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현대 건축의 만남 - 유럽의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공존하는 현대 뮤지엄 건축 이야기
이관석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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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은 어떤 의미에서 그 시대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문화적 총체라고 할 수 있다. 예술로 따지면 종합예술에 해당한다. 그래서 도시에 따라 과거의 유산을 잘 간직하고 있는 곳, 과거의 현대의 문화가 공존하는 곳, 과거의 모습을 복원하기 위해 애쓰는 곳,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새로운 가치를 쌓아가는 곳 등 각각의 건축철학과 건물들의 배치를 통해 저마다의 특색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새로 출간된 『역사과 현대 건축의 만남』에서는 이런 건축의 특징을 바탕으로 역사적 환경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으면서도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고민하고 있는 유럽의 오늘을 탐구한다. 고전적 가치가 최우선으로 고려되는 유럽의 환경에서 저자는 수많은 조건을 충족시키며 어렵게 신축된 뮤지엄 11곳을 찾아 소개한다. 이들의 존재의의는 기존의 역사적 유산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도시의 가치를 높여주는가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이 책은 우리가 많이 듣고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그 의미와 세부적 사항을 잘 알지 못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한다. 아무리 최신의 기술과 진보적 성향을 보유하고 있는 건축가라 하더라도 유럽에서 신축 뮤지엄을 짓는다는 것은 끝없는 절충과 타협, 조화와 균형의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고전성과 근대성이 어떻게 서로 상승 에너지를 유발시킬 수 있는지 살펴보는 과정은 우리의 건축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히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창조적 발상과 가치가 창출되는 전개는 하나의 마법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얼마전 뉴스에서 한 건설사가 짓고 있는 아파트가 문화재 전망을 훼손하는 문제로 시끄럽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그 문제는 아직도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태인 것 같다. 이런 뉴스를 볼 때마다 우리나라의 과거 유산과 현대 건축물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문제에 있어 너무나 논의가 부족하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소모적인 충돌을 일으키는 일만 계속되는 것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진다.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장기적으로 손해만 보게 되는 일이 반복되는 것 같다.




이제는 고전성과 근대성뿐만 아니라 생태환경적 측면까지 고려해 현대적인 공공건물이 지어지고 있는 유럽의 사정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갈 길이 너무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문제는 단순히 전통의 계승과 문화적 대표성의 지속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안임을 알 수 있다. 물론 대놓고 경제성만 부각시킨다면 주객이 전도되는 격이겠지만, 본질과 정체성을 지키면서 새로운 가치를 덧붙여나가는 작업이 공공의 정신적 풍요뿐만 아니라 실질적이고 공익에 부합하는 경제적 도움과 혜택도 주어지게 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책은 우리나라의 도시계획 및 문화유산 보전이 어떤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계통에 있는 분들이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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