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말의 탄생 - 서양 문화로 읽는 매혹적인 꽃 이야기 일인칭 5
샐리 쿨타드 지음, 박민정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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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꽃은 이러이러한 꽃말, 뜻을 지니고 있다는 식의 표현을 인터넷 게시글이나 책, 방송 같은 데서 종종 보거나 듣는다. 이런 주제가 당당히 한 권의 책으로 엮여 나왔다는 게 좀 의아하기도 했다. 나름대로 특정 꽃이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된 경위가 단순하지는 않겠지만, 인터넷에서 충분히 찾아볼 수 있는 정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 검색으로 찾는 정보는 제한적이고 계속적인 흥미를 유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면서 이 책을 읽어보니, 꽃말에 담긴 사람들의 생각이나 의식, 문화가 얼마나 넓고 깊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유익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어떤 사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대체로 우리의 형편이나 특정 상황과 유사성을 가질 때 성립한다. 꽃은 그런 점에서 더 우리의 시선을 잡아 끄는 것 같다. 꽃의 색깔이나 모양, 향기에 따라 사람들의 정서가 이입될 여지가 크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접하는 꽃말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표현되지만, 이 책은 그런 의미의 모음집이 아니다. 다시 말해 사전 같은 구성은 아니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해바라기’에 대해 어떻게 기술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먼저 인류가 해바라기를 언제부터 재배했는지 알려준다. 재배된 장소는 어디이며,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서구 세계에 소개된 경위와 원주민들이 실용적인 용도 외에 어떤 의미 부여를 하고 있었는지 알려준다. 엉뚱하게도 해바라기에 성욕을 일으키는 최음제 효능도 있다는 식의 인식도 있었는데, 특별히 입증된 바는 없다는 결론이 약간 싱겁게 느껴진다.

우리에게 흔하고 친숙한 민들레는 어떨까? 영어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사자의 이빨’이라는 중세 초기의 별명이 눈길을 끈다. 이후로 민들레는 참 많은 별명을 가지게 되었다. 이를 통해 민들레는 그 어떤 꽃보다도 많은 역사적 스토리와 성격을 지니게 되었다. 시간 알리미, 솜털 열매, 요정 시계 등의 별명이 있고, 어떤 문헌에서는 노란 꽃 색깔 때문에 소변과 연관되어 치료제로 쓰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오줌 침대, 오줌싸개 침대 등의 고약한 별명도 함께 지니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데, 이를 통해 민들레에 대한 사람들의 상반된 인식을 확인할 수도 있었다.

책은 이런 식으로 단순한 꽃말이 아닌, 다양한 배경 지식을 통해 해당 꽃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되어 왔는지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각 꽃마다 그 꽃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예쁜 일러스트를 삽입하여 독자들에게 읽는 즐거움과 함께 보는 즐거움까지 선사한다. 성경에는 ‘솔로몬의 모든 영광으로도, 들에 핀 백합화 한 송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의 표현이 있다. 그만큼 꽃 한 송이에 담긴 풍성함을 잘 표현한 말도 없을 것이다. 『꽃말의 탄생』은 그 일면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 네이버 「문화충전200%」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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