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인간입니까 - 인지과학으로 읽는 뇌와 마음의 작동 원리
엘리에저 J. 스턴버그 지음, 이한나 옮김 / 심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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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과 물질의 관계라는 주제는 아직까지 가설과 주장의 영역을 벗어나고 못하고 있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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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인간입니까 - 인지과학으로 읽는 뇌와 마음의 작동 원리
엘리에저 J. 스턴버그 지음, 이한나 옮김 / 심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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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뇌와 인지과학, 인식, 마음 등을 다룬 책들이 연달아 출간되고 있다. 대체로 뇌를 촬영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뇌에 대한 과학적인 탐구가 더 용이해진 데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각 책들은 저마다의 특징들이 다 있게 마련인데, 그렇다면 이번에 심심에서 출간된 『이것은 인간입니까』의 포인트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인간은 기계인가?’라는 질문이다. 다소 엉뚱하게 보일 수도 있는 이 질문에서 중요한 것은 만약 뇌가 초고성능의 컴퓨터와 같이 완전히 이론적으로 파악되어 그 정체가 드러났을 때, 또 다른 말로는 물질이 의식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나고 그 메커니즘을 완전히 밝혀낸다면 우리는 기계라고 부를 수 있을까,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의식은 어떻게 다시 정의해야 하는가?

이 책은 마지막 불가사의의 영역이라 불리는 ‘의식’의 문제와 ‘기계’로 대표되는 물질의 관계를 탐구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역사적으로 의식이 주로 이원론의 관점에서 다뤄졌다는 점과 이에 대항하는 이론으로 유물론이 있음을 소개한다. 이원론에서는 물질계와 정신계라는 두 세계가 존재한다고 여기며, 궁극적으로 물질을 통제하는 보다 고차원의 정신적 존재가 있다고 믿는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유물론자들은 아직까지 수준이 되지 못해 밝혀지지 않았지만 결국 뇌가 의식을 만드는 과정을 언젠가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고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프랜시스 크릭의 관점, 다시 말해 의식은 뇌가 계산한 결과로 나왔다는 주장과 안토니오 다마지오가 추측한 ‘경험과 지식의 축적’이 의식을 형성했을 가능성에 주목해보았다. 매우 단순한 차원, 예를 들어 세포 단위에서 쌓인 경험들이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경험을 만들어 내고 이런 과정이 거듭되면서 최고 수준의 경험과 축적의 결과로서 의식이라는 것이 도출된 것 아닐까? 그리고 크릭이 이야기한 뇌의 계산이라는 과정이 이를 다르게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이 책은 의식의 주요한 특징으로 언어와 이해 능력. 의미를 부여하는 것. 자신만의 관점, 정신적 실존, 사적인 내적 경험, 상상력, 추론 능력, ‘자기’(자각)와 자유의지, 정서, 몸에 대한 감각 등을 예로 들고 있다. 다양한 학자들의 견해를 소개하고 있기는 하지만, 저자가 인정하듯 아직 의식을 제대로 연구할 수 있는 과학적 방법조차 정립되어 있지 못하다. 그래서 기존 연구를 토대로 한 다양한 이론들이 서로 경쟁하고 있는 그림이다. 다시 말해 의식과 물질의 관계라는 주제는 가설과 주장의 영역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입니까』(원제: Are you a machine?)는 저자가 17세 때 본인이 쓴 에세이를 바탕으로 나온 책이라고 한다. 본인도 글쓰기에 재능이 있었겠지만 이를 알아보고 책으로 출판하기까지 세심하게 이끌어준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결국 인간이 기계이든 아니든 중요한 것은 이런 스토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인간 고유의 특권이 아닐까?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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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비트겐슈타인, 나_라는 세계의 발견
나카무라 노보루 지음, 박제이 옮김 / 독개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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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날 수 없는 절대성 안에서 허용된 자유를 헛되이 흘려버리지 않도록 정신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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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비트겐슈타인, 나_라는 세계의 발견
나카무라 노보루 지음, 박제이 옮김 / 독개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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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진리를 탐구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 방법 중에는 어떤 하나의 문제에 대해 그 문제를 둘러싼 모든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제외시킴으로써, 마지막까지 그 문제의 핵심이 되는, 존재를 부정할 수 없는 단 하나의 가치를 발견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데카르트가 그런 방식으로 유명한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같은 명제를 내세운 바 있다.

비트겐슈타인을 다룬 이 책에서는 또 다른 하나의 방법을 보여준다. 길에 비유할 수 있다.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문제를 길이라고 해보자. 우선 ‘길이 있다’는 사실이 있다. 비트겐슈타인 생각대로라면 이 길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로운 일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철학적 진리 탐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존재 그 자체만으로 완벽하다면 더 이상 탐구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하나의 길에 대한 접근을 시도할 수 있다. 바로 그 ‘길을 찾아가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다.

내가 이해한 게 맞다면, 길이라는 존재 자체는 절대적인 것이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며, 그 길 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존재적 근거가 된다. 따라서 길 자체는 탐구의 대상이 될 수 없지만, 그 길 위해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탐구는 가능하며, 그 탐구를 통해 길 자체에 대해 다소 불분명하더라도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이 ‘길’이라는 것은 우리가 자주 접하면서도 그 의미를 분명히 하지 못하는, ‘세계의 존재’, ‘나’, ‘논리’, ‘윤리’, ‘신’ 등을 포함한다.

