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비트겐슈타인, 나_라는 세계의 발견
나카무라 노보루 지음, 박제이 옮김 / 독개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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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진리를 탐구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 방법 중에는 어떤 하나의 문제에 대해 그 문제를 둘러싼 모든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제외시킴으로써, 마지막까지 그 문제의 핵심이 되는, 존재를 부정할 수 없는 단 하나의 가치를 발견하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데카르트가 그런 방식으로 유명한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같은 명제를 내세운 바 있다.

비트겐슈타인을 다룬 이 책에서는 또 다른 하나의 방법을 보여준다. 길에 비유할 수 있다.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어떤 문제를 길이라고 해보자. 우선 ‘길이 있다’는 사실이 있다. 비트겐슈타인 생각대로라면 이 길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경이로운 일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철학적 진리 탐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존재 그 자체만으로 완벽하다면 더 이상 탐구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하나의 길에 대한 접근을 시도할 수 있다. 바로 그 ‘길을 찾아가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다.

내가 이해한 게 맞다면, 길이라는 존재 자체는 절대적인 것이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며, 그 길 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존재적 근거가 된다. 따라서 길 자체는 탐구의 대상이 될 수 없지만, 그 길 위해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탐구는 가능하며, 그 탐구를 통해 길 자체에 대해 다소 불분명하더라도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이 ‘길’이라는 것은 우리가 자주 접하면서도 그 의미를 분명히 하지 못하는, ‘세계의 존재’, ‘나’, ‘논리’, ‘윤리’, ‘신’ 등을 포함한다.

이 책에 나오는 ‘절대성’과 그 절대성을 둘러싼 세계의 탐구에 대해 저자는 바둑이나 장기라는 매우 효과적인 비유를 든다. 이를테면 바둑에서 바둑판은 절대적인 프레임, 세계 혹은 얼개가 되고 이 안에서 바둑을 두는 다양한 방법은 ‘길을 찾아가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바둑 판은 변하지 않지만, 바둑을 두는 방법, 즉 길을 찾아가는 방법은 새롭게 발견하거나 항상 변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알파고의 등장은, 인간이 불변의 사실이라 믿었던 자연 법칙에 어긋나는 현상을 만났을 때 경험하는 정신적 충격에 버금가는 변화를 바둑에서 일으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표현대로라면 절대성의 하나인 ‘나’라는 세계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계 속에서의 모양새, 형편은 다양한 변화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얼개 안에서 보장된 자유라고 할까? 이 자유를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말’ 다시 말해 ‘언어’다. 인간이 사용하는 말, 그 말로 이루어지는 인간 사회 속에서의 ‘언어 게임’에 대한 비트겐슈타인 철학의 대표적 개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책에 소개된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와 관련된 철학적 사고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점은 실제성 혹은 실천성에 있다. 추상적이고 모호한 것을 거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말이라는 것은 서로 통용 가능한, 다시 말해 사용자 간에 의미가 합의되어 소통이 가능한 것이어야 비로소 의미가 있다. 그래서 언어의 가장 큰 특징으로 공적 성격을 거론한다. 사적인 것은 언어가 될 수 없으며 따라서 의미를 획득할 수 없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 나의 세계와 타인의 세계가 연결되는 가장 중요한 연결고리가 언어라는 것이며, 언어가 있기에 세계는 질서와 법칙으로 틀을 갖출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사회적 특성이 왜 생겨날 수밖에 없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저자는 고등학생 시절의 자신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는데, 사실 내용이 그리 쉽게 소화되지는 않는다.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해 핵심적인 내용의 요약이라는 서술 방식이 사용되었는데, 오히려 그렇게 가공된 핵심 사이의 공백에서, 다소 자의적인 독서가 되어버린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비트겐슈타인을 다시 읽을 계기를 마련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 네이버 「리뷰어스 클럽」 카페 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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