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아주 어렸을 때 - 사파리 그림책 003
사라 오리어리 글, 줄리 모스태드 그림, 김선희 옮김 / 사파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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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어주니 아이가 말한다. 나도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아빠와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런데 ‘내가 어렸을 때’ 말고, ‘아빠가 어렸을 때’ 얘기를 해달라고 하는데! 잠자리에서 아빠의 어린 시절, 자신과 같은 또래의 이야기를 듣는 취미를 갖고 있는 우리 아이는 눈을 반짝거리며 책을 본다. 그리고 이 책의 주인공 소년과 똑같은 말을 한다. “이거 진짜야???” 

  네가 아주 어렸을 때, 생각해보면 정말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자그마했던 것 같다. 정말로 슬리퍼에서 잠을 자고, 보송보송한 행주를 담요처럼 덮고, 베개 대신 티백을 베고 잤던가? 크리스마스트리 맨 꼭대기에 장식처럼 너를 세워 두었던 것 같기도 하고. 셔츠 주머니에 쏙 넣어 다녔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던 네가 어느새 나이를 먹고 엄마 가슴께까지 자라다니! 

  가끔은 아주 작았던 네가 그리워질 때도 있지만 지금도 좋은 걸. 오늘은 엄마의 무거운 장바구니를 함께 나누어 들고 깜빡거리는 신호등 아래 건널목을 신나게 뛰기도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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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헤야데야 떡 타령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16
이미애 지음, 이영경 그림 / 보림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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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끼가 방아를 찧는 표지 그림을 보고 <달 타령>이 연상되었다. “달아 달아~” 로 시작되는 열두 달 달 이야기 말이다. 그런데 책을 넘겨보니 열두 달 떡 이야기다! “떡이오 떡이오 맛난 떡이오”로 시작되는 떡 타령이 큰 소리로 울려 퍼지고,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기는 그림책이다.         

   떡을 좋아하는 모녀가 함께 책을 읽었다. “백결 선생 집에서 쿵덕 쿵더쿵” 대목부터 신라 백결 선생의 거문고 일화를 들려주었고, 1월의 떡국 떡에서는 육수며 고명이며 설명해달라는 것들이 많다. 1월부터 12월까지, 떡국 떡, 큰송편, 진달래화전, 느티떡, 수리취떡, 떡수단, 밀전병, 오례송편, 국화떡, 무시루떡, 팥죽 새알심, 골무떡이 순서대로 소개된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으니 떡 좋아한다고 하기가 무색할 정도. 

  일꾼들 나이 수대로 먹는 큰송편, 얼음 채운 꿀물에 흰 떡이 동동 떠있다는 떡수단이 궁금했는데 책의 말미에 친절하게도 떡의 사진과 소개가 실려 있다. 모든 떡마다 여덟 줄의 소개와 반복되는 구절들이 있어 진짜 타령인양 여겨지는데, 기왕이면 악보가 있었다면 금상첨화였을 듯. 솔거나라 시리즈 중에서 <떡잔치>가 있는데 그보다 좀 더 많은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단, 떡으로 멋진 생일잔치를 열어 보자는 현대적인 감각을 이 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은 아쉬운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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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알고 있지 보림 창작 그림책
정하섭 글, 한성옥 그림 / 보림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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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정말 알고 있을까?

언제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지.
봄이 되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나무는 어떻게 알고 있을까?
양분을 많이 받으려면 잎이 햇빛을 잘 받아야 한다는 것을.
가지를 뻗고 잎을 내는 것 못지않게 땅속으로 뿌리를 튼튼하게 내려야 한다는 것을. 
동물들과 더불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나무는 해마다 겨울이 온다는 것도 알고 있지.
서로 모여 숲을 이루면 모진 비바람과 눈보라도 더 잘 견딜 수 있고,
겨울이 닥치기 전에 추위를 견딜 준비를 해 두어야 하며,
낙엽이 땅을 덮어 뿌리가 얼지 않고 추운 겨울을 견딜 수 있게 해준다는 것도.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보지도, 듣지도, 냄새를 맡지도, 움직이지도 못하는 나무.
그 나무가 위대한 자연의 섭리를 알고 있으며, 그 섭리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나무가 사람보다 얼마나 더 오래 살아남으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아파트 화단에서 만나는 나무 한 그루마저도 소중하게 보인다.
사람과 더불어 살아갈 존재인 나무.
살아남는 법을 알고, 다른 생명들과 더불어 사는 법을 알기에,
나무는 위대하다. 나무는 나무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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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에게 보내는 편지
대니얼 고틀립 지음, 이문재.김명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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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은 지가 꽤 되었나 보다. 그런데 서평이 금방 써지지가 않았다. 왜였을까. 그냥 가슴에 아련하게 담겨지는 느낌이랄까. 자폐아 판정을 받은 손자에게, 우울증을 앓았던 전신마비 할아버지가 보내는 편지. 상황 자체가 극적이고 자칫 산파조로 흐를 수 있는 것이었지만, 책에서 시종 풍기는 인상은 장애와는 상관없는 지극히 평범한 편지였다. 누구에게나 가슴 깊이 와 닿을 수 있는 그런 편지라는 뜻에서 말이다. 

  이 책을 읽고 여러 번, 나에게 향하는 편지라는 생각을 했다. 가까운 사람들과 어떻게 더불어 살고 화해하고 손을 내미는지, 나 자신이 보잘 것 없이 느껴질 때 어떤 마음을 가지면 좋을지, 내가 가진 것이 얼마나 많은지... 완벽한 사람의 완벽한 충고가 아니라, 스스로 부족하다 느끼는 사람의 소박한 조언이기에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떠오르는 한 사람에게 선물을 했다. 그도 힘들 때 이 책으로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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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르와 아스마르 - Azur & Asmar, 초등용 그림책
미셸 오슬로 지음, 김주열 옮김 / 웅진주니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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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르와 아스마르. 한 편의 영화를 책으로 만났다. 그것도 아주 환상적이고 생생한 영화 한 편을 말이다. 매우 낯설고 이국적인 소재이면서 판타지의 요소도 가지고 있는 이 책은 상당히 독특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단순히 영화를 그림책으로 만들었다는 설명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파란 눈에 금발머리인 아주르와 검은 눈에 갈색 피부인 아스마르. 주인집 아들과 유모의 아들로 만난 두 아이는 요정 진의 나라에 대해 이야기를 들으며 자란다. 친형제처럼 함께 성장한 이들은 헤어지게 되고, 젊은이가 된 아주르는 요정 진의 나라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천신만고 끝에 아스마르를 찾아온다. 그리고 펼쳐지는 두 젊은이의 모험! 영화의 장면을 가져왔을 듯, 그림은 환상적이고 이국적이며 생동감이 느껴진다. 요정 진을 찾아 떠나는 원정대를 묘사한 두 장의 그림은 압권이다. 

  텍스트 또한 해설과 함께 등장인물의 대사로 이루어져 그야말로 영화를 보는 느낌. 이 책을 다 보고 나니 영화가 매우 보고 싶어진다. 그림자 영화 <프린스 앤 프린세스>를 만든 사람의 영화라고 하니 더욱 궁금하다. 그런데 또 하나 궁금해지는 점. 이 책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저자 소개에서 밝히고 있듯이 “인종과 문화의 차이와 이해”? 재미나게 읽은 한 편의 영화 그림책에서 어렴풋하게 유럽인의 시각이 느껴지는 것은 아스마르가 속한 이슬람 세계와 동일하게 여겨지는 동방의 독자이기 때문일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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