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검정 그물 스타킹
이신조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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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조의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하나 같이 쓸쓸하다. <나의 검정 그물 스타킹>의 주인공은 화려한 연예인으로 그려지만 자신의 순수한 사랑을 가슴속에 묻고 속물 같은 사람들만 상대하다 결국 화자(자신의 그물 스타킹)로 목을 맨다.

<정류장에서 너무 먼 집>에 나오는 두 남매는 아빠의 사업실패로 세상으로 나가는 출구(버스 정류장)과 멀리 떨어진 단칸방에서 살면서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누나가 식빵에 크림치즈를 바르는 대신 딸기잼을 바르는 것을 지켜보는 것, 동생이 하는 게임의 이름인 'house of death'를 자신의 집에 비교하는 누나의 마음이 그러하다. 동생은 하룻동안 가출하지만 결국엔 전에 살던 집의 정원에 있던 고물자전거를 끌고 집으로 돌아온다. <산책>에는 채팅으로 만나 서로의 이름을 알지 못한 채 또한, 뜻도 모르는 브랜드의 상품을 사는 아이와 그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다른 아이가 있다.

각기 다른 것을 말하고 있지만 이 소설을 관통하고 있는 것은 도시의 익명성이, 상품의 이름이 지배하는 도시에 살고 있는 현대인의 퍽퍽한 삶이다. '낙원'은 이름도 모르는 브랜드가 도열해 있는 백화점 안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도시에 그토록 많은 비둘기의 둥지와 알은 왜 보이지 않는 것일까?' 라는 의문, 이는 도시 아래 감춰진 인간 개개인의 삶의 정체를 찾고자 하는 물음이다.

이 소설의 삶에서 우리의 모습을 있었기에 이 책을 잡자마자 나도 모르게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이신조는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 하려고 한다. 그물 스타킹으로 목을 맨 주인공은 순수를 찾아가려 한 것이다.

작가가 대변하는 것은<낙원> 에서 브랜드의 상품을 넣어둔 사물함의 열쇠를 물에 던져버리는 아이이며 자전거를 끌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동생이다. 소설에 나오는 현대인을 상징하는 다양한 코드를 소설의 주제를 일관성 있게 좇고 있는데 한해 적절히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신조의 소설의 이미지는 더욱더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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