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옳은가 - 궁극의 질문들, 우리의 방향이 되다
후안 엔리케스 지음, 이경식 옮김 / 세계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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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의식과 윤리관이 무엇에 의해 형성되고 있는지 그 본질을 파악하도록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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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옳은가 - 궁극의 질문들, 우리의 방향이 되다
후안 엔리케스 지음, 이경식 옮김 / 세계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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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준이 달라진다는 것은 꽤 큰 일이다. 거기에 적응해야 되기 때문이다. 적응하지 않으면 삶의 불편해진다.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고스란히 손해를 보는 수밖에 없다. 더 비극적인 건 자신이 손해를 보고 있는지 아닌지 파악조차 못하는 상태로 사는 것이다. 뒤늦게 깨달으면 화가 치밀어오르겠지만, 다음에는 눈 뜨고 코 베임 당하는 확률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 시점에서 가장 최고의 고수는 외부의 기준으로부터 자신의 삶을 일찌감치 떨어트려 놓고 관조할 줄 아는 사람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우리가 사는 세상의 변화무쌍한 삶의 기준들은 본질적인 차원에서는 무의미하고 쓸모 없는 것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정말 중요한 삶의 지침 한두 가지만 분명하고 굳건히 붙들고 있다면, 사실 세상의 변화 따위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니다. 하지만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관점은 가질 필요가 있다.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번역-출간된 『무엇이 옳은가』는 여러모로 많은 도움이 될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윤리의 문제는 좀 복잡하다. 절대적이기도 하지만 상대적 속성이 더 큰 영향을 발휘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 역시 윤리의 절대성을 신봉하는 사람들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시대의 갈등과 폭력이란 주로 그 믿음에서, 더 정확하게는 서로 다른 각자의 믿음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윤리 기준의 대규모 변화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변화를 가장 선두에서 유발시키는 것은 기술의 발전이다. 이 책은 윤리의 기준이 급격하게 혹은 근본적으로 바뀐 사례들을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가족관의 변화다. 단순히 100년 전, 30년 전 단위로만 끊어 돌이켜봐도 상당한 인식의 변화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유전자 조작 기술과 시험관 아기, 항공 우주 산업에서 인간을 다른 행성으로 이주시키는 기술까지 연결되어 실제로 인간이 지금과는 다른 인체 디자인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전망과 실제 시도까지 맞닥뜨리게 하는 문제로 확장된다.

핵심은 이것이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문제로만 접근되고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대중에게는 그런 경향이 있다. 좌우 이념이나 경제 주체들 간의 이익 다툼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보다 더 큰 관점으로 기술과 윤리관, 세계관의 변화 양상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이 보여준 가장 인상적인 통찰은 바로 지금 우리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과 사고방식이 항상 고정적이지 않다는 본질적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고정불편의 절대 원칙이 사람을 사람되게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의 의식과 윤리, 생활 방식의 영역에서 얼마나 많은 변화가 일어났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게 매우 자연스럽게 넘어온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흐름을 단위로 분할하여 앞쪽의 장면과 지금의 장면의 괴리를 눈앞에 들이미는 이 책의 터프함은, 우리의 닫힌 사고를 활짝 열리게 해줄 수 있을 것이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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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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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와 서사의 서정성과 아름다움과는 별개로, 인물들의 정서에 공감하기는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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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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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집의 전체적인 구성과 순서는 표제작인 「울 준비는 되어 있다」를 뒤쪽으로 배치하여 이 작품을 읽기 위한 준비 단계로 앞쪽에 다른 작품들을 전진 배치한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소설집에 나오는 인물들은 대체로 바람을 피우거나 이혼하는 일이 너무 자연스럽다. 물론 그 자연스러움이 편안하고 깔끔한 것은 아니다. 나름의 괴로움과 외로움, 감정의 변화로 인한 고통이 이유로 제시되어 있다. 하지만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감정선을 이해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음은 텅 비어 외로운데 몸은 충족되어 있다”는 아이러니에서 비롯된 경악감이, 이 책의 분위기를 적절히 축약해 놓은 듯하다. 사실 이런 감정은 너무 사치스럽지 않나? 더욱이 이 소설집이 출간된 것이 2000년대 초반인 것을 감안하면, 지금 대한민국 독자의 정서로서는 매우 변덕스럽고 꼭 저 심정을 이해해줘야 되는 것인지, 아니면 도대체 어쩌라는 거야? 라는 반응이 나오기 딱 좋은 서사를 담고 있다.

「열대야」라는 작품에서는, “당신이 나이가 들어 늙든 머리칼이 어떻게 되든, 뚱뚱해지든 가슴이 쭈그러지든 당신을 좋아할 거야”라는 표현이 나온다. 이런 정서를 담은 표현은 작품집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이런 사랑에 대한 간절한 마음과 거의 동일한 비중으로 반드시 헤어지고 말 것이라거나, 관계가 망가질 것이라거나 식으로 꼭 문제가 발생하고 말 거라는 불길한 예언을 거의 억지로 갖다붙이는 난해한 감성이다.

