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진정으로 '발견'하게 되기까지는 일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보통의 남녀관계에 관한 에세이를 배꼽 빠질 정도로 재밌게 읽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이 책을 집어 들었건만 당최 어떤 재미를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비행기 창가로 보이는 풍경을 박아놓은 표지에 이끌려 다시 이 책을 잡게 되었다. 보통의 다른 책들도 그렇지만 이 책은 특히나 밑줄 긋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 한살 한살 먹어갈 수록 느긋한 내 성향 자체가 내 성격이 되가는 터에 하루 기분좋고 행복하게 보내면 이 세상에 어떤 낙원도 필요없으리라는 생각까지 더해져 미래에 대한 계획에 애써 조급하지 않으려 하면서도 일상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근본적인 방법면에서는 통 문외한이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장소는 눈이 시릴 정도로 하얀 산과 그 산에 덮인 눈송이 수만큼의 사람들이 스키를 타고 있는 모습이 한 눈에 보이는 한 커피숍에서였다. 직전에 조금은 오랫동안 여행을 하고 온터라 가뜩이나 몸도 안좋아서 펄펄 끓여달라고 부탁한 김이 오르는 뜨거운 차를 마시며 추운데 사서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을 내심 조롱하며 책의 표지를 덮는 순간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작년 겨울 홍콩의 공항에서 인천으로 오는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내 옆에 앉아 같은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는 신혼부부를 보게 되었다. 일년 내내 따뜻한 날씨가 유지되어 자신의 나라에서는 별반 필요가 없어, 마음먹고 샀을 두툼한 패딩 점퍼를 입고 지도에서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이 곳일 수도 있는 곳을 가리키며 설레어 하는 두 사람을 말이다.

한가지 더,,보통은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법에 대해서도 가르쳐주는데 나는 매일매일 일기를 쓰는 것에서 해답을 찾았다. 사실 여행지에서는 숙소에서 잠들기 전 다녀온 곳, 음식을 먹은 곳, 또는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서 구구절절 일기를 쓰는 편이지만, 일상에서 몇개월간 꾸준히 이런식의 일기를 쓰게 된건 보통의 조언을 내 나름대로 받아들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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