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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영혼을 훔친 노래들 - 고전시가로 만나는 조선의 풍경
김용찬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시조를 접한 지 얼마나 되었을까. 고등학교 국어 시간 이후로 시조를 읽어보거나 시조에 관한 책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그 옛날 학교에서 배운 수업의 영향력은 막강하여, 지금도 가끔 유명한 시조가 그대로 입에서 흘러나올 때가 있다. 요즘 아이가 관심 있어 하는 세종시대를 이야기하다가 태종에 관한 설명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고, 그러다보니 이방원의 하여가와 정몽주의 단심가를 읊조리지 않을 수 없다. 우리말로 된 시조의 힘은 그래서 강한 것일까.
이 책은 [고전시가로 만나는 조선의 풍경]이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고전시가 그 자체를 설명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고전시가를 통해 조선의 생활상과 조선인의 생각을 재구성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 국문학과 역사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시도는, 사실 나의 견해로는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국문학이야 저자의 전공이라고 하더라도, 문학과 역사를 연결하는 부분에서 견강부회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정치학(주로 제왕론 연구)이나 경영학(주로 리더쉽 연구)에서 자주 경험했던 일.
그렇다면 이 책에 대한 평가는? 독자의 입장에서, 만족할만한 점수를 주고 싶다. 일단 무리 없이 읽혔다. 새롭게 알게 되는 측면이 있었고(고전시가와 역사 모두) 미리 걱정했던 ‘무리한 연결’에 대한 의심도 불필요한 것이었다. 단, 500년의 시대가 뒤섞이다 보니 역사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지는 점이 아쉬웠다. 그리고 20개의 항목을 설정하면서 대표적인 고전시가의 첫구절을 제목으로 한 것도 약간 아쉬웠는데, 단박에 어떠한 주제인지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별, 사랑, 도덕, 망국 등 키워드를 제목으로 함께 제시하였다면 이해가 더 쉬웠을 것 같다.
그리고 전적으로 고전문학에 기초 지식이 없는 독자가 책을 읽으면서 궁금해지는 것 몇가지. 한글이 창제되기 전에 우리말로 된 시조는 어떻게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일까? 그리고 한글이 창제된 후에는 우리말로 된 시조를 어디에 남겼는데? 조선시대 양반과 문인의 문집에는 한문기록만이 남아있는 것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고전시가와 시조는 같은 표현인가? 이 책을 통해 도리어 고전시가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되었으니, 이 책과 이 책 저자는 성공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