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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상식 바로잡기 - 한국사 상식 44가지의 오류, 그 원인을 파헤친다!
박은봉 지음 / 책과함께 / 2007년 11월
평점 :
그야말로 ‘상식’으로 굳어진 한국사의 지식들. 그 가운데 지금까지 잘못 알고 있던 것을 하나하나 마주치는 것은 상당히 당혹스러운 일이다. 정사(正史)와 야사(野史)는 구분할 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정사라고 알고 있던 것 중에서 근거가 박약하거나 왜곡된 것들이 있었다는 것을 아는 순간,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역사적 진실에 회의가 들 정도. 도대체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걸까?
이 책은 잘못 알려진 한국사 상식들을 사료를 통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새로운 진실을 제시하기도 하고, 아직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인정하기도 한다. 이렇게 잘못 알려진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일제 강점기에 왜곡된 사실들이 눈에 띈다. 일본이 비로소 지리학과 지도의 가치를 인정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김정호가 흥선대원군에게 수난을 당한 것처럼 알려졌고,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갈등 상황을 부각시키기 위해 명성황후가 한미한 가문의 고아로 묘사되었으며, 대륙의 영향을 받았다는 인식 하에 고인돌이 남방식과 북방식으로 분류되었던 것 등은 일제 강점기 일본인이나 친일 성향 한국인에 의한 왜곡이라는 것이다.
이미 상당부분 알려져 있듯이, 박정희 정권 때 조작된 것도 있다. 거북선이 철갑선으로 둔갑한 것, 십만양병설이 율곡의 대표적인 주장으로 굳어진 것 등이다. 철갑선이 아니더라도, 십만양병설이 아니더라도 거북선이나 율곡의 가치가 절대 떨어지지 않는 것인데, 정권에 의하여 도리어 오해를 받을 수 있는 형국이 된 것이다. 전통사회의 대표적인 여성인 신사임당이 근현대 여성의 이상형으로 강조된 ‘현모양처’의 대명사로 낙인된 것은 일제강점기와 박정희 정권의 합작품.
역사적 진실과 다른 사실이 널리 알려진 또 하나의 원인으로는 당대 또는 후대에 누군가의 입지를 위해 왜곡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역사학계의 불철저한 고증과 안이한 연구 자세가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역사적 진실이란 고정된 것이 아니며, 새로운 사료가 발굴되면 수정될 수 있다. 사실 객관적 사실을 묻는다고 생각되는 역사 문제 가운데에도 잘못된 경우가 허다하다. 예컨대 국사교과서에 족장의 무덤으로 명시된 고인돌이 대표적이다. 고인돌에 대한 수많은 해석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고인돌의 성격을 묻는 시험 문제에 다른 답을 한다면 오답이 되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이 책의 저자에 대하여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꽤 입소문이 난 어린이 역사책을 썼다는 것 외에 역사학계에서 전문성을 인정받는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다루는 시기와 분야에 있어서 매우 폭이 넓으면서도 저자가 관련 사료들을 꽤 깊이 있게 검토하고 분석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저자를 다시 보게 되었고, 내가 은연중에 가지고 있는 역사적 진실에 대해 항상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만큼 모든 시기와 분야에 대해 관련 사료를 일일이 찾아보기란 힘든 일이다.
따라서 다시 한번 촉구해본다. 역사학자들이여, 제대로 연구하고 제대로 알려 달라. 역사 전문 작가가 이러한 사실들을 밝혀낼 수 있는데, 자신의 분야에 정통한(정통해야 하는) 역사학자들은 과연 무엇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