심지어 “나는 이 사람이 아닌 인간은 모두 가슴속에서 죽여 버렸다”라는 표현으로 자신의 사랑의 진실성을 과격하게 묘사하는 부분도 볼 수 있는데, 그런 강렬한 사랑의 감정에 어찌 반대 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그것도 제3자가 엮여서 그런 가능성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지 좀처럼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런 걸 두고 풍요 속 빈곤이라 할 수 있을까? 앞서 사치스러운 감정이라고 했지만 속된 말로 배부른 소리를 이렇게 문학이라는 옷을 입힐 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골」이라는 작품에는 “우리 살기는 같이 살아도,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어, 알아, 그거?”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런 정서 역시 작품집내 다른 작품들에서도 동일하게 나온다. 흥미로운 것은, 예를 들어 남자가 바람을 피우는 걸 알고 여자가 당혹스럽고 실망스런 감정을 표출하는데, 그게 여자도 마찬가지 입장이라는 상황의 황당함이다. 결국 양쪽이 다 권태기 같은 것에 빠져서 딴짓을 하고 있다는 건데, 어느 한쪽의 감정이 극대화되어 어떤 이야기로 승화되는 것 자체가 문학성을 가졌다고 볼 수 있는 건지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물론 에쿠니 가오리라는 작가의 서정적인 문체나 문장의 흡인력은 대단하다. 사실 「낙하하는 저녁」이나, 「호텔 선인장」, 「하느님의 보트」 같은 작품들은 상당히 인상적으로 봤는데, 이번 작품집의 이야기들과 등장인물들의 정서는 좀처럼 공감하기가 어려워 애를 먹었다. 하지만 읽히기는 잘 읽힌다? 독자로서의 이런 상반된 독서 경험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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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클래식 - 만화로 읽는 45가지 클래식 이야기
지이.태복 지음, 최은규 감수 / 더퀘스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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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가의 ‘사랑의 인사’나 베토벤의 ‘월광’,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슬픔’, 차이코프스키의 ‘뱃노래’, 비발디의 ‘사계’ 시리즈, 슈만의 ‘어린이의 정경’ 시리즈, 쇼팽의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곡들 정도가 클래식을 즐길 수 있는 한계였다. 언급한 곡들은 비교적 멜로디가 선명해서 클래식이라 하더라도 듣는 데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조금만 이런 범주를 벗어나면 클래식은 참 친해지기 어려운 장르였다.

그러다가 일본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덕분에 베토벤의 교향곡 7번이 귀에 익으면서 드보르작의 9번 교향곡인 ‘신세계로부터’처럼 취향에 맞는 교향곡도 찾아 듣기 시작했다. 이후 언젠가는 꼭 들으리라는 생각으로 기회가 닿는 대로 많은 클래식 음원을 모으곤 했는데, 신나게 수집은 했지만 언제 다 들을 수 있을지 미지수인 채로 지금까지 지내왔다.

어떤 문학작품은 작품 그 자체로 감상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그래서 작가의 생애를 살펴보기도 하고 역사적 배경이나 그밖에 작품을 둘러싼 외부 정보를 통해 작품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도 한다. 예술이란 맥락에서 클래식 음악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 특별히 제목이나 주제 같은 다른 정보 없이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그림이 그려지고 감정이 전달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그냥 들어서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고, 심지어 제목이나 주제 같은 사전 정보를 공부하듯이 미리 알고 들어도 잘 와닿지 않는 곡도 많다.

시중에 참 많은 클래식 입문서가 나와 있고, 책을 찾아볼 것도 없이 인터넷만 뒤져 봐도 지금 자기가 듣고 있는 곡에 대한 정보를 속속들이 잘 알고 있고 쉽게 전달해주는 고수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이런 수단들마저도 클래식에 대해 친근감을 갖기 어렵게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쩌면 지금 소개하는, 더퀘스트 출판사에서 나온 『어쩌다 클래식』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아주 일반적인 기준에서 클래식과 그다지 친밀하지 않은 독자가 읽었을 때 클래식에 한 발짝 정도 흥미를 가지게 할 수 있을 정도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페이지당 2컷 내외의 만화 형식으로 클래식과 클래식 음악가들에 대한 뒷이야기들을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다. 그림체는 명랑만화 스타일이다. 단순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내용 전개와 그림에서 표현되는 감정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더불어 보는 내내 즐거운 감정이 유지된다. 개중에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도 있지만, 대체로 아 이 음악가에게 이런 사연이 있었어? 이런 성격이었어? 하고 생각하게 하는 낯설고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 클래식 초보 잼잼이와 그녀를 도와주는 강아지인지 고양이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 ‘댕고’, 그리고 인공지능 스피커인 ‘아마데우스’가 마치 만담을 하듯 클래식 음악과 음악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장면장면마다 유머와 흥겨움이 넘친다.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한 이미지로 충만해 있을 것만 같은 음악가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의외의 모습을 개성 있는 캐릭터로 잘 살려내어 독자들에게 클래식에 대해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이 책은 만화 형식으로 되어 있기에 읽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아 부담이 없다. 그러면서도 나름 음악에 대한 핵심적인 정보는 놓치지 않으려고 신경 쓴 흔적이 보이며, 무엇보다 음악이 소개될 때마다 해당 곡을 QR코드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바로 들어볼 수 있게 해놓았기 때문에 눈과 귀 모두를 즐겁게 하는 독서를 할 수 있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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