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를 한 번도 안 읽어볼 수는 없잖아 - 열 번은 읽은 듯한 빠삭함! 한 번도 안 읽어볼 수는 없잖아
Team. StoryG 지음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2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아는 삼국지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황건적의 난’이라는 역사적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사건은 한 왕조 끝물에 어린 왕이 들어서면서 이어진 지배층의 부패와 타락이 불러일으킨 것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타락한 왕실과 지배층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짙은 반란 사건은 일종의 사이비 교주라 할 만한 인물에 의해 주도된 것이었고, 반대로 이 타락한 왕조를 그래도 지켜보겠다고 나선 곳곳의 숨은 영웅들이 중국 역사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알려진 바와 같이 삼국지 내 첫 번째 공공의 적은 ‘동탁’이란 인물이다. 혼란을 틈타 왕을 인질로 삼아 사실상 절대 권력을 휘두르며 폐단을 일삼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황건적의 난 때 일어났던 영웅들이 한 자리에 집결하여 ‘반동탁연합’을 결성한다. 그 중심에 원소라는 인물이 있고, 그 절친이 바로 나중에 두 번째 공공의 적이 되는 ‘조조’다. 반동탁연합이란 이름 아래 모인 영웅들은 모두 의롭기만 할 것 같지만 동탁이 제거된 이후의 상황에서 권력의 지형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 계산하기에 바빠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현실적이고 이해타산적인 모습을 예리하고 짚어내고 있어 만화의 수준을 높이고 있다.




세 번째 큰 주제로 잡힌 ‘관도대전’은 원소와 조조의 한바탕 대결이 벌어진 사건이다. 객관적으로 10배 가까운 전력차임에도 불구하고 조조군에는 능력 위주로 선발된 지략가들이 있었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처럼 원소군은 인원 대비 출중한 인물의 비중이 너무 적었다. 거기에 스스로를 황제로 칭한 사실이나, 부모의 상을 합계 6년이나 치른 과정에서 얻은 질병 등은 원소가 한 시대의 완전한 주인공으로서의 자격에 미치지 못함을 미리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빅이벤트로는 적벽대전과 천하삼분지계 스토리가 다뤄진다. 여기서 핵심은 제갈량과 사마의의 등장이다. 여기까지 스토리가 이 책의 5분의 4에 해당한다. 실제 삼국지연의 번역본들을 보면 역시 천하삼분지계가 실제로 펼쳐지는 구도까지가 주요 스토리로 다뤄지고 있는데, 이 책도 역시 그 비율을 대체로 맞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느꼈던 것은, 역시 정사 삼국지와 삼국지연의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바로 유비 삼형제와 제갈량을 중심의 정서가 짙게 배어 있다는 사실이었고, 그 비중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는 점이다.




이 책은 챕터별로 서두에는 인물관계도를 배치하여 주요 스토리에서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등장인물들 간의 상호작용을 미리 짐작할 수 있게 해주어 흥미를 돋게 한다. 그리고 말미에는 ‘알쓸삼잡’, 즉 ‘알아두면 쓸 데 있는 삼국지 잡학사전’ 코너를 배치함으로써, 각 챕터를 두 페이지로 정리하여 마무리하는 역할을 하는 한편 삼국지 스토리 전반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개념이나 인물 소개를 재차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 책 표지에는 “열 번은 읽은 듯한 빠삭함”이란 문구가 있는데, 이런 느낌이 가능한 이유는 이 책이 삼국지의 핵심 포인트를 잘 짚어내면서도 그 포인트를 둘러싼 부수적 정보들을 효과적으로 덧붙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