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라는 작품에서는, “당신이 나이가 들어 늙든 머리칼이 어떻게 되든, 뚱뚱해지든 가슴이 쭈그러지든 당신을 좋아할 거야”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런 정서를 담은 표현은 작품집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이런 사랑에 대한 간절한 마음과 거의 동일한 비중으로 반드시 헤어지고 말 것이라거나, 관계가 망가질 것이라거나 식으로 꼭 문제가 발생하고 말 거라는 불길한 예언을 거의 억지로 갖다붙이는 난해한 감성이다.
심지어 “나는 이 사람이 아닌 인간은 모두 가슴속에서 죽여 버렸다”라는 표현으로 자신의 사랑의 진실성을 과격하게 묘사하는 부분도 볼 수 있는데, 그런 강렬한 사랑의 감정에 어찌 반대 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그것도 제3자가 엮여서 그런 가능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지 좀처럼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런 걸 두고 풍요 속 빈곤이라 할 수 있을까? 앞서 사치스러운 감정이라고 했지만 속된 말로 배부른 소리를 이렇게 문학이라는 옷을 입힐 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골」이라는 작품에는 “우리 살기는 같이 살아도,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어, 알아, 그거?”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런 정서 역시 작품집내 다른 작품들에서도 동일하게 나온다. 흥미로운 것은, 예를 들어 남자가 바람을 피우는 걸 알고 여자가 당혹스럽고 실망스런 감정을 표출하는데, 그게 여자도 마찬가지 입장이라는 상황의 황당함이다. 결국 양쪽이 다 권태기 같은 것에 빠져서 딴짓을 하고 있다는 건데, 어느 한쪽의 감정이 극대화되어 어떤 이야기로 승화되는 것 자체가 문학성을 가졌다고 볼 수 있는 건지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