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쇼핑목록 네오픽션 ON시리즈 2
강지영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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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세 번째 작품집 첫 번째 작품이자 표제작인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최근 드라마로 방영된 같은 제목의 원작 작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면 소설과 드라마는 비슷한 소재의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드라마에서는 전체적으로 우중충하지만 유머나 희망적인 색깔을 가늘게 유지하면서 결론적으로 밝은 분위기로 막을 내리고 있는데, 소설은 시종일관 어두운 톤을 유지하면서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한다.

특히 주인공이 마트에서 계산원으로 일하면서, 손님으로 찾아오는 수백 명의 사람들의 특징이나 그 특징을 통해 어떤 사실들을 추리하고 검증하는 것을 취미처럼 하는 행위는 단순한 취향이 아니라 주인공의 성격 및 과거 이력과 연결되어 캐릭터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드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거기가 본 스토리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 생각지도 못했던 살인사건이 묘사되는데, 그것이 얼마나 괴기스러우면서도 끔찍한지, 생각할수록 몸서리치게 하여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전반적으로 짧은 내용의 작품들이지만 반전을 만들어내는 과정과 구조가 촘촘하게 잘 짜여 있어 읽는 재미는 일품이다. 예를 들어 고양이를 소재로 한 작품에서는 죽은 고양이가 살아 남은 고양이의 이후 삶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묘사가 되는데, 굉장히 인간적이고 선한 의도만 가득할 줄 알았던 작품의 줄거리가 돌연 인간의 비인간성 혹은 이중성을 부각시키는 결론으로 전개되는 흐름이 살아있음에 대한 먹먹함과 급격한 내용상 반전의 충격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감상을 동시에 일으키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한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는 작품에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복잡하게 전개되던 사건이 돌연 신의 등장으로 한방에 해결되어버리는 문학적 장치를 의미하는데, 이 개념을 한국의 무속 신화와 연결시켜 요즘 개인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네이버웹툰 ‘미래의 골동품가게’와 같은 느낌을 주어 흥미로웠던 작품이다. 소설의 끝부분에서는 여기에 사람의 인연을 이렇게도 풀어낼 수 있구나 하는 절묘한 장면을 연출하여 감탄을 자아냈던 작품이다.

가장 주목되었던 작품은 「러닝패밀리」다.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까지 끌어들여 이야기에 흥미를 갖게 한다. 게임으로 상징되는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연결점으로 ‘검은 구멍’이 등장한다. 사회적 약자로 특징지을 수 있는 인물들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열악한 환경의 집 안방에 생긴 구멍에 빠져 실종되는 사건들은 일종의 판타지다. 가상세계인 게임에서의 활동 결과가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의 흐름은, 메타버스처럼 또 하나의 실존 공간을 받아들여야만 할지도 모르는 인류의 앞날을 약간은 어둡게 그려내고 있다.

소설집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한국소설의 또 다른 돌파구를 보여준 것처럼 느껴졌다. 한국의 장르소설도 어느 정도 역사가 쌓이면서 일종의 진부함처럼 느껴지는 경향이 없지 않았는데, 작가의 문장이나 이야기 전개 솜씨에서 느껴지는 상상력의 폭과 깊이, 현 시대의 표면과 이면을 하나의 메시지에 담아내는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은, 독특한 이야기를 통해 자기만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드러내고 싶은 수많은 예비 작가들에게 좋은 이정표가 되어줄 것으로 생각되었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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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백 리 퇴계길을 걷다 - 지리학자, 미술사학자와 함께
이기봉.이태호 지음 / 덕주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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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시간선 위에 중첩된 형태로 쌓이는 것도 역사가 이뤄지는 한 형태임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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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백 리 퇴계길을 걷다 - 지리학자, 미술사학자와 함께
이기봉.이태호 지음 / 덕주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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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그 길위에 있는 사람의 내면과 그 실속을 보여준다. 너무나 분주한 삶이거나 생각 없이 본능이나 이기심만으로 사는 사람에게 길은 아무런 즐거움도, 감동도, 교훈도 주지 않는다. 자신만을 중심에 두는 마음에겐 길도 자기의 마음을 이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배움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생명의 신비가 깃든 꽃 한 송이나 풀 한 포기가 그저 잡초로 보일 뿐이다. 하지만 생명을 존중하고 나 아닌 것에 대한 배려심을 지닌 사람에게 모든 외부의 존재는 감탄의 대상이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겸손을 가르쳐주는 스승이다.

속 깊은 평범한 사람의 눈에도 길은 세상 만물의 이치와 진리를 가르쳐주는 스승이 될진대, 퇴계 이황 선생 같은 역사적 위인에게 있어 오랜 여정을 채워주었던 길은 어떤 풍경과 의미로 다가왔을까? 당사자에게 그것을 물어볼 수는 없지만, 그 길을 따라가보면서 적어도 그 심정이나 기분을 유추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경복궁을 시작으로 남양주 미음나루, 운길산, 양평 한여울, 원주, 충주 가흥창, 단양, 소백산, 영주, 안동 도산서원에 이르는 육백 리 길은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거리 측정법으로 환산하면 240Km나 되는 코스다. 퇴계 선생 본인에게는 그런 인식이 있었을 리 없었겠지만, 후대의 우리들에게 선생이 지나온 길은 하나의 역사적 이정표가 된다. 이 길은 약 10일 간의 여정으로, 저자들은 그 시간의 흐름에 맞춰 퇴계길을 재구성한다.

