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크 - 뇌를 누비는 2.1초 동안의 파란만장한 여행
마크 험프리스 지음, 전대호 옮김 / 해나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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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뇌과학 관련 대중교양서적들이 꽤 많이 출간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바로 'fMRI'라고 하는 뇌영상 촬영 기술의 발전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뇌의 활동을 시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뇌에 대한 인간의 이해가 이전에 비해 더 수월해졌고, 그에 따라 관련 연구 결과물도 그만큼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마음이나 생각, 의식을 주제로 한 책들이 얼마나 많이 나왔는지 검색만 해봐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 출간된 『스파이크』 역시 같은 영역을 다루는 책이긴 하지만, 한 가지 차이점이라면 fMRI만으로는 상세히 파악할 수 없는 신경세포, 즉 뉴런이 방출하는 ‘스파이크’의 이동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파이크’란 뉴런들이 서로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전기 신호다. 인간의 신체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 미세한 전류가 흐른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사실인데, 특히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뇌 속 신경세포에서 전기 신호인 ‘스파이크’가 작동하는 2.1초의 순간을 낱낱이 밝혀나가는 과정은 신비로우면서도 흥미로운 여정에 동참하는 재미를 준다.

쿠키 하나를 집어먹기 위해 손을 뻗는 과정은 현실 세계에서는 매우 단순한 행위에 불과하지만, 이 행위가 성립하기 위해 뇌 속에서 벌어지는 일은 한 편의 대서사시를 방불케 한다. 우선 눈으로 쿠키를 본다. 그리고 먹고 싶은 생각이 든다. 주변에 방해 요소 여부를 확인한다. 손을 뻗는다. 이 행위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게 하기 위해 뇌 속에서 수십억 개의 전기 신호가 목적을 위해 연결되고 사라지고 합쳐지고 나누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것을 연구한 뇌 과학자들의 인내심과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이 책은 시스템 신경과학이라는 연구 방식을 통해 뉴런의 집단 활동을 파악한다. 뉴런들의 집단 활동, 즉 연결 형태나 협업 방식을 탐구하는 것이다. 뇌를 구성하는 뉴런(뇌신경 세포)의 숫자가 무려 800억 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중에서 이 책이 다루는 쿠키를 집어먹으려는 단 2.1초 간의 행위에 작동하는 뉴런의 전기 신호가 20억 번이라는 것이다.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암흑뉴런’이라 이름 붙여진 영역이다. 이는 천체물리학에서 말하는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암흑에너지’나 ‘암흑물질’을 연상하게 하는데, ‘암흑뉴런’에 대한 이 책의 설명을 보면 거의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즉 자세히 규명되진 않았지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우주의 많은 어두운 부분이 직관적으로는 공간의 낭비처럼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은 것과 같은 원리라고 볼 수 있다. 이 두 암흑 영역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밝혀지는 시점이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의 내용이 다소 어렵긴 하지만 중간에 삽입된 그림 자료가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저자의 설명을 읽고 금방 무슨 내용인지 모르더라도 그림을 통해 어떤 개념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게 하려는 배려가 엿보인다. 그림을 보고 다시 글을 읽으면 좀 더 선명하게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의식이나 마음, 생각, 감각, 기억, 느낌 등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생명 현상이지만, 기원이나 목적에 대한 것이 명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어 인류 최대의 지적 난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조금씩 현상에 대한 설명이 쌓여가고 있다. 책에는 스파이크의 작용 과정에서 볼 수 있는 프랙털 개념도 소개되고 있는데, 이런 자기복제적 특징이 우주와 인간을 한 맥락으로 연결하는 것으로도 생각되어 더 신비롭기만 하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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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 윌리엄 제임스의 운명과 믿음, 자유에 대한 특별한 강의
윌리엄 제임스 지음, 박윤정 옮김 / 오엘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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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식견으로 자신의 가능성과 숨겨진 가치를 미리 차단해버리는 것은 너무나 큰 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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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 윌리엄 제임스의 운명과 믿음, 자유에 대한 특별한 강의
윌리엄 제임스 지음, 박윤정 옮김 / 오엘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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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살았던 19세기 중후반의 미국은 유럽 수준의 산업자본주의 단계로 빠르게 접어든 시기이기도 했다. 경제와 문화가 빠른 속도로 발전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혼란도 비례해서 늘어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저자가 다룬 ‘삶의 가치’라는 문제가 하나의 중요한 철학적 문제로 떠오를 만한 배경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시대를 초월하는 난제이긴 하나 단기간에 급격한 경제적, 정치적 변동이 일어나는 사회에서는 더 극적으로 드러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당시에 자살율이 꽤 높았던 것 같다. 자살하려는 사람에게 다시 “삶의 짐을 떠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떤 말로 설득해야 하나?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저자가 살아 있을 당시 미국은 해마다 자살하는 사람이 평균 3,000명 가량 되었다고 한다. 마치 현재 자살률 1위라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한국의 상황에서도 참고할 만한 사유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막연하고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꽤 심각한 현실적인 문제를 바탕으로 나온 질문이 바로 ‘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는 것이다. 이 질문을 다룬 강연은 ‘하버드대학교 기독교청년회’에서 했던 내용이라고 한다. 즉 신학적이고 철학적인 생각과 고민, 연구로 똘똘뭉친 집단을 대상으로 자살과 삶의 가치라는 문제를 논하고 있는 것이다.

