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걸까 - 윌리엄 제임스의 운명과 믿음, 자유에 대한 특별한 강의
윌리엄 제임스 지음, 박윤정 옮김 / 오엘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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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살았던 19세기 중후반의 미국은 유럽 수준의 산업자본주의 단계로 빠르게 접어든 시기이기도 했다. 경제와 문화가 빠른 속도로 발전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혼란도 비례해서 늘어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저자가 다룬 ‘삶의 가치’라는 문제가 하나의 중요한 철학적 문제로 떠오를 만한 배경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시대를 초월하는 난제이긴 하나 단기간에 급격한 경제적, 정치적 변동이 일어나는 사회에서는 더 극적으로 드러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당시에 자살율이 꽤 높았던 것 같다. 자살하려는 사람에게 다시 “삶의 짐을 떠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떤 말로 설득해야 하나? 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저자가 살아 있을 당시 미국은 해마다 자살하는 사람이 평균 3,000명 가량 되었다고 한다. 마치 현재 자살률 1위라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한국의 상황에서도 참고할 만한 사유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막연하고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꽤 심각한 현실적인 문제를 바탕으로 나온 질문이 바로 ‘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는 것이다. 이 질문을 다룬 강연은 ‘하버드대학교 기독교청년회’에서 했던 내용이라고 한다. 즉 신학적이고 철학적인 생각과 고민, 연구로 똘똘뭉친 집단을 대상으로 자살과 삶의 가치라는 문제를 논하고 있는 것이다.

강연의 주제와 내용으로 인해 어쩐지 기독교적 해법이 주요 대안으로 제시될 것 같지만 저자는 놀랍게도 오히려 종교적 조언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없을 수도 있음을 인정하라고 말한다. 오히려 더 의미 있고 실질적인 차원에서 삶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깨닫게 해줄 방법을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종교적 성찰은 기질적으로 긍정적인 사람에게는 의미를 도출하고 그것을 삶에 적용하는 바람직한 결과가 나올 수 있지만, 반대의 기질인 사람에게는 오히려 우울과 염세주의로 빠지게 할 위험이 다분하다고 한다. 현실에서 너무나 많은 모순을 목격하고, 난제에 적절한 해답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가 삶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당시에는 이런 문제로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저자는 무한의 이득, 약간의 희생이라는 두 가지 가능성을 제시한다. 삶을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세상이 절망적으로 여겨질 때, 과연 그것이 전부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보라는 것이다. 그 모든 부정적 요인들이 더 큰 세계를 보게 하는 통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광활한 세상에 대한 우리의 지식과 지혜는 너무나 하찮다. 좁은 시각으로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 혹은 숨겨진 가치를 미리 차단해버리는 것은 너무나 큰 손해라는 것이다.

저자는 보이는 세계가 전부가 아니라는 수많은 과학적, 철학적 사유와 발견의 사례를 논증하면서 삶이란 것이 그렇게 간단하게 포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차라리 죽겠다는 그 마음으로 자신이 경험하고 생각한 그 모든 것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하는 데 전력을 다해볼 것을 제안한다.

학문과 기술의 발전은 인류에게 더 많은 차원의 세계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가 보는 것과 아는 것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종교에서 말하는 영적 세계나 동양의 기라는 개념 같은 것도 어느 정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차원에서 다룰 수 있는 지점까지 와 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삶에 대해 쉽게 단정하고 가치를 폄하시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오히려 그런 마음을 품게 하는 것이 자기 자신이 아닐 수도 있다. 항상 의심해야 한다. 새처럼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온 몸으로 부딪혀 깨고 나와야 하나의 생명이 온전하게 탄생할 수 있듯이, 삶에 대한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깨닫는 것도 그만큼의 노력과 시련이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자유도 마찬가지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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