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 지음 / 창비 / 199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한때 워낙 알려졌던 책이라 두말할 것도 없겠다. 빠리의 택시운전사라고 하면 왠지 낭만적일 것 같지만 홍세화씨가 빠리에서 택시 운전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되면 씁쓸하다. 홍세화씨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암울했던 정치사를 조금씩 드러낸다. 그런 역사를 자라나는 요즘 젊은이들은 자세히 알고 있을 거 같지는 않다. 5공화국에 대한 풍자로 손오공이 나왔던 티비프로그램도 아마 지금으로부터 십 몇 년전도 더 되어 기억하기로 내가 5살정도 밖에 안 됐을때였다. 그리고 어린 내가 우리나라 대통령이 어떤 대통령이냐고 부모님께 물어봤을 때 대답하기를 머뭇거리시던 모습도 기억나는 듯하다.

이 책을 통해 그 때의 우리나라가 그렇게 무서운 나라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라에 반역(?)하는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일은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구나 하는 것도 말이다. 지금에야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 그때 처럼많지야 않겠지만 어딘가에 홍세화씨와 같은 처지의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꼬레를 제외한 모든 나라'를 갈 수 있다고 명시해놓은 여행문서를 갖고 빠리에서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참 쓸쓸했다. 그 상황이 되지 않고서는 절대 이해받을 수 없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프간 사람들의 아픔을 단지 뉴스거리 만큼으로만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한국에서 망명한 자로 생계를 위해 택시운전을 하는 홍세화씨는 택시운전을 하는 현지사람으로서 그러나 동화될 수 없는 이방인으로서 프랑스 사회를 말해준다. 프랑스에 대한 동경이 섞이지 않은 제 3의 객관적인 눈으로 본 모습들을 말이다. 그가 말한 프랑스 사회의 어떤 점들은 아직도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홍세화씨가 프랑스 사회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나라에 대한 간절한 사랑이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아픈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모두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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