강연의 주제와 내용으로 인해 어쩐지 기독교적 해법이 주요 대안으로 제시될 것 같지만 저자는 놀랍게도 오히려 종교적 조언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없을 수도 있음을 인정하라고 말한다. 오히려 더 의미 있고 실질적인 차원에서 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깨닫게 해줄 방법을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종교적 성찰은 기질적으로 긍정적인 사람에게는 의미를 도출하고 그것을 삶에 적용하는 바람직한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반대의 기질인 사람에게는 오히려 우울과 염세주의로 빠지게 할 위험이 다분하다고 한다. 현실에서 너무나 많은 모순을 목격하고, 난제에 적절한 해답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가 삶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당시에는 이런 문제로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저자는 무한의 이득, 약간의 희생이라는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한다. 삶을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세상이 절망적으로 여겨질 때, 과연 그것이 전부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라는 것이다. 그 모든 부정적 요인들이 더 큰 세계를 보게 하는 통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광활한 세상에 대한 우리의 지식과 지혜는 너무나 하찮다. 좁은 시각으로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 혹은 숨겨진 가치를 미리 차단해버리는 것은 너무나 큰 손해라는 것이다.

저자는 보이는 세계가 전부가 아니라는 수많은 과학적, 철학적 사유와 발견의 사례를 논증하면서 삶이란 것이 그렇게 간단하게 포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차라리 죽겠다는 그 마음으로 자신이 경험하고 생각한 그 모든 것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하는 데 전력을 다해볼 것을 제안한다.

학문과 기술의 발전은 인류에게 더 많은 차원의 세계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가 보는 것과 아는 것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종교에서 말하는 영적 세계나 동양의 기라는 개념 같은 것도 어느 정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차원에서 다룰 수 있는 지점까지 와 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삶에 대해 쉽게 단정하고 가치를 폄하시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오히려 그런 마음을 품게 하는 것이 자기 자신이 아닐 수도 있다. 항상 의심해야 한다. 새처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온 몸으로 부딪혀 깨고 나와야 하나의 생명이 온전하게 탄생할 수 있듯이, 삶에 대한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깨닫는 것도 그만큼의 노력과 시련이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자유도 마찬가지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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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 아프리카
김충원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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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소중하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큰 힘이 된다. 어떤 때는 추억이라는 형태로서 그 기억 자체만으로 살아갈 힘을 주기도 한다. 또 지식과 지혜로 전환 가능한 경험의 형태로서 기억은 사람으로 하여금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나 무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사람의 기억은 약점이 많다. 자기 안에서 왜곡되거나 약간의 변형이 일어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다른 사람이나 사회적 관계의 영역에서는 그 약점이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은 ‘기록’이라는 형태로 ‘기억’을 저장한다.

기록 문화의 대표적 예로 ‘글’을 들 수 있겠다. 인류가 문자를 발명하면서 그 문자를 통해 지식이나 정보를 보관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지식과 정보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문명 발전에 가속도가 붙었다. 이를 토대로 인류는 문자 이외의 기록 형태도 가능하게 되었다. 소리와 장면, 영상 등 생생한 기록의 방식도 가능하게 된 것이다.




우리 세대에 있어 가장 친숙한 기록 행위는 사진이다. 특히 디지털카메라가 대중화되면서 더욱 보편적인 기록 매체가 되었고, 스마트폰의 등장은 단순한 이미지를 넘어 삶의 모든 순간을 쉼 없이 기록하고 홍보하게 만드는 강박적인 인간을 만들어내게 되었다.

이 기록이라는 행위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여행’이다. 사람들은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기록을 남긴다. 그리고 이것은 하나의 장르가 되고 콘텐츠가 되어 사람들에게 팔리는 상품으로서의 가치도 지니게 되었다. 그 증거로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여행을 주제로 한 신간 도서들이다. 인터넷 공간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그래도 엄청나게 많은 사진 이미지들이 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소비되고 있다.




