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을 시작으로 남양주 미음나루, 운길산, 양평 한여울, 원주, 충주 가흥창, 단양, 소백산, 영주, 안동 도산서원에 이르는 육백 리 길은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거리 측정법으로 환산하면 240Km나 되는 코스다. 퇴계 선생 본인에게는 그런 인식이 있었을 리 없었겠지만, 후대의 우리들에게 선생이 지나온 길은 하나의 역사적 이정표가 된다. 이 길은 약 10일 간의 여정으로, 저자들은 그 시간의 흐름에 맞춰 퇴계길을 재구성한다.
이 책은 길을 지나오면서 그 길에 담긴 역사적 사실과 현대사의 이야기를 고루 배치하여, 역사가 단선적이 아니라 연결되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오랜 시간의 흐름은 인식하기에 따라 단절되고 따로 독립된 사건처럼 느껴지게도 한다. 그 느낌은 책에 삽입된 사진과 그림 자료에서도 느껴진다. 사진이 현재의 느낌을 담아낸다면, 그것을 바탕으로 그린 미술사학자 이태호 교수의 그림은 현재를 담아내고 있으면서도 과거의 모습을 상상하게 하는 효과를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