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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의 아이들 - 인권을 빼앗긴 채 살아가는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 이야기
김정연 외 지음, 김준영 그림, MBC W 제작진 / 아롬주니어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책을 집어 들자마자 단숨에 읽었다. 가슴 아프고 충격적인 이야기라서 책을 덮을 때는 안타까울 따름이었지만, 당장 딸들에게 권해주었다. 중학생 큰 아이는 매우 인상적인 책이라고 했고, 초등학생 작은 아이에게는 다소 어려운 수준인데도 혼자서 끝까지 읽고 놀라워했다. 언젠가 TV에서 본 기억은 나는데 정확히 알고 있지는 못했다. 우리 아이들과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아이들이 지구의 다른 곳에서 이렇게 힘겹게 살고 있다니...
이 책은 꿈도 희망도 없이, 가장 기본적인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는 아이들의 사례를 차분하게 소개하고 있다. 가나에서 행해지는 잔인한 마녀 사냥, 위험한 거리에 내몰리는 타이의 꽃 파는 아이들, 소 다섯 마리와 맞바꿔지는 케냐의 조혼 풍습, 평생 희망이 없는 인도의 아동 담보노동 등이다. 특히 딸들의 사례가 많이 다뤄져서 더욱 가슴이 아팠고, 여성의 열악한 위상이 강하게 다가왔다. 큰 아이는 ‘impossile dream’가 적히 사진을 벽에 걸어 놓았던 인도 소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부디 ‘possible dream'을 품을 수 있기를...
이 책에 불행한 사례만 담겨 있었다면 마음이 더욱 무거웠을 터, 다행히도 이 책에는 희망적인 사례가 하나 포함되어 있다. 베네수엘라의 악기 배우는 아이들의 이야기(‘시스테마’)는 쓰레기통에서 어떻게 장미꽃이 피어날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기초 생활조차 어려운 아이들에게 무료로 악기를 선물하고 가르쳐주는 어른들. 그로 인해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을 딛고 희망과 용기를 기르는 아이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 책은 아이들이 처해진 상황을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고, 핵심적인 사항만을 호소력있게 담고 있으며, 아이들의 눈높이에도 적당하다. 그래서 단숨에 책을 읽을 수 있으나 여운은 길게 남는다. 책장을 덮으면서 최근에 읽었던, 평화교육을 다룬 책의 한 대목이 떠올랐다. 공부의 목표를 나 혼자 잘 먹고 잘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약한 사람, 약한 나라를 돕기 위한 것으로 설정하자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이며, 그것만이 모든 인간이 상생(相生)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
누구나 이 책을 보면서 불쌍한 아이들에게 가여움을 느끼고,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어른과 사회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인간의 ‘자연스러움’ 아닌가. 이 책을 통해서 그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나아가고, 약한 사람, 약한 나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