그런데, 사진만큼 생생하지는 않더라도 더 강렬한 기억의 흔적과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그림’이다. 많은 여행가들의 기록이 사진이나 글의 형태로 출판되어 나오지만 특별히 화집이나 그림 해설서가 아닌 이상 순수하게 그림이 주가 되는 여행의 기록은 찾아보기가 의외로 어렵다. 그래서 많은 독자들에게 그림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한 드로잉 아티스트 김충원 작가의 아프리카 여행기 『스케치 아프리카』는 더욱 눈길을 끌 수밖에 없었다.

여행 당시의 특별한 순간 순간을 크로키를 하듯 빠르게 스케치한 다음, 뒤에 수채화 붓으로 색을 입힌 작품들과 거기에 덧붙은 간략한 글의 구성은 단순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준다. 특히 연필 선으로만 묘사된 코끼리의 피부 질감이나, 얼룩말 떼가 이동하는 역동적인 장면, 아프리카 사람들의 고단한 삶의 흔적 등은 사진이나 글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깊고 풍부한 인간의 감성의 한 측면을 따뜻하면서도 강렬하게 드러낸다. 크게 튀지 않으면서도 색다른 감동으로 다가오는 여행기를 접해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 네이버 「디지털감성 e북카페」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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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는 죄가 없다 - 우리가 오해한 신화 속 여성들을 다시 만나는 순간
나탈리 헤인즈 지음, 이현숙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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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태어나면서 접하기 시작하는 세상은 순수한 형태가 아니다. 자연의 흐름과 작용, 사람들의 인위적인 가공이 누적되고 범벅되어 어찌어찌 형태를 이룬, 아니 지금도 이루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처음 보거나 낯설다고 생각하는 상황이나 이야기의 이면에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배경이나 이야깃거리, 원인, 재료가 숨어 있거나 의도적으로 가려져 있음을 눈치채지 못한다. 그렇게 우리는 표면의 시대에 농락당한 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떤 한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겉으로 드러나는 한두 가지 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우리는 무수히 그런 과오를 저지르며 살아간다. 그러다가 어떤 계기를 통해 그 사람의 이면을 접하게 되고 더 깊이 이해하게 되면 우리는 반성을 하거나 그런 과오를 합리화한다. 이번에 새로 출간된 『판도라는 죄가 없다』는 신화 속 이야기들의 수많은 여성 캐릭터들이 바로 그런 취급을 받아왔다는 것을 가장 먼저 알려준다. 그리고 신화나 전해지는 이야기들이 현실의 반영이라고 봤을 때, 그것은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각 시대의 여성들이 어떻게 인식되어 왔는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책 제목의 주인공인 판도라만 해도 상당히 편향된 이미지로 우리에게 각인된 사실을 알 수 있다. 우선 우리는 그녀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만 알고 있지 그녀가 왜 그런 운명일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 그리고 더 깊이 들어가서, 그녀는 도대체 누구인가? 그녀의 삶은 어떤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나? 만약 온갖 재앙을 세상에 퍼뜨렸다면 그 이후의 그녀의 삶은 어떠했는가? 단순하게 생각해도 여러 궁금증들이 떠오르지만 그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들어본 바가 없다.

가장 많은 관심을 끌었던 메두사도 마찬가지다. 메두사가 목이 잘리는 이야기의 완결에서 그동안 부각되었던 인물은 오로지 페르세우스뿐이었다. 메두사의 이미지는 어떤 종류의 내러티브도 언급되지 않는다. 다만 괴기스럽고 공포스러운 겉모습과 보는 이를 돌로 만들어버리는 능력에 묻혀 메두사라는 캐릭터 자체가 어떤 맥락에서 등장하게 된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메두사라는 이름의 의미에는 수호자나 지배자의 의미도 있다고 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 중에서는 메두사가 죽으면서 흘린 피에서 탄생했다는 페가수스가 어쩌면 메두사의 피를 이어받은 후대를 상징화한 것일수도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는 자신이 죽으면서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켰다는 관점으로 볼 수 이는데, 메두사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한 가지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초기 그리스 신화가 창작될 당시와 후대의 작가들이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각색하는 과정에서 신화 속 여성 캐릭터들이 얼마나 많은 변화를 겪어왔는지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주로 창작자의 욕망과 시대의 관점이 그대로 투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헤시오도스나 에라스뮈스, (너새니얼)호손, 이솝 등의 인물이 오역이나 의역 등을 통해 이런 사례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우스, 헤르메스, 에피메테우스 등이 이들로 인해 판도라와 관련하여 일종의 대중적 면죄부를 받은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것이 고정된 이미지로 자리 잡으면서 오늘날까지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듯했다.

이 책은 그리스 신화를 다른 관점으로 읽는 하나의 좋은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고전을 읽을 때조차 어떤 틀이 작용하여 제한된 해석에 갇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그리스 신화야말로 그런 함정이 가장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대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연역적 추론보다 발굴된 자료를 분석하여 신화의 이면을 밝혀내는 과정이 훨씬 흥미로운 작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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