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클래식 - 만화로 읽는 45가지 클래식 이야기
지이.태복 지음, 최은규 감수 / 더퀘스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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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가의 ‘사랑의 인사’나 베토벤의 ‘월광’,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슬픔’, 차이코프스키의 ‘뱃노래’, 비발디의 ‘사계’ 시리즈, 슈만의 ‘어린이의 정경’ 시리즈, 쇼팽의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곡들 정도가 클래식을 즐길 수 있는 한계였다. 언급한 곡들은 비교적 멜로디가 선명해서 클래식이라 하더라도 듣는 데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조금만 이런 범주를 벗어나면 클래식은 참 친해지기 어려운 장르였다.

그러다가 일본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덕분에 베토벤의 교향곡 7번이 귀에 익으면서 드보르작의 9번 교향곡인 ‘신세계로부터’처럼 취향에 맞는 교향곡도 찾아 듣기 시작했다. 이후 언젠가는 꼭 들으리라는 생각으로 기회가 닿는 대로 많은 클래식 음원을 모으곤 했는데, 신나게 수집은 했지만 언제 다 들을 수 있을지 미지수인 채로 지금까지 지내왔다.

어떤 문학작품은 작품 그 자체로 감상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그래서 작가의 생애를 살펴보기도 하고 역사적 배경이나 그밖에 작품을 둘러싼 외부 정보를 통해 작품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도 한다. 예술이란 맥락에서 클래식 음악도 비슷한 측면이 있다. 특별히 제목이나 주제 같은 다른 정보 없이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그림이 그려지고 감정이 전달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그냥 들어서는 귀에 잘 들어오지 않고, 심지어 제목이나 주제 같은 사전 정보를 공부하듯이 미리 알고 들어도 잘 와닿지 않는 곡도 많다.

시중에 참 많은 클래식 입문서가 나와 있고, 책을 찾아볼 것도 없이 인터넷만 뒤져 봐도 지금 자기가 듣고 있는 곡에 대한 정보를 속속들이 잘 알고 있고 쉽게 전달해주는 고수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이런 수단들마저도 클래식에 대해 친근감을 갖기 어렵게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쩌면 지금 소개하는, 더퀘스트 출판사에서 나온 『어쩌다 클래식』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아주 일반적인 기준에서 클래식과 그다지 친밀하지 않은 독자가 읽었을 때 클래식에 한 발짝 정도 흥미를 가지게 할 수 있을 정도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페이지당 2컷 내외의 만화 형식으로 클래식과 클래식 음악가들에 대한 뒷이야기들을 재미있게 그려내고 있다. 그림체는 명랑만화 스타일이다. 단순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내용 전개와 그림에서 표현되는 감정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더불어 보는 내내 즐거운 감정이 유지된다. 개중에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도 있지만, 대체로 아 이 음악가에게 이런 사연이 있었어? 이런 성격이었어? 하고 생각하게 하는 낯설고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이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 클래식 초보 잼잼이와 그녀를 도와주는 강아지인지 고양이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 ‘댕고’, 그리고 인공지능 스피커인 ‘아마데우스’가 마치 만담을 하듯 클래식 음악과 음악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는 장면장면마다 유머와 흥겨움이 넘친다.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한 이미지로 충만해 있을 것만 같은 음악가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의외의 모습을 개성 있는 캐릭터로 잘 살려내어 독자들에게 클래식에 대해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이 책은 만화 형식으로 되어 있기에 읽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아 부담이 없다. 그러면서도 나름 음악에 대한 핵심적인 정보는 놓치지 않으려고 신경 쓴 흔적이 보이며, 무엇보다 음악이 소개될 때마다 해당 곡을 QR코드를 통해 스마트폰으로 바로 들어볼 수 있게 해놓았기 때문에 눈과 귀 모두를 즐겁게 하는 독서를 할 수 있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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