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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나무
한주미 지음 / 민들레 / 2000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느린 아이였다. 신발의 왼쪽, 오른쪽을 구분하는 것, 12에서 3을 빼면 9가 되는지를 아는일도, 그리고 맨날 밥 먹는것도 느렸다. 하지만 다행히도 나에게는 그런것쯤은 나의 스스로 해낼 수 있다고 날 끝까지 믿어주시는 부모님이 계셨다.
느리다는 것,,,아니, 제 속도로 차근차근 그것은 요즘같이 효율적이고 빠르게 돌아가는 체제에서는 허용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자라나는 우리의 아이들에게 이 사회에서 돌아가고 있는 시계에 맞추어 뭐든 정확히 척척 해내길 바라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그래야 제구실 하면서 살아갈 수 있으니까,,,
굳이 발도르프 교육이라고 이름 붙이지 않아도 아이들의 소리, 아이들이 제각기 갖고 있는 속도와 마음의 소리에 따라 아이들이 자랄 수 있도록 하자는 모토를 실천하려는 교육의 모습을 보며 자꾸 뭉클한 느낌이 들었다. 왜일까? 그건 이토록 당연한 것에 대해 그동안 내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는 것 때문인 것 같다. 수업실습을 할 때도 40분이라는 시간안에 원하는 교육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보채면서도 정작 아이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소원했던 내 자신을 떠올렸다. 우리가 교육이라고 행하였던 것들에 대해 잠시 의심을 품게해준 이 책은 그동안 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볼 기회를 주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활동 내용, 방식이 절대적인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무조건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자고 주장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아이들이 갖고 있는 고유한 방식대로 온전히 자라나길 기다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되어지길 바라는 아이들의 모습이 아니라 아이들 그대로의 존재를 드러내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기다려 줄 필요가 있다고 이 책을 읽는 내내 저자는 말하고 있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