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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매를 타고 ㅣ 사계절 그림책
정유정 글.그림 / 사계절 / 2007년 12월
평점 :
지난 일요일, 아이와 함께 근교를 다녀오면서 커다란 썰매장을 지나쳐왔다. 저절로 ‘와’ 소리와 함께 ‘재미있겠다’는 말이 나왔고, 버스를 내려서 썰매를 탈까 잠시 고민도 했다. 다음에 타보자는 말로 아이를 달랬지만, 그렇게 논바닥을 얼려 만든 썰매장을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썰매장을 만났다! 바로 이 책에서 말이다.
썰매를 들고 신나는 걸음걸이로 어디론가 향하는 소년. 오리들 차지인 저수지가 아니라 꽁꽁 얼어붙은 논바닥이 소년의 썰매장이다. 혼자 썰매를 신나게 지치며 놀던 소년, 꽝 하고 넘어지는데 갑자기 청솔모가 나타난다. 청솔모 세 마리를 썰매 태워주던 소년, 다음에는 사슴이 나타나고, 그 다음에는 반달곰... 다양한 동물의 출현에 당황스러우면서도, 썰매에 탄 이들을 오리 떼가 하늘을 날게 해준다는 부분에 넋을 잃고 빠져든다.
바로 그 무렵, 함께 책을 보던 아이의 한마디. ‘엄마, 오리는 하늘을 날지 못하잖아!’ 그제서야 그 사실을 기억하게 된 엄마는 바닥에 나동그라진 소년과 함께 정신이 번쩍 든다. 소년은 마지막에 누구와 함께 썰매를 타게 될까? 바로 우리 아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 현실에서 상상으로,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구조도 재미나고,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얼음의 느낌, 그리고 썰매를 열심히 지치다보면 생겨나는 따뜻한 온기도 생생하게 전해져온다.
썰매장에 대한 향수가 없는 아이는 주말에 스케이트장에 가고 싶단다. 엄마는 이 책의 소년처럼 썰매장에 가보고 싶다. 그 옛날 논바닥에 물을 대고 꽁꽁 얼려 겨우내 썰매를 지치던 그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