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림 - 1994-2005 Travel Notes
이병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쓴 이병률은 뼛속까지 여행자다. 세상에 집에 가기 싫어 여관에 간다. 집이 주는 안락함과 익숙한 생활의 냄새가 두려워 집 근방 100m 떨어진 여관에 몸을 누인다. 여행을 떠나서도 낮은 곳을 향하는 시선으로 여행에서의 인연을 추억하고 그만의 작은 취향들을 간직한다는 것은 눈을 어지럽히는 새로운 풍경들과 낯선 공기에도 '그'가 '그'임을 확인할 수 있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고 싶어한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사실 책장을 휘리릭 넘겼을 때 그저 시시한 여행 산문이라 생각했다. 낯익은 몇몇 도시의 풍경, 그리고 카메라 렌즈의 정중앙 초점을 조금 빗겨 간듯한 사람들의 시선들

그가 늘어놓은 이야기들의 순서는 그 나라를 밟은 시간순이 아니지만 한토막 토막 읽다보면 그가 지나온 여행의 자취가 새로운 여행에 겹겹이 겹치며 이야기에 덧대어져 그냥 하나의 이야기를 읽는 것 같다. 내가 임의로 추측하기로 1994년에 갔던 나라의 추억은 1999년에서 어느 낯선 도시에서 출몰하고 1996년의 인연을 2004년에 그리워하며 떠올려보기도 하고,,,  그래서인지 여느 세계일주여행기보다 정성스럽고 뜸이 들어있다. 왜냐하면 10년동안의 여행기이기 때문이다.

어느덧 새로운 곳으로만 눈을 돌리던 나는 잠시 그의 여행기 안에서 그동안의 내 여행을 떠올리며 비슷한 경험을 떠올리며 천천히 책장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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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캉허우밍
베이징 천안문 광장 앞에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다가 얼떨결에 반나절동안 자금성안을 같이 둘러보게 되었던 아주머니.  베이징에 사는 여동생을 보러 오신김에 혼자 베이징을 여행하는 중이셨는데 사진을 꼭 보내달라고 주소를 적어주시며 당부하셨다. 난 그 약속을 3개월이 지난 후에야 지킬 수 있었는데 그 아주머니의 고향도 구이저우성 구이양이다.
#63 당신이 머물고 싶은 만큼
계림에서 쿤밍으로 가는 기차 식당에서 먹은 음식 때문에 급성 식중독에 걸려 병원 신세를 진적이 있다. 링겔을 삼일에 걸쳐 맞아도 증세가 나아지지 않아 결국 운남성 여행은 쿤밍에서 멈출 수 밖에 없었는데 훗날에라도 수로가 곳곳에 뻗어있다는 리장에 도착하는 그 순간 내 눈은 반짝이고 가슴이 콩닥콩닥 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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