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 벌타령 우리문화그림책 온고지신 2
김기정 지음, 이형진 그림 / 책읽는곰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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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정말 재미있다!

  사실 첫 인상은 그다지 호감가는 책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게으른 아들에게 나무하라고 보낸 어머니, 그리고 나무 대신 장승을 뽑아온 아들. 역시 예상대로 벌을 받게 되는데... 그 벌이 그냥 벌이 아니라 팔도 장승들이 모두 모여 내리는 벌이라는 것이 이 책의 최대 포인트. 그리고 그냥 모두 모인 것이 아니라 구수한 사투리를 만날 수 있으니 이 책 아이들에게 읽어주다가 배꼽 빠지는 줄 알았다.

  아이들은 주로 서울에서 자랐지만, 어려서는 대구의 할머니 댁에서 자랐기 때문에 경상도 말과 억양에 대해 일가견이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뒤집어졌던 대목이 바로 팔공산 장승. 그 재미난 말과 억양에 모두들 떠나갈 듯이 웃었고, 두 번째 등장할 때는 더욱 감칠맛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두 번 여행을 다녀와 알게 된 제주도 방언, ‘웰컴 투 동막골’로 잘 알려진 강원도 사투리(~드래요)... 별 특징 없어 보이지만 이제 우리가 살고 있는 충청도 사투리, 북한 말이 되어버린 투박한 황해도사투리에도 박장대소.

  그러고 보니 제목이 약간 그렇다. ‘벌’이 혼내는 벌인지, 붕붕 날아다니는 벌인지 단박에 들어오지 않는 것. 구수한 팔도 사투리를 모두 만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는 제목이었다면 더 눈길을 강하게 끌었을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그 벌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것인지 엄마는 가슴이 순간 철렁했다. 그래도 개과천선하여 마지막에는 부지런한 사람이 되었으니 이것이야말로 우리 전통 이야기인가보다. 아이가 그림책의 마지막 장에서 발견해낸다. 아이가 둘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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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프렌드 푸른도서관 20
이경혜 외 4인 지음, 신형건 엮음 / 푸른책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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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상의 모든 고민은 다 짊어지고 세상에 대한 불만과 비판 의식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때가 청소년기가 아니었던가. 일반화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 절정의 시기가 고등학교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학교가 감옥 같이 느껴지던 그 시절, 진정한 ‘자유’를 꿈꾸며 학교를 탈출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그것이 시간이 흘러 자동적으로 내 앞에 왔다는 사실에 또 얼마나 허무한 마음이 들던지.

  이제 청소년이 된 큰 아이 - 엄마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면서도 훨씬 긍정적이어서 참으로 다행인 - 와 함께 청소년 단편소설집을 함께 읽어보았다. ‘베스트 프렌드’라는 호감 가는 제목과 심플하면서도 재미난 표지가 금방 눈에 띄었기에 아이가 먼저 가져가 읽는다. 그리고 재미있단다. ‘몇 편 빼고’ 라는 말은 빠뜨리지 않고. 그리고 은따에 관한 이야기는 공감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것 같은데 왜 그럴까? 아이들 마음 속은 ‘어른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엄마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을 준 것은 [사막의 눈기둥]이고, 가장 좋은 인상을 준 것은 [늑대 거북의 사랑]이다. 알고 보니 [사막의 눈기둥]은 강미 작가의 단편소설집 [겨울, 블로그]에도 실린 작품이다. 어린 시절 단짝 친구였으나 상급 학교로 올라가면서 점점 차이가 나게 되는 두 친구, 그리고 결국 부치지 못한 편지가 잔잔하게 가슴을 울린다. [늑대 거북의 사랑]은 아동 소설을 주로 쓰는 이금이 작가의 청소년 소설이라 반가웠고 기승전결의 탄탄한 짜임새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다른 소설들과는 달리 성적인 묘사가 전혀 없었던 것이 좋았으니, 어느새 보수적인 어른이 되었다는 증거일까?        

