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주목되었던 작품은 「러닝패밀리」다.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까지 끌어들여 이야기에 흥미를 갖게 한다. 게임으로 상징되는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연결점으로 ‘검은 구멍’이 등장한다. 사회적 약자로 특징지을 수 있는 인물들이 자신들이 살고 있는 열악한 환경의 집 안방에 생긴 구멍에 빠져 실종되는 사건들은 일종의 판타지다. 가상세계인 게임에서의 활동 결과가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의 흐름은, 메타버스처럼 또 하나의 실존 공간을 받아들여야만 할지도 모르는 인류의 앞날을 약간은 어둡게 그려내고 있다.
소설집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한국소설의 또 다른 돌파구를 보여준 것처럼 느껴졌다. 한국의 장르소설도 어느 정도 역사가 쌓이면서 일종의 진부함처럼 느껴지는 경향이 없지 않았는데, 작가의 문장이나 이야기 전개 솜씨에서 느껴지는 상상력의 폭과 깊이, 현 시대의 표면과 이면을 하나의 메시지에 담아내는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은, 독특한 이야기를 통해 자기만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드러내고 싶은 수많은 예비 작가들에게 좋은 이정표가 되어줄 것으로 생각되었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