이 책은 길을 지나오면서 그 길에 담긴 역사적 사실과 현대사의 이야기를 고루 배치하여, 역사가 단선적이 아니라 연결되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오랜 시간의 흐름은 인식하기에 따라 단절되고 따로 독립된 사건처럼 느껴지게도 한다. 그 느낌은 책에 삽입된 사진과 그림 자료에서도 느껴진다. 사진이 현재의 느낌을 담아낸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그린 미술사학자 이태호 교수의 그림은 현재를 담아내고 있으면서도 과거의 모습을 상상하게 하는 효과를 일으킨다.

이들이 가는 길엔 역사의 다양한 흐름이 물결친다. 순교자의 유적은 직접적이고 강렬한 흔적으로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수목원에서 흘러나오는 녹음의 짙은 향내와 저 멀리 보이는 능선의 아름다움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요소들도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을 당당히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역사에 대한 접근에 있어 새로운 관점과 방법을 독자에게 알려준다. 특히 길 위에서 펼쳐지는 관찰과 사유, 기록은 과거와 현재가 단순히 이어지거나 혹은 인과관계나 선후관계뿐만 아니라 하나의 시간선 위에서 중첩된 형태로 켜켜이 쌓이는 것도 역사가 이루어지는 한 형태임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의 삶에 지금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나와 우리가 있고, 미래에 만날 나와 우리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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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 한 번도 안 읽어볼 수는 없잖아 - 열 번은 읽은 듯한 빠삭함! 한 번도 안 읽어볼 수는 없잖아
Team. StoryG 지음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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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삼국지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황건적의 난’이라는 역사적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사건은 한 왕조 끝물에 어린 왕이 들어서면서 이어진 지배층의 부패와 타락이 불러일으킨 것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타락한 왕실과 지배층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짙은 반란 사건은 일종의 사이비 교주라 할 만한 인물에 의해 주도된 것이었고, 반대로 이 타락한 왕조를 그래도 지켜보겠다고 나선 곳곳의 숨은 영웅들이 중국 역사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삼국지 내 첫 번째 공공의 적은 ‘동탁’이란 인물이다. 혼란을 틈타 왕을 인질로 삼아 사실상 절대 권력을 휘두르며 폐단을 일삼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황건적의 난 때 일어났던 영웅들이 한 자리에 집결하여 ‘반동탁연합’을 결성한다. 그 중심에 원소라는 인물이 있고, 그 절친이 바로 나중에 두 번째 공공의 적이 되는 ‘조조’다. 반동탁연합이란 이름 아래 모인 영웅들은 모두 의롭기만 할 것 같지만 동탁이 제거된 이후의 상황에서 권력의 지형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 계산하기에 바빠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현실적이고 이해타산적인 모습을 예리하고 짚어내고 있어 만화의 수준을 높이고 있다.




세 번째 큰 주제로 잡힌 ‘관도대전’은 원소와 조조의 한바탕 대결이 벌어진 사건이다. 객관적으로 10배 가까운 전력차임에도 불구하고 조조군에는 능력 위주로 선발된 지략가들이 있었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처럼 원소군은 인원 대비 출중한 인물의 비중이 너무 적었다. 거기에 스스로를 황제로 칭한 사실이나, 부모의 상을 합계 6년이나 치른 과정에서 얻은 질병 등은 원소가 한 시대의 완전한 주인공으로서의 자격에 미치지 못함을 미리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빅이벤트로는 적벽대전과 천하삼분지계 스토리가 다뤄진다. 여기서 핵심은 제갈량과 사마의의 등장이다. 여기까지 스토리가 이 책의 5분의 4에 해당한다. 실제 삼국지연의 번역본들을 보면 역시 천하삼분지계가 실제로 펼쳐지는 구도까지가 주요 스토리로 다뤄지고 있는데, 이 책도 역시 그 비율을 대체로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느꼈던 것은, 역시 정사 삼국지와 삼국지연의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바로 유비 삼형제와 제갈량을 중심의 정서가 짙게 배어 있다는 사실이었고, 그 비중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점이다.




이 책은 챕터별로 서두에는 인물관계도를 배치하여 주요 스토리에서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등장인물들 간의 상호작용을 미리 짐작할 수 있게 해주어 흥미를 돋게 한다. 그리고 말미에는 ‘알쓸삼잡’, 즉 ‘알아두면 쓸 데 있는 삼국지 잡학사전’ 코너를 배치함으로써, 각 챕터를 두 페이지로 정리하여 마무리하는 역할을 하는 한편 삼국지 스토리 전반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개념이나 인물 소개를 재차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 책 표지에는 “열 번은 읽은 듯한 빠삭함”이란 문구가 있는데, 이런 느낌이 가능한 이유는 이 책이 삼국지의 핵심 포인트를 잘 짚어내면서도 그 포인트를 둘러싼 부수적 정보들을 효과적으로 덧붙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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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싶게 만드는 것들 - 고객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미학 비즈니스의 힘
폴린 브라운 지음, 진주 K. 가디너 옮김 / 시공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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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조차 사람들을 세뇌시켜 이윤을 창출하고자 하는 도구로 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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