  돌이켜 보면 베스트 프렌드가 있어서 답답했던 학교 생활을 견딜 수 있었고 행복했던 학창 시절의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요즘 청소년들에게도 베스트 프렌드의 의미는 같은 것일까? 공유하는 경험이나 추억의 내용이 조금은 다를지라도 친구는 소중한 존재이며, 베스트 프렌드와 함께 성장통을 겪고 있는 때가 청소년기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그 시절로 돌아가 내 아이를 바라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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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리 세계 - 생생 입체 사진 팝업북
리처드 퍼거슨 지음 / 애플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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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미 같은 시리즈로 [곤충의 세계]를 인상적으로 접했던 터라, 책의 구성에 대해서는 익히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파리 세계’가 아니던가. 어떤 동물들이 나올까? 자그마한 체구의 곤충에 비하여 덩치가 큰 사파리 세계의 동물들은 어떻게 묘사했을까? 이런저런 궁금증을 갖고 있는데, 아이가 표지를 보더니 먼저 책을 넘겨본다. 곧바로 관심이 간다는 뜻. 


  아이가 책을 덮은 후에는 이것저것 이야기를 해준다. 엄마, 암사자가 수사자보다 몸집이 더 크고 실력도 뛰어나대! 저녁에는 알을 아빠가 돌보고 낮에는 엄마가 돌본대! 아니 사자가 알을??? 아이와 함께 책을 확인해보니 전자는 맞고 후자는 틀리다. 사자 다음에 나오는 타조에 관한 이야기였던 것. 아이가 살짝 헷갈리는 것을 보니 책을 좀더 보고 또 봐야겠다.

  이 책에는 얼룩말, 기린, 사자, 타조, 코끼리 등 사파리에 사는 대표적인 다섯 종류의 동물을 소개하고, 마지막에는 사파리의 물웅덩이에 모인 여덟 종류의 동물을 한꺼번에 보여준다. 생생한 사진만으로도 흥미롭지만, 간단하면서도 인상적인 사항만 소개한 본문 내용도 재미있다. 기린의 목이 길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땅 위에 사는 동물 중에서 눈이 가장 큰 동물이라는 점, 수사자보다 암사자가 실력이 뛰어난 사냥꾼이라는 점도 신기해한다. 타조가 보여주는 부성애와 모성애는 황제펭귄과도 연결되는 듯. 

  이 책의 강점은 아이들이 누구나 좋아하는 팝업북이라는 점. 게다가 흔하지 않은 ‘실사’ 팝업북이라는 점이다. 동물의 사진을 그대로 팝업으로 만들어서 아주 생생한 느낌을 준다. 이런 형식이 자연관찰 시리즈로 나온 것은 아주 좋은 기획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책의 사이에 당겨볼 수 있는 동물카드가 있어 알차게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아이의 의견 한가지를  적어본다면, 표지의 사자 사진이 너무도 생생하여 책 속의 사자 모습에 ‘털’도 있을 줄 기대했다고. 만약 털까지 부착했다면 촉감 실사 팝업북이 되었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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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전 찾아 읽는 우리 옛이야기 8
허균 지음, 강민경 엮음, 이용규 그림 / 대교출판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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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길동의 이름 석자를 모르는 한국인이 있을까.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서자의 기막힌 설움도 홍길동 덕분에 널리 회자되었을 것이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축지법과 둔갑술의 달인 홍길동. 그런데 내가 홍길동전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있던가. 기억을 더듬어보니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렸을 적에 짧은 이야기나 국어 시간에 고전문학의 일부로 접했을 뿐인 것 같다. 이 참에 대교에서 나온 홍길동전을 붙잡고 읽어볼 기회가 생겼으니 잘되었다 싶다.


  이 책은 시작부터 재미나다. 진귀한 용꿈을 꾼 승상 어르신. 이 멋진 꿈이 태몽이라고 생각하여 안방 마님에게 갔으나 한낮에 무슨 점잖지 못한 짓이냐며 퇴박을 맞는다. 그러다 밥상을 들고 온 참한 노비 춘섬과 인연을 맺고 낳은 아이가 바로 홍길동! 원래 이런 서두였을까? 정확히 알 길은 없으나 시작부터 흥미진진한(!) 이야기였고, 처음부터 끝까지 내내 재미있게 읽어나갔다.


