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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를 행복하게 만드는 아이들
김상복 지음 / 21세기북스 / 2006년 10월
평점 :
얼마 전까지 큰 아이와의 대화는 살얼음판을 걷는듯 했다. 아니 대화가 아니라 서로를 겨누는 총부리였다고나 할까. 지금까지 크게 나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생각했으나 사춘기에 접어든 모녀의 관계는 점차 악화일로를 거듭했다.
그러다 엄마인 내가 마음을 바꿨다. 그래, 좋은 소리만 하자. 마음에 안드는 점이 있더라도 아주 결정적이거나 큰 일이 아니라면 지적하지 말자. 기다리면 좋아진다던가. 그런 마음으로 좋은 소리만 했고, 나쁜 소리는 피했다. 시험을 앞두고도 공부에 태만하면 ''공부는 언제 하니?''라는 말은 마음 속으로 꾹꾹 눌러 담았고, 어쩌다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면 ''와, 공부 진짜 열심히 하네!" 라고 말해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씩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아이와 충돌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지적하지 않으니 아이도 그에 대한 이유를 들거나 팩 토라져 입을 다무는 일이 없어졌다. 엄마도 마음이 점점 느긋해지고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 기다려보자. 나도 그 나이 때 뭔가를 하기 전에 엄마가 뭐라고 하면 반발하는 마음부터 들지 않았던가...
아이와의 대화가 변하니 엄마도 행복해지는 경험. 바로 이 책은 최근 딸 아이와의 대화에 있어서 긍정적인 변화를 느끼고 있었던 나의 경험에 좀더 확신을 불러 넣어준 책이다.
"엄마 아빠를 칭찬하라!"
여기 중학교 도덕 선생님이 계시다. 수행평가로 ''칭찬일기'' 과제를 부여하는 선생님이다. 칭찬일기는 칭찬상황, 칭찬한 말, 부모님의 반응, 나의 생각 등 네가지의 항목을 총 30회 이상 기록하는 비교적 간단한 과제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자녀가 부모를 칭찬하기란 어쩐지 편안하게 느껴지는 일은 못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듯이, 칭찬이라고 하면 통상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우수한 사람이 그보다 못한 사람에게 하기 마련인 행위로 인식되고 있지 않은가.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남을 칭찬하기에 익숙하지 못하다. 특히 늘상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부모에게, 그리고 때로는 불만의 대상이기도 한 부모에게 칭찬을 하라니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그런데 숙제로 부과된 부모님 칭찬하기를 통해 아이들은 조금씩 변한다. 칭찬할 꺼리를 찾다보니 작은 것까지도 넘겨보지 않게 되고, 부모의 행동과 모습을 세심하게 관찰하게 된다. 그런데 칭찬일기를 쓰면서 가족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그저 칭찬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부모는 이런 자녀의 변화에 또한 감사와 사랑으로 화답해 준다. 무엇보다 가장 행복한 변화는 가족과 자기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 것. 행복한 가족의 분위기, 그리고 충만한 자존감을 선사한 비결이 바로 칭찬이었던 것이다.
칭찬일기가 어디 만병통치약일 수 있으랴. 그러나 중요한 단서는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심각하게 금이 가기 시작한 부모 - 자녀 관계에 있어서 매우 희망적인 열쇠가 될 수 있을거라고 본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칭찬의 효과에 상당부분 동감하고, 척박한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저자의 시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중학생들의 꾸밈없는 칭찬일기를 들여다 보며 나도 모르게 소리내어 웃기도 했고, 한없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대목도 있었다.
지금부터라도 나도 네 줄짜리 칭찬일기를 써볼까. 남편에게? 아이들에게? 시부모님께? 나와 가까운 여러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 시작은 미약할지 모르나, 가족을 행복하게 만들고 나 또한 지금보다 더욱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있을지 모른다.