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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 버린 사람들
나렌드라 자다브 지음, 강수정 옮김 / 김영사 / 2007년 6월
평점 :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93815173326489.jpg)
[사이클 릭샤왈라]
인도의 푸시카르란 곳에 첫 발을 내딛고 낯선 풍경들이 조금씩 익숙해질 무렵 내 촉수는 내가 살아왔던 곳과는 다른 공기를 미세하게 감지해냈다. 그것은 다름아닌 신성한 기운,,, 매일 아침 신께 드리는 푸자라는 의식을 통해 몸을 씻고 주변을 정리하고 기도를 하고 이마에 빨간 분을 찍어 바르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되는 이 곳. 내가 이 곳에서 느꼈던 기운을 여행 중 곳곳에서 또한, 만나는 인도사람들로부터도 느낄 수 있었는데 그것의 실체는 이들의 생활속에 파고든 힌두신에 대한 존경에 다름 아니었다.
여행 중에는 앙상한 다리로 하루종일 힘겹게 페달을 밟으며 하루에 여행자들이 먹는 밥 한끼만큼도 되지 않는 수입으로 살아가는 싸이클 릭샤왈라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싸이클 릭샤왈라는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싸이클 릭샤왈라로 살아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순환의 고리가 힌두신의 이름으로 계속 된다는 것이, 그리고 단지 하위 카스트란 이유만으로 어렸을 때부터 교육의 혜택을 고르게 얻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게 느껴졌다. 대부분의 인도인과 관련있는 힌두교가 '인간은 불평등하게 태어났다'는 카스트 제도를 뿌리깊게 지속시켜 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과연 이들에게 신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래서 제목도 '신도 버린 사람들' 일까?
이 책은 불가촉천민의 신분으로 현재 인도 푸네 대학의 총장으로 재직중인 나렌드라 자다브의 부모의 증언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다. 저자의 부모는 자신도 불가촉천민의 신분인 닥터 암베드카(Ambedkar)가 불합리한 카스트 제도에 맞서 불교로의 집단개종을 꾀하는 움직임에 적극 동참할 정도로 불가촉천민이 받는 부당한 헤택에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에 따라 저자도 교육기회를 얻었고 지금의 지위에 이를 수 있었다.
다른 국가의 사회에서도 물론 계급에 따른 차별의 문제가 여러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아직은 미미하지만 상위 카스트가 누리는 혜택의 그늘 아래 인간의 기본권과 행복추구권을 무시당하고도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많은 수의 사람들의 역사적 투쟁이 있었고 이러한 투쟁이 계속 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조금이나마 보았다. 종교와 생활전반에 걸친 뿌리깊은 문화가 얽혀있는 복잡한 문제라 단 한번에 해결되지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그건 아시아 경제대국으로 도약하려는 인도의 큰 숙제이기도 할 것이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93815173326498.jpg)
[뉴델리 남쪽의 암베드카 축구경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