  고정관념과는 달리 홍길동 모자와 본처와 형과의 관계는 나쁘지 않았지만, 또 다른 첩 초란의 계략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놀라운 괴력을 가진 홍길동은 자신을 해하려한 두 사람을 죽이고 먼 길을 떠난다. 그리고 도적떼의 우두머리가 되고, 전국 방방곡곡에 의적 우두머리로 이름을 날리며, 우여곡절 끝에 병조판서가 되어 나라를 위해 싸우며, 마침내 따르는 무리를 데리고 조선을 떠나 율도국의 왕이 되는 홍길동. 과연 용꿈은 범상한 것이 아니었다.


  집을 떠난 후 펼쳐지는 홍길동의 삶은 모두 일사천리로 성공적이었고 해피엔딩의 연속이었다. 홍길동을 잡겠다고 온 나라에서 덤벼들었지만 잡히지 않았고, 도리어 그의 소원대로 병조판서에 제수되기까지 한다. 사람들을 이끌고 섬에 들어가 그들을 통치하고 율도국을 정복하는 과정에서도 모든 일은 잘 된다. 해마다 풍년이고, 사람들은 행복하고... 과연 이런 운좋은 사람과 만사형통의 사회가 있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매우 현실성이 없는 이 책은, 그렇기에 당시 백성들의 절절한 소망을 이루어주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일까? 

  또한 이 책에서 인상적인 것은 홍길동은 충과 효를 매우 중시했다는 것이다. 임금께 반역할 생각은 추호도 한 적이 없고, 탐관오리와 부자의 금고를 털었던 것은 나라를 위한 일이다. 병조판서가 된 후에는 외적과 싸워 나라를 튼튼히 했다. 이 얼마나 충성된 백성이란 말인가! 또한 서자인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는 비관했지만 아버지에게 극진하였고, 큰어머니 심지어 자신으로 하여금 집을 떠나게 만드는 또 다른 어머니 초란에 대해서도 어머니로 인정하였다.


   바로 이 대목에서 떠오른 것. 홍길동전의 저자가 과연 허균이 맞는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고 한다. 충효의 윤리를 온몸으로 보여주는 홍길동으로 보아 저자는 양반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 점에서 허균에게 한 표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홍길동이 구한 세 처녀를 각각 처와 첩으로 삼은 것도 양반사회 속에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반면 홍길동이 다스린 나라가 보이는 공산주의적 양태는 상당히 급진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연이은 궁금증. 그 나라는 계속해서 해마다 풍년이고 사람들은 행복했을까? 홍길동이라는 대단한 인물이 사라져도 과연 지속될 수 있을까? 

  홍길동전 속에는 조선시대에 경험한 부조리한 사회 현실과 백성들이 열망한 새로운 이상향이 잘 나타나있다. 여기에다가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하는 영웅을 기다리는 소망도 엿볼 수 있다. 오늘날 홍길동전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 수 있을까? 지금 상황에서도 홍길동전은 매우 급진적이고 여러 의미를 담은 소설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나처럼 홍길동의 이름 석자와 몇가지 단편적인 사실만을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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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의 수수께끼 - 흥미진진한 15가지 쟁점으로 현대에 되살아난 중국 역사
김영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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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 몇 번 여행할 기회가 생기면서 확실히 중국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리고 중국사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동반되었다. 가는 곳마다 역사와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나라, 중국. 최근 서안의 진시황릉과 병마용갱을 직접 눈으로 보았기에 중국이 자라하는 거대한 스케일에 놀라움과 궁금증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읽어본 부분도 바로 이 병마용갱 부분이다.

 

   사실 저자와는 작년 가을, 서안 여행에서 인연을 맺게 되었다. 사마천의 사기 연구자로 중국 고대사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김영수 씨의 신간을 보게 된 것. 제목만으로는 알쏭달쏭한 느낌이 들지만 책을 읽어보니 묵직한 중량감이 느껴진다. 역사 연구자로서의 가지는 전문성과 대중적 역사서로서 갖춰야하는 대중성을 함께 확보하려는 노력을 했다는 것이 느껴졌다.

  중국사의 흥미로운 소재를 선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깊이를 담보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중국고대사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그것은 저자의 주전공과 관심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중국통’이기에 생각해낼 수 있는 동북공정의 이야기. 2천여 년 전 한무제의 사업과 현재 중국의 공정사업을 유사하다고 비교한 부분은 탁월하다. 그리고 동북공정을 다른 공정들과 함께 조망하고 있는 점은 우리의 시야도 넓힐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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