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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병, 평화의 길을 열다
사토 다다오 지음, 설배환 옮김, 한홍구 해제 / 검둥소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소년병이 들려주는 전쟁의 역사와 평화의 길.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지금까지 이런 ‘전쟁 수업’을 받은 적이 있었나. 이 책은 청소년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은 전쟁과 평화에 관한 책이다.
책 제목만 보았을 때는 소년병이었던 저자가 자신의 경험담을 중심으로 전쟁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인 줄 알았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개인적인 경험이나 감정은 일부러 배제한 느낌이 든다. 근현대에 일어난 온갖 전쟁들에 관하여 전쟁의 원인을 설명하는데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 자칫 무미건조하게 다가올 수 있는 주제를 생생하게, 피부에 와 닿도록 서술하고 있다는 점은 가장 큰 강점이다.
남의 나라를 침략할 때, 그 어떤 나라도 자국에 전쟁의 원인을 두지 않는다. 땅을 넓히기 위해, 욕심을 채우기 위한다는 해서가 아니라, 어디까지나 침략을 당하는 나라를 ‘위해서’라고 말한다. 서양의 침략에서 한국과 중국을 지켜주기 위해 일본은 두 나라를 침략했고, 쿠바와 베트남이 공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이 두 나라를 침략했으며, 사회주의 정부를 건설해주고 싶어서 소련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던 것이다. 그럴듯한 명분을 앞세웠지만 결과는 늘 파국이었다. 전쟁의 당사국들이 소리 높여 외치는 ‘불가피한’ 전쟁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 ‘불필요한’ 전쟁을 했던 것이다.
20세기까지 전쟁의 주를 이루었던, 영토를 확대하기 위한 전쟁은 이제 불가능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다른 나라를 식민지로 경영하면서 얻는 이익이 식민지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보다 크지 않는다는 점을 알았으며, 민족과 국가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그러나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저자는 인류를 파멸로 이끄는 전쟁을 막기 위하여 평화교육이 필요하며,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약자와 약한 나라를 돕기 위하여 공부한다는 점을 학생들에게 인식시킬 것을 권하고 있다. 누구나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약자를 사랑하는 마음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것.
모두가 평화롭게 더불어 사는 것, 얼마나 자연스럽고 또한 바람직한 일인가. 그동안 막지 못했던 어리석은 전쟁의 역사를 뒤로 하고, 이제 평화의 미래 만이 인류 앞에 펼쳐지기를 기원해본다. 평화는 저절로 얻어질 수 없다. 평화를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하며,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