이 책에 나오는 ‘절대성’과 그 절대성을 둘러싼 세계의 탐구에 대해 저자는 바둑이나 장기라는 매우 효과적인 비유를 든다. 이를테면 바둑에서 바둑판은 절대적인 프레임, 세계 혹은 얼개가 되고 이 안에서 바둑을 두는 다양한 방법은 ‘길을 찾아가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바둑 판은 변하지 않지만, 바둑을 두는 방법, 즉 길을 찾아가는 방법은 새롭게 발견하거나 항상 변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알파고의 등장은, 인간이 불변의 사실이라 믿었던 자연 법칙에 어긋나는 현상을 만났을 때 경험하는 정신적 충격에 버금가는 변화를 바둑에서 일으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표현대로라면 절대성의 하나인 ‘나’라는 세계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계 속에서의 모양새, 형편은 다양한 변화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얼개 안에서 보장된 자유라고 할까? 이 자유를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말’ 다시 말해 ‘언어’다. 인간이 사용하는 말, 그 말로 이루어지는 인간 사회 속에서의 ‘언어 게임’에 대한 비트겐슈타인 철학의 대표적 개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책에 소개된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와 관련된 철학적 사고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점은 실제성 혹은 실천성에 있다. 추상적이고 모호한 것을 거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말이라는 것은 서로 통용 가능한, 다시 말해 사용자 간에 의미가 합의되어 소통이 가능한 것이어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 그래서 언어의 가장 큰 특징으로 공적 성격을 거론한다. 사적인 것은 언어가 될 수 없으며 따라서 의미를 획득할 수 없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나의 세계와 타인의 세계가 연결되는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가 언어라는 것이며, 언어가 있기에 세계는 질서와 법칙으로 틀을 갖출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사회적 특성이 왜 생겨날 수밖에 없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저자는 고등학생 시절의 자신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는데, 사실 내용이 그리 쉽게 소화되지는 않는다.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해 핵심적인 내용의 요약이라는 서술 방식이 사용되었는데, 오히려 그렇게 가공된 핵심 사이의 공백에서, 다소 자의적인 독서가 되어버린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비트겐슈타인을 다시 읽을 계기를 마련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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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말의 탄생 - 서양 문화로 읽는 매혹적인 꽃 이야기 일인칭 5
샐리 쿨타드 지음, 박민정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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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꽃은 이러이러한 꽃말, 뜻을 지니고 있다는 식의 표현을 인터넷 게시글이나 책, 방송 같은 데서 종종 보거나 듣는다. 이런 주제가 당당히 한 권의 책으로 엮여 나왔다는 게 좀 의아하기도 했다. 나름대로 특정 꽃이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된 경위가 단순하지는 않겠지만, 인터넷에서 충분히 찾아볼 수 있는 정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 검색으로 찾는 정보는 제한적이고 계속적인 흥미를 유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면서 이 책을 읽어보니, 꽃말에 담긴 사람들의 생각이나 의식, 문화가 얼마나 넓고 깊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유익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어떤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대체로 우리의 형편이나 특정 상황과 유사성을 가질 때 성립한다. 꽃은 그런 점에서 더 우리의 시선을 잡아 끄는 것 같다. 꽃의 색깔이나 모양, 향기에 따라 사람들의 정서가 이입될 여지가 크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꽃말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표현되지만, 이 책은 그런 의미의 모음집이 아니다. 다시 말해 사전 같은 구성은 아니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해바라기’에 대해 어떻게 기술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먼저 인류가 해바라기를 언제부터 재배했는지 알려준다. 재배된 장소는 어디이며,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서구 세계에 소개된 경위와 원주민들이 실용적인 용도 외에 어떤 의미 부여를 하고 있었는지 알려준다. 엉뚱하게도 해바라기에 성욕을 일으키는 최음제 효능도 있다는 식의 인식도 있었는데, 특별히 입증된 바는 없다는 결론이 약간 싱겁게 느껴진다.

우리에게 흔하고 친숙한 민들레는 어떨까? 영어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사자의 이빨’이라는 중세 초기의 별명이 눈길을 끈다. 이후로 민들레는 참 많은 별명을 가지게 되었다. 이를 통해 민들레는 그 어떤 꽃보다도 많은 역사적 스토리와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 시간 알리미, 솜털 열매, 요정 시계 등의 별명이 있고, 어떤 문헌에서는 노란 꽃 색깔 때문에 소변과 연관되어 치료제로 쓰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오줌 침대, 오줌싸개 침대 등의 고약한 별명도 함께 지니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데, 이를 통해 민들레에 대한 사람들의 상반된 인식을 확인할 수도 있었다.

책은 이런 식으로 단순한 꽃말이 아닌, 다양한 배경 지식을 통해 해당 꽃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되어 왔는지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각 꽃마다 그 꽃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예쁜 일러스트를 삽입하여 독자들에게 읽는 즐거움과 함께 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한다. 성경에는 ‘솔로몬의 모든 영광으로도, 들에 핀 백합화 한 송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의 표현이 있다. 그만큼 꽃 한 송이에 담긴 풍성함을 잘 표현한 말도 없을 것이다. 『꽃말의 탄생』은 그 일면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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