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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지상의 책 한권
이광주 지음 / 한길아트 / 2001년 4월
평점 :
품절
얼마전에 도서관에 갔다가 국민배우 안성기가 등장하는 독서권장 포스터를 봤다. 숲이 우거진 곳에 앉아 책 속의 한유를 즐기고 있던 그의 손에 들린 초록색 표지의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책을 사랑하는 저자와 고락을 같이 하는 '책'의 찬미로 시작해서 우리가 지금 흔히 볼수 있는 책 이전부터의 책의 역사를 보여주고 더불어 책에 얽힌 문화까지 아우르고 있다. 특히, 유럽문화와 관련한 책이 중점적으로 다뤄지고 있다. 이것은 이 책의 단점보다는 장점으로 부각시키고 싶은데 이는 특정한 지역, 시대의 사회에서의'책'의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 또한, 동양의 독자적인 '책'의 문화를 알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한 점 때문이다.
문명의 기원에서 아프로디테의 탄생을 찬미하고 도시와 국가까지도 예술화한 유럽에서 책은 예술품이었다. 베리공의 '호화시도서'에는 대형 세밀화가 한 페이지 전면을 차지하는데 이 책은 채식화가, 세밀화가 필사가의 완벽한 조화위에 제작될 수 있었다. 명장 윌리엄 모리스는 예술이 낳은 중요한 산물로 아름다운 건축 다음으로 아름다운 책을 꼽고 활자의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였다. 책은 공방에서 완성되었다.
책에 관한이야기 곳곳에서 애서가들을 만나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서적 마니아들의 책에 굶주린 무한한 상상력은 책이 수를 헤아릴 수 없을만큼 존재하는 '시바여왕의 도서관'이라는 허구의 공간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책을 지독히도 사랑하는 서점주인이 자신이 아끼던 책을 사간 고객을 쫓아가서 죽이고 그 책을 다시 찾아왔다는 다소 엽기적인 에피소드도 있다.
구텐베르크의 활자 발명으로 책은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다.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베껴 복사본을 만들어 내는 수고로부터 벗어나 일반인들도 책을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요즘의 인터넷 열기와도 맞물린다. 그러나 인쇄본이 낳은 무의식의 우리에 인간정신이 가두어지는 말과 문자의 기계화를 풍자했던 영국의 시인 포프는 기술메커니즘에 의해 조작되는 미디어가 우리 모두의 메시지로 군림하는 끔찍한 정보사회의 허구를 이미 예고던 것인가.책을 통해 끊임없이 인간과 자아를 발견하고자 한 이들도 있었다. '크세주'-나는 무엇을 아는가?-라는 물음,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삶 전체를 찾으려했던 르네상스의 인문주의자 몽테뉴는 다양한 주제 자유로운 구성과 문체로 인간 탐구라는 주제를 풀어란 '에세'란 저작을 통해 '문인'이라는 사회범주를 창출하였다. 이토록 책은 인류문명과 고락을 함께 한 가장 오래되고 믿을만한 친구였다.
책 한권을 위해 평생을 바친 이들도 있다. '웹스터 사전'의 노아 웹스턴,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존슨의 집념은 언어의 집합소라고 할 수 있는 사전을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단의 정의와 어원의 기술이라는 제약으로 이루어진 사전에도 사전 편집자의 주관적인 사상이 개입된다는 것이다. 하긴 히틀러가 지배하던 독재치하에서 '자유'란 단어는 '국민이 국가에게 가장 먼저 양도해야하는 당연한 권리'라고 정의되었을런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악폐에 대한 비판이 1세기 후에나 나타났다고 하니 앞으론 사전을 볼 때도 항상 주의해서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
'책'책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여러가지 의미로 얽혀있고 또, 읽히지만 일찍이 보들레르가 말했듯이 '모든것은 반듯하고 아름다우며 영화와 열락과 고요함이 존재하는' 이상적인 존재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분명 '시바 여왕의 도서관'의 책들 사이에서 즐거운 기웃거림을 하고 있지 않은가? 아마 책을 사랑하는 이들의 천국은 도서관의 모양일 것이리라.
1만권의 책을 가까이 함은 진정 '한권의 책'을 찾기 위함이나 아직도 '결핍'의 시대에 저자는 옛 선비의 문방 경상 위 책과 같은 그 한권을 만나지 못한 자괴감을 감출 수 없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그러한 책 한권을 찾기 위한 노력이 곧 인간의 역사이며 인간만이 이룩할 수 있는 온전한 우주이다. -결국 세계는 한 권의 아름다운 책에 이르기 위해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