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그리스 신화가 창작될 당시와 후대의 작가들이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각색하는 과정에서 신화 속 여성 캐릭터들이 얼마나 많은 변화를 겪어왔는지 이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주로 창작자의 욕망과 시대의 관점이 그대로 투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헤시오도스나 에라스뮈스, (너새니얼)호손, 이솝 등의 인물이 오역이나 의역 등을 통해 이런 사례를 만들어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우스, 헤르메스, 에피메테우스 등이 이들로 인해 판도라와 관련하여 일종의 대중적 면죄부를 받은 것으로 여겨지는데, 이것이 고정된 이미지로 자리 잡으면서 오늘날까지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는 듯했다.
이 책은 그리스 신화를 다른 관점으로 읽는 하나의 좋은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고전을 읽을 때조차 어떤 틀이 작용하여 제한된 해석에 갇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그리스 신화야말로 그런 함정이 가장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대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연역적 추론보다 발굴된 자료를 분석하여 신화의 이면을 밝혀내는 과정이 훨씬 흥미로운 작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