 볼 일은 아니지만 사람이 생각하는 것만큼 운전이라는 행위가 대단하지 않다는 인식이 보편화될 가능성도 높다. 그것에 저항하는 것이 얼마나 거셀지는 미지수다.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시대가 될 공산이 크고, 그렇다면 우리의 운전 행위가 가상의 네트워크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면 또 자율주행에 몸을 맡긴 채 다른 가상공간에서 게임하듯 시간을 보내고 있다가 목적지에 도착하면 게임을 끝내고 현실로 돌아오는 식으로 삶의 방식이 바뀔지도 모르는 것이다. 결국 운전이라는 행위는 큰 틀에서 인간을 자유롭게 만들기보다는 더욱 존재적으로 소외시키고 소비주체로서만 의미를 가지는 비참한 존재로 전락시키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