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이었을 것이다. 우리집엔 웅진출판사에서 나온 열두 달별로 구성되어있는 '어린이 마을'이란 전집이 있었다. 그 책은 말처럼 어린이를 위한 책이라서 그런지 생활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원리, 바른 덕목을 가르치는 우화, 쌀이 우리집에 오는 과정 등등 자신 이외의 세계에 막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그 시절의 나를 사로잡는 내용들을 담고 있었다. 그 책에 실린 수많은 이야기중에 강아지 똥이 있었다. 그 이야기의 삽화는 약간은 투박하지만 아름다운 판화로 되어있었는데 강아지 똥 모양이 땅콩처럼 생겨서 내가 지금도 인상깊게 기억하고 있다. 나는 '강아지 똥'이란 이름을 듣는 순간 어렸을 때의 그 강아지 똥을 떠올렸다.모두가 더럽다고 피해서 슬픔속에 버려진 강아지 똥, 그러나 아름다운 민들레 한송이는 자신을 온전히 던져 피워올린 것을 깨닫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강아지 똥, 특히, 빗속에서 강아지똥이 흙과 하나되는 모습이 매우 기억에 남는다. 어린 나이에도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나 할까? 요즘 이 책의 열퐁이 대단하다고 한다. 1년전엔가는 무언극으로도 공연되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짧지만 10여년이 지난 세월동안 내 가슴속에 남아있던 깨우침,,이 책을 통해 아이들이 소중한 내 존재를 깨닫고 감사하며 살아가길 바란다. 그런 마음을 너른 대지에 뿌려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