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해한 게 맞다면, 길이라는 존재 자체는 절대적인 것이다. 그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며, 그 길 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존재적 근거가 된다. 따라서 길 자체는 탐구의 대상이 될 수 없지만, 그 길 위해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탐구는 가능하며, 그 탐구를 통해 길 자체에 대해 다소 불분명하더라도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이 ‘길’이라는 것은 우리가 자주 접하면서도 그 의미를 분명히 하지 못하는, ‘세계의 존재’, ‘나’, ‘논리’, ‘윤리’, ‘신’ 등을 포함한다.
이 책에 나오는 ‘절대성’과 그 절대성을 둘러싼 세계의 탐구에 대해 저자는 바둑이나 장기라는 매우 효과적인 비유를 든다. 이를테면 바둑에서 바둑판은 절대적인 프레임, 세계 혹은 얼개가 되고 이 안에서 바둑을 두는 다양한 방법은 ‘길을 찾아가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바둑 판은 변하지 않지만, 바둑을 두는 방법, 즉 길을 찾아가는 방법은 새롭게 발견하거나 항상 변화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알파고의 등장은, 인간이 불변의 사실이라 믿었던 자연 법칙에 어긋나는 현상을 만났을 때 경험하는 정신적 충격에 버금가는 변화를 바둑에서 일으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표현대로라면 절대성의 하나인 ‘나’라는 세계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계 속에서의 모양새, 형편은 다양한 변화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얼개 안에서 보장된 자유라고 할까? 이 자유를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말’ 다시 말해 ‘언어’다. 인간이 사용하는 말, 그 말로 이루어지는 인간 사회 속에서의 ‘언어 게임’에 대한 비트겐슈타인 철학의 대표적 개념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